생각의 편린들

정부 현금 지원, 중소기업의 청년 취업 늘어날까?

새 날 2016. 4. 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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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청년 여성 취업 연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항상 그래왔듯 다양한 대책들을 주욱 나열해놓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다름아닌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직접적인 금전을 지원하는 방안이 아닐까 싶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사업을 통해 3개월 간의 인턴을 마친 뒤 해당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 근로자 본인이 2년 동안 300만원을 적립할 경우, 정부가 600만원, 기업이 300만원의 취업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정책은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하거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청년들이 주 타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에게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에도 관심을 쏟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취업을 유도하여 작금의 청년 실업난을 일정 부분 해소, 반면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 역시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숨통을 틔우겠다는 1석2조의 윈윈 전략으로 읽힌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대로 치닫고 있고,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일종의 당근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오죽하면 현금 다발을 든 채 청년들의 발걸음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려 했을까 싶다. 그 심정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무언가 핀트를 잘못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청년들이 1회성 현금 다발을 푼다고 하여 자신들이 꿈꿔온 미래를 접고, 과연 중소기업으로 향하게 될까? 난 지극히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회피하고 있는지 정부는 정말 몰라서 이러한 대책을 내놓은 걸까? 아무리 취업이 되지 않아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당장의 고달픔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기에 미생이자 청춘이거늘, 단 1회성으로 안겨주는 현금 몇푼으로 자신의 미래와 맞바꾸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일자리 확충 없이 단순히 현금 몇푼 안겨줄 테니 꿈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이에 응할까?

 

본격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는 이미 과도기에 진입했음이 분명하다. 고성장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군 광복 및 6.25전쟁을 겪은 세대에 이어 베이비붐 세대들이 산업 전반의 파이를 한껏 키운 후 곧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이고, 이후 세대들이 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산업 전반의 성장이 크게 꺾여 침체 일로로 접어든 데다 초저출산의 여파로 생산가능인구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 이전 세대들이 키워놓은 파이를 이제는 축소시켜야 할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 전반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 수는 눈에 띄게 줄어 작금의 청년 실업난은 필연적인 산물일 수밖에 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절반 가량은 한 달에 200만원의 월급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중들은 300만원 내지 4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 남부럽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평균적인 삶 정도를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현실 물가와 보편적인 형태의 가족을 고려해볼 때 이는 결코 잘못된 생각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통계청의 해당 통계에 따르면 400만원 이상을 받는 임금노동자는 전체의 1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현실은 대부분의 임금노동자가 2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처지임에도 평균적으로 바라는 급여의 수준은 그보다 기대치와 눈높이가 한껏 높은 상위 10% 언저리 부근에 해당하니, 이 정도의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급 여력이 가능한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의 제법 괜찮은 일자리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는 전체 수험생 중 단순히 인원수를 기준으로 할 때 8% 가량만 인서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왠지 인서울 대학 입학이 마치 지극히 평균적인 수준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성적 기준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현상과 매한가지다.

 

우리의 과도한 경쟁은 다름아닌 이러한 현실과 이상적인 삶, 아니 실제로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 소탈한 바람과의 커다란 간극으로부터 출발한다. 좋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 젊은이들이 쉽게 취업이 가능하지 않은 이상 작금의 뒤틀린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모두가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여전히 힘겨운 경쟁 속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그 중 다수는 결국 도태되어 일종의 패배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이러한 구조적인 현실과 모순을 외면한 채 단순히 현금 다발 몇푼을 청년들에게 안겨준다고 하여 과연 달라지는 게 있기는 할까?

 

이는 청년들의 취업 준비에 힘을 보태고 구체적으로는 스펙 쌓기 등의 도움을 주기 위한 생산적인 방향에 방점이 찍힌 이른바 '청년 수당'과는 달리, 1회성 목돈의 지급을 통해 취업의 방향 선회를 꾀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한 까닭에 그 성격은 판이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현금 다발을 들고 청년들을 유혹하는 방식이라 흡사 사행성을 조장하는 느낌마저 들어 영 거북하게 다가온다. 더 나아가 지원 금액이 한 두 푼도 아니거늘, 시민들이 낸 세금이 엉뚱한 방향으로 쓰일 가능성이 늘 열려있는 대목이라 이 역시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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