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나이 71세. 췌장의 꼬리 부분에 또아리를 튼 악성 종괴는 발견 당시 이미 췌장의 경계를 넘어 엄마의 몸 구석구석을 마구 헤집어 놓은 상태였다. 병원 치료를 포기한 엄마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겠노라 선언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딸 앞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예고된 엄마의 죽음. 하지만 맞딸 정연에게 엄마의 부재란 너무도 낯설고 두려운 경험이었다. 생전 엄마와 정연의 사이가 각별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엄마는 남편 없이 두 딸을 성장시켰으며, 정연은 동생 미연과 달리 아직 미혼이었다. 정연은 동생 미연과 함께 엉겁결에 장례를 치르고 뒷일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로는 온전한 추모의 시간. 정연은 엄마와의 추억을 되짚으며 엄마가 살아온 삶과 자신의 그것을 조용히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