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자판기 탄산음료 판매 제한에 대한 단상

새 날 2015. 10. 26. 16:42
반응형

얼마 전 서울시가 시민 건강을 위해 지하철 등 공공시설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시청, 구청 등 공공기관 청사와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의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키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찬성하는 이들은 우리 국민의 하루 음료 섭취량 1위가 탄산음료이며, 250ml 한 캔에는 설탕 10스푼에 해당하는 25.3그램 이상의 당이 들어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탄산음료 판매를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시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데다, 같은 장소의 매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탄산음료를 판매하면서 자판기만 규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이의 시행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음료제조사들의 반응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법적 검토 등 정면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정책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는지는 그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1

 

그렇다면 서울시가 '시민 건강론'을 빼어든 채 탄산음료에 대한 판매 제한의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탄산음료가 비만이나 당뇨,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등 시민 건강을 해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65.3그램입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인 50그램을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알다시피 당의 과다 섭취는 비만이나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인자입니다. 그런데 가공식품 중 당류 섭취 비율이 가장 높은 종류는 다름아닌 음료수입니다. 그 중에서도 탄산음료의 접근성은 가장 높은 축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이의 접근을 제한해 보자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정책이 다름아닌 자동판매기 탄산음료 판매 제한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탄산음료는 치아 건강에도 무척 해롭습니다. 높은 산성도 때문입니다. 우리 몸 중 소중하지 않은 부위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 중에서도 치아는 평소 가볍게 여기거나 소홀히 다뤄지기 쉬운 반면 자칫 잘못 관리했다가는 평생을 두고 후회해야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기관에 해당합니다. 탄산음료의 산도는 pH 2.5-3.5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입속 산도가 pH 5.5 이하이면 치아를 보호하는 부위인 법랑질(에나멜 표면층)이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영국 버밍험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탄산 음료가 청소년의 치아 부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밝혀졌습니다. 영국의 14세 청소년 중 약 92%가 탄산 음료의 섭취로 인해 법랑질이 부식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치아와 탄산음료의 관계에 대해 최근 미국의 웹사이트인 버즈피드가 매우 흥미있는 실험 하나를 진행하여 인터넷에 공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실제 사람의 치아를 탄산음료에 담가두는 실험이었는데, 그 결과 이틀 후부터 치아의 변색이 심해지더니 5일째엔 흉측한 모습으로 돌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가 치아에 치명적인 이유를 이보다 극적으로 묘사할 수는 없을 만큼 그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자, 이제 이 정도면 탄산음료가 우리 몸 곳곳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충분히 납득 가능해졌겠지요? 탄산음료가 많은 양의 당 섭취를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심각합니다만, 높은 산성도로 인해 치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될 대목입니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행위는 우리에게 순간적인 청량감을 전해줄지언정,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협적입니다.

 

ⓒbuzzfeed

 

한편,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측은 주로 탄산음료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한 직종에 몸담고 계신 분들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을 통한 여론전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탄산음료와 관련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인터넷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진하지 않았으면 애초부터 욕을 얻어 먹지 않아도 될 사안이기에, 굳이 이를 꺼내든 서울시의 진정성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애시당초 시민들의 건강을 고려한 정책이 아니라면, 음료제조업체 등의 반발과 방해공작이 너무도 뻔한 현실 속에서 이를 애써 꺼내들 필요가 없는 탓입니다. 한 마디로 서울시의 입장에서 볼 때 해당 정책을 통해 이득을 볼 일은 전무하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한다며 담뱃값인상을 시도했던 정부조차 그의 반대급부로 엄청난 세수 인상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번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산음료를 굳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판기가 아닌 인근 점포 등에서 구입하여 마시면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전체 음료 판매시장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서울시의 공공시설 및 지하철 자판기에 영향을 미치게 될 이번 조치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보기엔 다소 무리로 받아들여집니다. 일례로 지하철 역 구내에도 편의점은 즐비합니다. 이곳에서는 이전에도 그래왔듯 앞으로도 탄산음료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을 통해 전 외려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건 부지불식간 나쁜 습관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선 적어도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만큼은 자판기를 이용해 탄산음료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전혀 주어지지 않을 터이기에 평소 무심코 해당 경로로 섭취해오던 탄산음료의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그 양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테고요. 그러다 보면 탄산음료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또한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주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시민들의 의식이 변모해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소득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서울시의 탄산음료 제한 정책은 탄산음료의 해악성을 알리는 데 있어 일등 공신이자 커다란 상징성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여타의 자자체 등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실효성에 대한 의심의 눈길마저 한꺼번에 불식시킬 수 있을 테고요. 물론 이러한 결과가 음료제조업체에는 뜨악할 만한 사실로 와닿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시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꽤나 바람직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전 이번 서울시의 자판기 탄산음료 판매 제한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