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자전거도로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새 날 2015. 5. 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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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서울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형성된 자전거도로가 자전거 전용도로인 줄로만 알았던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전거도로 옆으로는 엄연히 보행자도로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고, 자전거도로 바닥엔 자전거 그림과 함께 자전거 전용도로라 쓰여 있는 탓에 이른바 자전거 전용도로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며 받아들였던 덕분입니다. 

 

때문에 간혹 자전거도로 위에서 조깅을 즐기거나 반려견과 함께 걷는 보행자들을 볼 때면 야속한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아니 보다 솔직한 속내를 비치자면, 오로지 자전거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하나로 인해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멀쩡한 보행자도로를 놔둔 채 하필이면 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하는가 싶었던 까닭입니다.

 

ⓒ머니투데이

 

그러나 서울 시내엔 현재 자전거 전용도로란 형태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자전거도로는 죄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였던 겁니다.  물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전거와 보행자의 통행 구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데다 노면에도 엄연히 표시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형태의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만큼은 보행자는 보행자 통행구간으로 통행해야 하는 게 분명 맞습니다. 

 

따라서 한강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위를 보행자들이 진입하여 이용하는 행위는 그다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이곳에서 자전거와 보행자 간 충돌이나 접촉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법적으로 볼 때엔 엄연히 차로 분류되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상의 책임을 묻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보행자 모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행자가 멀쩡한 보행자도로를 놔둔 채 하필이면 왜 자전거도로로 침입해 들어와 멀쩡한 주행을 방해하느냐는 불만을 갖기 쉽고, 반대로 보행자들 역시 자전거 운전자들이 규정된 속도를 위반한 채 달리거나 떼로 몰려 다니며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입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양 측의 주장 모두 옳습니다.  자전거 운전자들의 경우 비단 보행자를 의식해서라기 보다 도로마다 규정된 제한 속도를 지켜가며 안전하게 운행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이며, 보행자 역시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곳에선 자전거도로를 침범하지 않는, 서로 간의 양보와 배려가 절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구글 이미지 캡쳐

 

그렇다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사이의 이렇듯 첨예한 갈등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또 다른 이동수단에 대해 살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근래 외발형 전동 스쿠터가 인기몰이 중입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시속 20킬로미터의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릴 수가 있고, 휴대마저 간편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마치 서커스 묘기에서 보았던 외발자전거를 연상케 하기에 외발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운행이 가능할까 싶습니다만, 실은 운전자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자기 센서가 부착되어 있는 탓에 바퀴 하나로 중심을 잡은 채 달리는 행위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랍니다.  기술의 발전이 놀랍긴 하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개인용 이동수단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법적 분류나 단속기준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속 20킬로 정도로 인도 위를 주행할 경우 보행자의 안전은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어떠한 법적 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때문에 시대적 조류에 걸맞게 법적 체계를 정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행자나 운전자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그러나 제가 언급하고 싶은 건 법적 체계를 갖췄느냐의 여부보다는 오히려 이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는 오토바이라는 이동수단을 사례로 들겠습니다.  이에 대한 법적 체계는 이미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자의 안전과 생명은 여전히 그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비단 법적 체계와 정비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후 정책을 비롯한 행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애써 갖춰진 법 체계란, 현실적으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탓입니다.



다시 자전거도로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작금의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갈등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 원만하게 작동을 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미숙한 정치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단 그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여 법이 제대로 갖춰지는 등 정치가 제법 잘 작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후의 관리 체계가 엉망일 경우 뒤따르게 되는 산물로 읽히는 탓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이 등장함과 동시에 그에 따른 법적 체계를 만들고 잘 정비한다고 하여 모든 게 끝은 아닐 것입니다.  이후의 행정 체계가 엉망일 경우 현재의 오토바이 문제처럼 언제든 보행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도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법적으로는 이미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의 체계를 잘 갖춰 놓았습니다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홍보와 혼선을 빚는 정책 등 어수선한 행정 체계로 인해 시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자전거 운전자 및 개인 이동수단 이용자에게 보험 가입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험 가입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대목입니다만, 그에 앞서 우선 시민들 간의 갈등 요소부터 해소해야 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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