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돌고래호 사고로 드러난 낚시어선 관리의 허점

새 날 2015. 9. 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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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지만 모든 사고는 부지불식간, 그리고 예고 없이 다가오는 법입니다. 이를 예측하여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야 그보다 바람직한 건 없겠습니다만, 알다시피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주어진 상황이라 자연재해 따위가 발생할 경우 딱히 손을 쓸 수 없는 데다, 비단 그것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다 보니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더러 실수도 곧잘 저지르곤 하는 까닭에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는 게 보편적인 우리네 모습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혹시나 벌어질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늘 대비하고 또 대비해오고 있는 와중입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들 때문에 간혹 사전 대비가 미흡하여 안타까운 대형 참사를 빚곤 합니다. 5일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 역시 그러한 사례로 보입니다.

 

해양레저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낚시 레저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70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 규모 또한 그에 비례해 어느덧 2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안전의식도 그와 함께 커져야 할 법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한 듯싶습니다. 이번에 전복된 돌고래호와 같은 낚시어선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을까요? 낚시업계에 따르면 낚시어선의 출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바다낚시 커뮤니티 등에서 모객 행위를 통해 이뤄진다고 합니다. 돌고래호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출항하였다고 합니다.

 

ⓒ뉴스1

 

하지만 주말마다 쏟아지는 낚시어선의 승선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설인데요. 왜일까요? 출항 시 배의 톤수나 승선인원과 관계없이 모든 선박은 반드시 해경에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만, 개인 사정 따위로 인원 수가 수시로 바뀌는 낚시어선인지라 선장이 그러한 내역을 해경에 일일이 알리지 못하는, 일종의 업계 관행 탓입니다. 이렇듯 바다낚시를 둘러싼 영업 행위는 갈수록 과열되고 있고, 반대로 낚시객을 태우는 선박은 그에 비례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또 다른 참사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낚시어선에 대한 신고와 관리 감독 절차는 상대적으로 매우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대로 된 관리 감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표현이 더욱 적확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러한 관행은 이번 돌고래호의 승선 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애초에 신고된 승선 인원은 22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고가 난 지 만 하루가 지난 6일 오후까지, 돌고래호에 함께 탑승했던 생존자뿐 아니라 해경조차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본의 아니게 세월호 참사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오버랩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낚시 승객들과 선장 등의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제도상의 허점은 그보다 더욱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르면 낚시 어선 업자는 출입항 신고서와 승선원 명부를 첨부하여 출입항 신고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소규모 어항에는 어촌계장 등 민간인이 신고장 접수를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의 확인은 법적으로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참입니다. 하물며 일부 여객선도 여전히 승선 인원에 대한 올바른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거늘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인 데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낚시어선 업계의 관행 속에서 어쩌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집니다. 승선 인원을 파악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은 그저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승객에 대한 안전 관리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부 생존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젖어 있는 상황이라 착용을 꺼렸다는 증언이 나왔는데요. 전복된 배를 부여 잡은 채 사투를 벌였을 이들에게 있어 구명조끼의 유무는 사실상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인자가 됐을 법하기에 더 없이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행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르면 낚시어선업자는 안전운항을 위해 승객 등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승객이 착용하지 않을 경우 승선을 거부할 권한이 선장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해역인 제주특별자치도의 '낚시 어선의 이용 등에 관한 조례안'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으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안전이 돈과 개인의 취미 활동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부 낚시 승객들과 배를 운항하는 선장들의 행태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리하게 위험한 지역으로 배를 운항하는 등 안전의식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탓입니다. 위험한 날씨와 지형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부터 웃돈을 받고 물고기가 더 잘 잡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면 이를 쉽게 물리칠 수 없는 게 어쩌면 오늘날 대한민국 낚시어선의 본질이 아닐까 싶군요. 안전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다수의 선장은 오늘도 돈 앞에서 이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뜨악한 현실입니다.  

 

낚시어선 자체의 안전관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낚시어선 신고 대상은 연안어업 허가를 받거나 양식장 관리선 중 10톤 미만의 연안어선에 해당합니다. 낚시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선검사증을 받고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구명조끼·등의 안전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낚시어선업은 단지 신고 사항으로, 안전 관리 등의 권한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낚시어선법에는 관리 주체를 지자체 등이 아닌 어선 업자나 선원이 직접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난 돌고래호 역시 안전 관리를 선주나 선원이 직접 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배가 전복된 이유는 사고 수습 후 당국이 밝혀내야 할 상황입니다만, 정황상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졌을 리 만무해 보입니다. 법에 관리 주체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데다 지자체나 관계 기관의 점검 역시 지극히 형식적으로 흐른 결과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웠던 대목은 해경을 관할하는 국민안전처와 사고 해역인 제주특별자치도가 낚시어선의 안전문제를 두 달 전 사전 인지한 채 관련 회의와 합동점검을 해놓고도 이번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보령 해상에서 낚시어선 충돌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낚시어선들이 정원을 초과해 운항하는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국민안전처가 중심이 되어 지난 7월 17일 낚시어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관회의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구체적인 점검 사항은 낚시어선의 출항 전 점검 및 안전속력 항행과 승선명부 성실작성에 관한 사항, 낚시어선 합동 안전점검, 과승, 음주운항, 무면허 영업 등 단속, 구명조끼 착용 등에 관한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낚시어선에 대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또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긴급 안전 점검 회의까지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번 사고를 막지 못 한 건 결과적으로 당시의 대응이 지극히 형식적이거나 부실로 흐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게 합니다. 두 달 정도의 시간이라면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 여겨지는 탓에 이번 사고 결과가 더 없이 안타깝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노컷뉴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 안전 관리가 크게 강화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어선, 특히 낚시어선과 낚시 승객들의 안전 의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급팽창하는 레저인구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낚시어선 업계의 관행 그리고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작금의 끔찍한 사고를 빚고 말았습니다. 크고 작은 숱한 사고를 접해오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건 참사란 녀석은 우리 곁에서 늘 배회하며 호시탐탐 기회만을 엿보다가 상대방이 허점을 보이는 등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사실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도 기술했듯 이를 사전에 막을 방도는 물론 없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이기에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비가 일정 정도는 가능합니다.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시민 의식만을 탓해서도 안 될 노릇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깨달을 수 있듯 법과 제도상의 허술함이나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흐르는 관리 감독, 아울러 우리의 얕은 시민의식이 한데 어우러진,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아오던 전형적인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사후약방문격이 돼버렸습니다만, 어쨌거나 제대로 된 후속 대책으로 비슷한 참사가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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