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드디어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공식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날 것이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합당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 된 지 1년9개월만의 일이다. 이로써 극심한 내홍을 겪어 오던 제1야당의 혼란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내가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드디어'라 표현한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탈당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진작부터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안철수 그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는 건 안 의원 본인이나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야당 지지자 모두에게 득될 게 없는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총선을 불과 4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안 의원의 탈당이 지금 당장은 어려움으로 다가올지언정, 결과적으로는 야당 입장에서 가장 결정적인 불확실성 하나가 사라진 셈이기에 장기적으로 볼 때엔 매우 바람직한 결과라 판단된다. 그동안 불편하면서도 불안한 동거를 지속해 온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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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그도 한때 국민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적이 있으며, 나 또한 그로부터 한 가닥의 희망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막바로 드러난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부터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에도 그가 내세워 온 '새정치'라는 화두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거듭해 오면서 지지자들에게 되레 실망감만 잔뜩 안겨 주었던 안 의원이다. 그에게 붙은 의문부호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기만 할 뿐, 그의 등장 당시 꿈꾸었을 법한 희망 따위는 점차 사라진 채 어느덧 절망이 그 자리를 메워가던 와중이다.
일각에서의 표현처럼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사이는 어쩌면 애초 물과 기름처럼 절대로 융합이 될 수 없는 그러한 관계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해 지리멸렬하기만 한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되레 지속적으로 대립각만을 세워 온 안 의원이다. 특히 새누리당과 정부의 폭주를 보며 이를 향해 힘을 합쳐 맞서 싸워야 할 국면에서조차 안철수 의원은 이도 저도 아닌 예의 우유부단한 행태로 일관해 오거나 오히려 화살을 내부로 돌리는 행태를 일삼아 왔다.
거대 공룡인 여당과 싸우기보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기보다는 한결 같이 정체성 모호한 '새정치'만을 주장하며 같은 배를 탄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싸워 온 그다. 당 혁신안을 비판하며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는 등 그동안 탈당을 위한 명분 축적에만 최선을 다 한 흔적이 역력하고, 그가 입버릇처럼 말해 온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는 정계에 입문한 이래 사실상 단 한 차례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다. 이는 안철수 의원 개인적으로나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제1야당 그리고 지지자들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지향하는 바나 가는 길이 전혀 달랐던 그이기에 이제서야 온전한 각자의 길로 접어든 셈이 아닐까도 싶다.
그동안 대중들에게 펼쳐 온 정치 신인 안철수의 실험은 이것으로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스스로 고난의 길이라고 언급한 앞으로의 독자적인 정치 행보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향후 펼쳐질 실험은 신인으로서가 아닌 기성 정치인으로서의 그것이기에 시즌2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싶다. 어쨌거나 안철수의 결정적인 패착은 무엇보다 그가 정작 겨누어야 할 대상을 밖이 아닌 내부에서 찾았다는 데에 있다. 과거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후보의 양보를 정치 자산인 양 떠벌리고 있는 건, 그의 정치적 능력이 마치 '새정치'의 모호함 마냥 여전히 유아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 내부에서 실패한 정치 실험이 당 외부라고 하여 성공한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다.
안 의원의 혁신 요구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라 말한 사실을 두고 그는 어떻게 새누리당에 비교하느냐며 격앙된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세력 확산을 막고 더 나은 정치를 이루겠노라고 말하면서도 이제껏 그의 행보를 놓고 볼 때 새누리당보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적으로 여긴 채 열심히 동료들의 등에 칼을 꽂아 온 경향이 크기에, 결국 문재인 대표의 표현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새누리당이 그의 탈당에 반색하는 것만 봐도 답은 보다 명확해진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당 혁신과 당 대표마저 부정하고 때아닌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벼랑끝 전술로 일관해 왔다. 이를 통해 그가 얻은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가깝게는 내년 총선을, 보다 멀리는 차기 대선을 노린 치밀한 전략으로 읽힌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그의 반대급부로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문재인 대표를 희생양 삼아 그와의 갈등을 최고조로 높이며 지지부진한 자신의 지지율이나 존재감 따위를 한껏 끌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자리수에서 맴돌던 그의 차기대선후보 지지율이 근래 두 자리수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급등한 것은 그에게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 할 만하다. 물론 문재인 대표를 향한 불만이 그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온 측면이 강하기에 이러한 국면이 지속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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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 뜨악한 현실이긴 하나, 안철수 본인의 입장에서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의 입장에서든, 안 의원의 탈당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우려되는 측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예측하긴 어려우나 동반 탈당으로 이어지며 제1야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세력은 벌써부터 야당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결과를 결코 두려워 해선 안 될 노릇이다. 상처가 덧난 부위는 도려내어야 새살이 돋듯, 어차피 정리할 부분이 있다면 이참에 정리하고 가는 게 외려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의 혁신과 지도부를 흔들던 세력들을 정리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비로소 새누리당에 맞설 수 있는 선명 야당으로 거듭나야 할 테다. 그렇다면 야당 내 혼란만 주도하다 총선이라는 거대 이벤트를 앞두고 분열을 선택한 안철수 그에게는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하나. 다른 말들은 사족이 될 듯싶으니, 이 한 마디만 해 주고 싶다. 안 의원 스스로가 언급한 것처럼 그저 새누리당의 세력 확산을 막고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정치 활동을 펼쳐 주길 바란다. 아울러 한때 그로부터 희망을 바라 보았던 한 사람으로서, 어쨌거나 그의 선택이 올바른 방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열이 '새정치'는 절대로 아닐 테고 '혁신'은 더더욱 아닐진대, 당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안철수의 '정치 실험 시즌1'이었거늘 그렇다면 탈당 이후 외부에서 펼쳐질 '정치 실험 시즌2'는 과연 성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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