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경차 취득세 부활로 지방세 확충 가능한가

새 날 2015. 7. 2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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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취득세 부활 논란이 거세다.  올해 12월 31일자로 일몰 예정인 경차에 대한 7% 취득세 면제 혜택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경차 취득세 부활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노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재 검토 중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데다, 지방세 감면율을 대대적으로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는 탓이다.

 

4%인 경차 취득세의 부활이 과연 어떠한 영향으로 다가오게 될지 각계 부문별로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자.  취득세의 부활은 결국 세 부담의 증가를 의미하게 되고, 물론 옵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차 가격이 대당 1400-1500만원 가량 된다고 한다면 낮은 옵션의 소형차와 비교해 가격적인 이득은 그다지 크지 않게 된다.  오히려 가격 역전 현상마저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경차를 사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지방 재정 확충 효과도 결과적으로 큰 빛을 보지 못 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자동차 제조사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그 규모가 작은 상황이라 당장 경차 시장의 축소를 우려하고 있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기업 입장에선 마진이 크게 남지 않아 팔아본들 남는 게 없어 일종의 박리다매 방식으로 경차 생산라인을 유지해 온 셈인데, 시장이 축소될 경우 현재의 생산라인 유지조차 버거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의 전망에 따르면 실제 경차 취득세가 부활할 경우 경차 시장이 약 15% 가량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의 결과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 채 악순환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지방세수의 확충에 사활을 건 정부의 입장에선 과연 어떨까?  결론적으로 볼 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경차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경우 세수 효과 또한 미미할 것이라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보다는 자동차 취득세 얘기가 나왔으니 현재 정부가 지방세를 어떠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시각을 한 번 살펴보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지방세가 정부의 정책수단으로 자주 동원돼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 이유는 중앙정부의 부담을 지방정부로 떠넘기더라도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 등 굵직한 경제 이벤트를 벌일 때마다 지방세법 등을 동원해 지방세를 건드려 오는 방식으로 지자체에 고통을 떠넘겨 왔다.  경기부양대책 때마다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 당근책을 꺼내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온갖 선심성 정책을 통해 정부는 생색내고 그로 인한 부담은 오롯이 지자체가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경향신문

 

이 때문에 2010년 3조4000억원이던 취득세 감면액은 2011년 5조5000억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기조는 그대로 유지돼 오고 있다.  지방세 징수액이 국세 징수액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013년 기준 국세 감면액의 절반 가량인 지방세 감면액 16조원은 지나치게 과도한 액수로 추정된다.  지방세의 구체적인 감면율은 23%로, 14.3%에 불과한 국세에 비해 감면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방세 감면액이 이처럼 커진 데는 중앙정부의 재정 악화로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때마다 만만한 지방세를 건드려 오면서도 이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탓이다.  비과세 감면에 대한 통제와 감시 기능이 세무를 담당하는 부처 간 업무가 분산돼 있어 서로가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세수가 줄어들 경우 국채를 발행하든,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리든 당장 채워 넣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고, 지방세수의 부족은 지자체가 자구책을 동원하여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한 채 자신들이 기꺼이 떠안아야 할 책임을 오히려 지방정부로 떠넘긴 중앙정부 탓에 그동안 지자체만 속앓이를 해 왔던 셈이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지방세 감면율을 2017년까지 15%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몰이 도래하는 지방세에 대한 감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단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감면대상 지방세는 총 178건에 2조9000억원 상당이다.  경차 취득세 또한 그 중 하나다.  때문에 경차 취득세 부활과 관련하여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물밑에선 이미 올해말로 일몰 시기가 돌아오는 경차 취득세의 부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노컷뉴스

 

이번 논란은 세금에 지극히 민감한 여론의 반응을 사전에 한 번쯤 떠보기 위한 정부의 묘수일 수도 있겠다.  다만, 경차 취득세 부활은 그로 인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경차만이 갖는 상징성 하나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2017년 총선과 2018년 대선이라는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정부가 섣불리 이를 부활시키기도 실은 쉽지 않은 노릇일 테다. 

 

지방세 확충으로 지자체의 재정을 든든하게 한다는 취지엔 누구나 공감한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선심성 정책 때문에 지자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며 지방정부의 재정을 열악하게 만들어 왔던 악습의 굴레를 끊고 이를 올곧게 세운다는 데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대상이 경차라는 사실은 그리 달갑지가 않다.  아니 매우 불쾌하다.  왜냐하면 값비싼 고급 수입차를 리스나 법인의 업무용 차량으로 활용, 세제 혜택을 보는 차량이 80%에 이르는 우리의 현실은, 지극히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서민들과 애초 출발선상부터 다른 상황이거늘, 주로 서민들이 저렴한 구입과 유지 비용 때문에 이용하는 경차에 대해 취득세를 물리겠다고 나선다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 예측되는 상황과는 별개로 국민 정서와 전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이기에 애초 이 카드를 꺼내든 것부터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정작 정부가 손을 대야 하는 부분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세 감면이 아니라 부동산경기 부양 등의 선심성 정책을 베풀 당시 부자나 기업을 대상으로 감면했던 세원에 국한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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