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가 군소정당에 관심 가져야 하는 까닭

새 날 2016. 3. 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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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때가 때이니 만큼 각 정당마다 공천 문제로 온통 시끌시끌하다. 여당도 그렇거니와 야당 또한 잡음이 이곳 저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총선은 내년 대선을 앞둔, 권력 지형 재편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이벤트와 맞물려있는 까닭에 그 어느 때보다 기싸움이 치열하다. 야권 분열 또한 이로부터 기인한다. 겉으로는 양당 구도의 폐해를 혁파해 보겠노라는 명분을 내세운 채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뛰쳐나왔지만, 진짜 속셈은 결국 이참에 권력을 손아귀에 쥐어보겠노라는 사사로운 욕심으로 읽힌다. 물론 정당을 만든 목적이 애초 권력을 창출하기 위함일 테니, 그에 대해 뭐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입으로는 진정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할 것처럼 떠들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자리 보전보다 훨씬 뒷전으로 밀쳐낸 듯싶기에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가 야권 분열로 인한 야당의 몰락으로 발현될는지, 아니면 그들이 호언장담하고 있는 것처럼 양당 구도를 깨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는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어쨌거나 현재 양당 구도의 정치 지형이 정책 중심보다는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며 분열을 낳게 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일 테니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이 워낙 막강한 까닭에 입법부가 대통령의 권력 유지와 이의 쟁취를 위한 투쟁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반목과 대결 정치로부터 벗어나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라도 양당 구도의 지형으로부터 탈피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민중의소리

 

이러한 가운데 진보정당 등 소수정당들이 앞다퉈 창당하고 있다는 소식은 새삼 반갑다. 지난달 27일 창당한 '민중연합당'은 그 모양새가 조금은 특이하다. 세 개의 각기 다른 정당이 힘을 합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대학생, 청년실업자, 예술인, 비정규직 등 청년이 주축이 된 '흙수저당'과 농민이 중심이 된 '농민당',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비정규직철폐당' 등 그 이름만으로도 벌써 예사롭지가 않다. 이들은 평소 독자적으로 활동하다가 이번 선거에서 '민중연합당'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단다. 이들이 내세운 공약은 반가움 일색이다. 현재 정치권은 외면하기 바쁘나 우리에겐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사안들이 주를 이루는 까닭이다. 청년실업과 밥쌀 수입 금지, 비정규직철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지키기, 세월호 문제 해결 등을 내세우고 있다.

 

'폐지당'이라 불리는 독특한 명칭의 정당도 만들어졌다. 그동안 장애인 단체가 줄곧 요구해 왔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등에 대해 이번 총선을 통해 여론화 및 쟁점화하여 장애인의 권리를 되찾겠노라는 야심찬 의도가 담겨있다. '10%의 부자가 아니라 90%의 거지를 위한 정당'이라는 기치를 내건 '거지당'이라는 정당도 이채롭다. 그밖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으로 구성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일본군위안부인권정당' 등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들의 등장이 반가운 건, 근래 흙수저 출신이라며 절망감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고 있거나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을 써가며 자포자기적 심경을 드러내놓고 있는 청년들이, 이른바 '청년팔이'를 통해 오로지 기득권만을 유지하려는 기존 정치 세력에 맞서, 자신들의 처지를 스스로 개척하고자 직접 정치 참여에 나서고 있다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마찬가지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해결책 없이 그저 자신들의 이권만을 챙기는 기존 정치판에 신물이 난 사회적 약자 등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방식을 택했다는 측면에서도 무척 반갑다.  

 

 

양당 구도는 해묵은 지역감정을 축으로 하고 있는 데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오면서 그들 나름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어쩌면 우리의 고질적인 정치 행태와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누구 말마따나 이러한 양당 구도의 혁파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지역감정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양당 구도 역시 수십 년이 넘도록 우리 정치권을 지배해 온, 긴 시간 동안 퇴적되어 굳어진 일종의 관성인 탓이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도 어렵거니와 이러한 구도에 길들여진 국민들의 정서로부터 탈피하는 일 역시 요원할 테다.

 

통합진보당 때문에 진보정당의 세력이 많이 약화된 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정의당을 통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앞서 살펴본 소수의 군소정당들처럼 이른바 초기에 선보인 미니 진보정당들이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정서를 파고들며 대안세력으로서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보여주려 시도해 왔기 때문일 테다. 

 

이번 선거는 유독 야권에 불리한 구도다. 최악의 경우 자칫 개헌 저지선마저 무너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양당 구도를 깨겠노라는 호기를 부리며 모두가 만류해 마지 않던 분열이라는 독배를 스스로 마신 모 정당이 과연 자신들의 목표를 제대로 이룰 것인지가 이번 선거의 핵심 관전 포인트이기는 하나, 그보다는 청년들을 비롯하여 소외 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나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든 이들 군소정당의 활약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과거 '민중의당' 등 초기 진보정당의 형태가 정의당으로까지 진화해 왔듯 앞으로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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