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청년위원회의 주선으로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참석하여 함께 봉사활동을 거들던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에게 "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하고 똑같네"라고 말을 건넸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각 포털 사이트에선 때아닌 관련 어휘가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등극하는 등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하는 양상이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대중적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충분히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에서 친근함을 표현한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발언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찰이다.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발언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정황상 이번 연탄 발언은 그의 사과 여부와는 별개로 김 대표의 평소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적 사고를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라 판단됩니다.
ⓒ서울신문
김 대표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게 된 건 순전히 그가 집권 여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자 공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를 향한 대중들의 비난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김 대표 역시 이를 달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논란을 기화로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인종차별적 요소들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됩니다.
다만, 김 대표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욕을 퍼붓고 있는 우리 역시 인종차별이라는 편견 앞에서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득 지난해 빚어졌던 사건 하나가 떠오릅니다. 이태원의 한 치킨점에서 판매했다던 특종 인종의 피부색을 연상케 한 치킨, 이른바 '흑형 치킨'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 모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피부색을 지칭하는 표현은 인종차별과 비하를 뜻하는 데다 먹는 음식 메뉴에 이러한 이름을 갖다 붙이는 행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의견과, '흑형'이란 이름이 나쁜 단어도 아니고 친근한 느낌과 개성이 있어 좋다거나 정작 흑인 친구들이 더 좋아한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바 있습니다. 아울러 ‘흑형’이란 어휘에는 흑인들의 엄청난 신체 능력이나 음악적 재능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반드시 나쁘게 바라볼 것만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흑형'이란 단어가 현재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 기사를 통해서도 해당 단어를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휘를 자주 쓰는 분들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정 흑인에 대해 존경하는 의미로 이를 활용하고 있느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비하하거나 장난 삼아 올리는 게시물에 해당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이를 활용하는 이들 스스로는 나쁜 의미의 쓰임새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이 그렇지 않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표현임이 명백합니다.
유튜브 채널 쌈 TV가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콩고 왕족 출신 욤비 토나 광주대 교수의 세 자녀 파트리샤, 조나단, 라비를 출연시켜 '흑형'이라는 표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히는 영상을 최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 그들은 '흑형'이란 표현은 한국인 더러 '조센징' 하면 기분 나쁜 것과 같은 이치로 다가오며, 백인한테는 절대로 백인이라 부르는 일이 없는 데다 비웃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보편적으로 보더라도 결코 좋게 받아들일 수 없노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이라고 하면 사실 우리도 피해자의 입장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백인 문화권에서는 째진 눈을 표현하여 동양인을 비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벅스 직원이 한국인 컵에 째진 눈을 그려 넣어 논란을 빚는 등 이와 관련한 사례는 많습니다. '흑형'이란 표현은 절대로 개성 있고 좋은 어휘가 아닙니다. 그건 오로지 우리 입장에서의 얘기입니다. 당사자들이 기분 나쁘다거나 좋지 않다고 한다면 이를 굳이 사용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답은 보다 명확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는 여전히 편견이라는 괴물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김무성 대표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의 이번 발언에 특별한 의도는 분명히 없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별 다른 의미 부여 역시 없었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의 발언으로부터는 평소 그의 생각이 읽히고 있습니다. 계산된 발언보다 이런 류의 발언이 오히려 그의 사람 됨됨이를 보여주는 듯싶기 때문입니다. 편견이란 사실 세살 적부터 몸에 밴 나쁜 버릇이 쉽게 깨질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그러한 성향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뉴스
때문에 김 대표의 발언은 실수라기보다 그냥 자신의 날 것 그대로의 편견적 사고를 드러낸 결과일 뿐입니다. 물론 유력 정치인이기에 그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가 지닌 편견 여부와 관계없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했음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그의 발언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과연 김무성 대표를 향해 손가락질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편견 역시 그의 것과 비슷한, 그러한 종류가 아닐까요?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나요? 그럴 수 없다면 누군가를 향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행동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다문화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사회이기에 우리에게는 보다 열린 사고와 상대방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아울러 상호 존중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절실한 게 아닐까요? 김무성 대표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역시 우리와 다른 인종을 표현하는 어휘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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