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왜 반쪽짜리인가

새 날 2016. 2. 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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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에서 2학년 1학기 과정 중 한 학기를 택하여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을 시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체험 활동 위주의 학습을 펼치겠노라는 '자유학기제'가 올해 전면 시행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 6대 과제 가운데 순위가 가장 높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2013년 42곳에 시험 도입된 이래 2014년 811곳, 2015년엔 2551곳으로 확대된 바 있고 올해부터는 전체 중학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지나친 경쟁 일변도 속에서 한 학기 정도만이라도 학습 부담감으로부터 아이들이 해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진로체험 등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색다르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학부모들은 아마도 없을 테다. 때문에 나 역시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며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대하는 만큼 우려스러운 측면도 사실 적지는 않다. 이 포스팅에선 교육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점 몇가지를 짚어볼까 한다.

 

ⓒhttp://freesem.moe.go.kr/

 

우선 서열화된 대학 및 고등학교, 그리고 입시 위주의 기존 교육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단지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의 시행만으로 과연 아이들의 꿈과 끼가 찾아질 것인가의 여부는 솔직히 지극히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해당 기간 동안 학교 시험만 치르지 않을 뿐,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완전히 덜어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라는 제도의 시행 취지와 이름에 걸맞는 효과를 얻으려 한다면 사실 해당 학기 동안만이라도 일반 교과과정에 대한 학습 부담을 완전히 덜어주어야 진정 의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 역시 학부모의 입장이지만,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해당 기간이 아닌 때와 같이 일반 교과과정이 동일하게 진행된다면 오히려 시험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업 성취 정도를 파악하기가 아려워져 불안감이 더욱 극대화되리라 전망된다. 암기 과목이야 크게 상관없다 쳐도, 적어도 영어 수학 과학 등의 교과는 이른바 기초가 요구되기에 하위 과정 중 일부라도 소홀히했다가는 이후 학습에서 곤란을 겪게 되거나 심지어 해당 과목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결과마저 유발할 개연성을 높이는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시험이 없다고 하여 정상적으로 진도가 이뤄지는 교과과정을 절대로 소홀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로 이 지점에 해당 제도의 허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제도의 맹점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은 채 엉뚱하게도 사교육 업체들이 공포 마케팅에 나섰다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직접 사교육 관계자들을 만나 자유학기제를 왜곡하는 과장 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며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영업마케팅에 대한 자율규제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수의 언론들 역시 일제히 사교육 업체들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정부의 의도와는 거꾸로 가려 한다며 스스로 정부의 기관지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혹여 제도가 실패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전적으로 사교육 업체에 전가시키겠노라는 의지로 읽힌다. 이쯤되면 제대로 된 주객전도의 상황 아닌가 싶다.

 

그러나 교육 주체인 학부모의 생각은 그와 전혀 다르다. 자유학기제라고 하지만 정규 교과과정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더구나 시험을 없앤 덕분에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가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가를 가늠할 방법이 전혀 없노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의 교과 성적이 고입 전형에 반영되지 않는다고는 하나, 상위 학년이 되면 결국 하위 학년의 학습 과정을 기반으로 하여 성취도가 갈리는 상황이기에 이에 직접 노출된 아이들이나 학부모들 또한 학습 부담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는 처지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소비자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마치 사교육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도를 무력화시키려 하는 것처럼 왜곡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사교육 업체는 자신들이 해야 할 제 역할을 충실히해나가고 있을 뿐이며, 학부모들 역시 정부가 채워주지 못하는 욕구를 사교육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지 못한 정부가 문제일 뿐 다른 주체들에겐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

 

 

기왕 자유학기제라는 이름을 내건 데다 취지가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덜겠다는 요량이었다면 아예 획기적으로 일반 교과과정 또한 넣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 건 어땠을까?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결코 모르는 바는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제도의 허점을 커버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사교육 업체들만 윽박지르고 있는 정부의 모습 또한 가히 고와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올해부터 해당 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앞서 언급한 현실적인 문제점들 때문이다. 이름만 근사할 뿐 속빈 강정과 같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들의 꿈과 끼가 찾아진다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은 아닐는지,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앞둔 정부는 꼼꼼히 되짚어보기 바란다. 대통령의 공약에서 시작된 자유학기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명칭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반(半)자유학기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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