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유명 관광지 유료화 논란, 누구를 탓해야 하나

새 날 2016. 2.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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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은 원래 1950년대 당시 태극도 신도들과 6.25 전쟁 피난민들에 의해 형성된 마을이다. 때문에 태극도 신앙촌이라 불리며 세인들에게는 낙후된 동네로 각인돼 왔으나 부산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합심하여 담장과 건물 벽에 벽화를 그리는 등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도시재생마을로 거듭나게 됐다. 비탈진 경사에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지붕이 옹기종기 붙어 있어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내는 덕분에 '그리스 산토리니'를 닮았다거나 혹은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급기야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곳이 다름아닌 감천문화마을이다. 지난해에만 13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했단다.

 

그런데 최근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그의 반대급부로 사생활 침해와 같이 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부작용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최근 이에 대응하고자 주민들이 입장료 징수를 추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부산시 사하구는 전체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여 감천문화마을 입장 유료화를 결정할 예정이며, 유료화가 결정되고 실제로 수익을 거두게 될 경우 이를 열악한 주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하겠노라는 내부 방침도 이미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의 발단은 이로부터 비롯됐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 환경 개선을 통해 거듭난 도시재생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야 한다면,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관광객들에 의해 축적된 좋은 이미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아 오히려 역효과를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여론이 앞선다. 아울러 입장료의 수익으로 주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실은 주민 생활에 대한 개선 비용은 그동안 지자체가 관광객의 방문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으로 마련해야 함이 옳다는 게 중론이다. 입장료를 받겠다는 건 결국 지자체의 책임을 관광객들에게 떠넘기겠노라는 심산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주택이나 건물을 제외한 감천문화마을의 거리 곳곳 대부분이 사유재산은 아닐 테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나 국립공원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근거로 입장료를 받을 생각인 것이냐며, 법적인 형평성을 내세워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마을이 관광객들의 방문 때문에 유명해졌는데도 고맙다고는 하지 못할 망정 외려 입장료 받을 생각부터 하느냐며 지나치게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다소 거북한 의견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측의 논리 역시 만만치 않다. 감천문화마을은 관광지이기 전에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평소에도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이건만,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생지옥을 방불케 하기 일쑤란다. 주민들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몸살을 앓아야 할 만큼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입장이다. 실제 거주지까지 관광객의 침범이 잦아지면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있는 데다, 오며 가며 쓰레기를 아무 곳에 투척하여 그로 인한 피해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란다. 소음 공해는 또 어떤가.

 

ⓒ연합뉴스

 

입장료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자못 팽팽해 보이지만, 일단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입장료 수익을 통해 해결한다는 건 여전히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다. 사하구는 현재 관광객들로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 등 다른 지역의 사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진출입로가 개방된 감천문화마을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는다. 하회마을 등은 일종의 독립 공간으로서 진출입로가 한정돼 있다. 아울러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을 비롯해 경주 양동 마을 등은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이래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사실 역시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 등 관광객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논란 해결의 관건이 될 텐데, 입장료 징수는 결국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관광지는 무엇보다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면 일종의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공산이 크므로, 해당 관광지의 이미지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유료화는 이렇듯 그동안 애써 샇아온 관광지로서의 명성마저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만큼 자칫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휘발성 높은 사안이다.

 

 

한편, 감천문화마을처럼 실제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비슷한 환경의 또 다른 관광특구인 서울 북촌을 비교해 볼 때 주민들의 하소연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닌 것으로 읽힌다. 북촌마을 곳곳엔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니 정숙을 요하며, 특정 시간대엔 절대로 방문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게시판이 부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관광객들로 인해 평소 주민들의 일상이 방해를 받고 있노라는 완곡한 표현 중 하나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와 골목 곳곳엔 고성방가를 일삼거나 남의 집을 기웃거리고, 바닥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투성이다. 관광객들의 시민의식은 이곳이나 감천문화마을이나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결국 성숙하지 못한 우리의 시민의식이 이러한 논란을 자꾸만 빚고 있는 셈이다.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인들 입장료로 민심을 잃게 되고 지역 이미지마저 추락시켜 결국 그 곳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를까? 오죽하면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을까. 유명 관광지의 잇따른 유료화 논란,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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