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개인은 옥죄고 기업규제만 푸는 이상한 나라

새 날 2015. 1. 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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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때문에 근로소득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세법 개정에 따라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더 냈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의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으로 비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애시당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명확했던 걸로 보입니다.  즉 야당 등 일각에서 주장했던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론' 에 대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결국 만만한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만을 작정하고 노린 것입니다.  물론 뒤늦게 논란이 일자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호들갑들이지만, 사실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법 개정에 나섰을 리가 없을 터이기에 그저 씁쓸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기업 짝사랑은 유별난 것 같습니다.  오로지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하에 온갖 규제 철폐며, 세금 혜택 그리고 심지어 중죄를 짓고 감방에 갇힌 재벌 총수마저 구하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경제가 활성화되어 경기가 살아나는 일을 마다할 국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작금의 경기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할 테고요.  그러나 규제기요틴을 내세워 나쁜 규제를 단두대에 올리겠노라며 대기업을 위한 규제 철폐 및 완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만, 그 반대로 개인들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이 나라에서의 민초 노릇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경향신문

 

연초부터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자들을 달달 볶더니, 이번엔 정부가 음주자들을 겨냥하고 나섰습니다.  공원과 대학 등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판매하는 행위 금지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입니다.  담뱃값 인상 때만 해도 남 일 같았던 일이 음주자를 향해 그 규제 범위를 점차 좁혀오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3월 안으로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입니다. 

 

물론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고려한다면 우리의 음주 문화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점엔 인식을 같이하고 싶습니다.  다만, 가뜩이나 담뱃값 인상 등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는 시점에서 들고 나온 정책이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 의지에 맡기기보다 강압적인 규제로 국민들의 행동과 자유에 제약을 가하려는 의도가 가장 못마땅하게 와닿습니다.  아울러 이번엔 비가격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조만간 담배처럼 직접적인 가격정책을 들고 나올 개연성이 높기에 이래저래 피곤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싶습니다.  비흡연자인데다 비음주자에겐 이 또한 남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안 그런가요?  그러나 정부의 개인 규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방송 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불공정행위 규제 기준을 만들고, 방송 통신 결합상품 선택시 제공되던 각종 요금할인 혜택을 제한하는, 이른바 '결합상품 상한선' 제도를 제정하겠노라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초고속인터넷과 IPTV 그리고 유무선 통신서비스 등을 결합하여 이용시 제공되던 결합할인 혜택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집뿐 아니라 대다수 가정에서 이러한 결합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에 해당 조치는 결국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대가로 또 다시 소비자들을 희생양 삼아 가계의 통신비 부담만 대폭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리라 판단됩니다.  



이제 좀 현실로 와닿는가요?  이번엔 다른 방향의 얘기를 해 볼까요?  해외 사이트를 경유하여 구입하는 게임물에 대한 등급제 등의 규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웹하드나 P2P에서 음란물을 찾을 수도 없고 송수신조차 불가능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웹하드 등에서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고 청소년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의 유해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올 4월 16일부터 시행됩니다.  이른바 '야동'이라 불리는 해외판 성인 동영상의 유통을 전면 차단하겠노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저 역시 애를 키우는 입장이라 무분별한 게임이나 음란물 규제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유 의지에 따라야 할 성인들조차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온라인 상에 떠돌고 있는 음란물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결국 '야동'을 원천 차단하겠노라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인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개인들의 사생활에까지 직접 간여할 만큼 지나친 수준의 규제가 아닐까 싶어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이번 정부가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지난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을 경제적으로나 각종 규제를 통해 더욱 옥죄는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로 허용한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그리고 면세점 추가 허용 등은 결국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정책일까요?  대기업에 좋은 일을 시키는 대표적인 결과물들입니다.  이쯤되면 이명박 정부의 삽질에 한 술 더 뜨고 있는 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벌여놓은 '사자방'이 이번 정부의 재정 파탄을 불러왔듯 '창조경제'와 '경제활성화'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뜬구름 잡는 정책 때문에 자칫 그보다 더한 폭탄을 차기 정부에 넘겨주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마저 듭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업들의 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그 반대로 가계의 자산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기업에게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낙수효과는 개나 주라고 합니다.  이렇듯 기업과 가계 자산의 격차가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는 경제활성화라는 애매한 명분을 내세워 여전히 개인을 희생양 삼고 기업들 배불리는 일에만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소득 4만달러는 결국 기업들의 돈잔치를 위한 허황된 구호에 불과합니다.

 

이 나라에서의 민초 역할 하기를 이토록 힘들게 만들어놓고 정작 대통령과 국정컨트롤타워 청와대는 맡은 바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채 국기문란과 국정개입 등 온갖 추문 및 추태만을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채찍질도 이젠 이골이 날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의 피드백이 있어야 채찍질도 신이 날 법한데, 이건 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따로 없으니 말입니다. 

 

이 정부 들어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란 말은 그저 영화나 활자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의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쯤되면 국민에 대한 국가의 갑질이라 칭할 만합니다.  이 나라에서의 민초 역할은 참으로 고달프기 그지없습니다.  누군가 이 정부의 폭주를 멈추게 했으면 좋으련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더욱 갑갑하기만 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들이 셧다운제를 시행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로 시작되는 한 네티즌의 절규가 다소 우스우면서도 가슴 절절이 와닿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투표 잘못한 결과가 이렇듯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선거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깨닫게 합니다.  이 시점에서 여러분께 더욱 암울한 말씀 한 가지 드려볼까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괜시리 제게 화풀이는 마시길..  다름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아직도 3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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