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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위안으로 이끄는 영화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카페 겸 음식점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나홀로 운영 중이다. 가게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다. 그녀는 손님이 곧 하나둘 늘어날 것이라 믿고 매일 아침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한 손길로 식기들을 닦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첫 손님을 맞게 되는 카모메 식당. 토미(자코 니에미)라 불리는 핀란드 국적의 청년이다. 그는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사치에와 금방 가까워진다. 그렇게 카모메 식당과 인연을 맺은 그에겐 사치에가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마시는 일이 매일 치러야 하는 일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무작정 핀란드 여행에 뛰어든 일본인 여성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를 사치에가 우연히..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맛.. 얼어 죽어도 '동치미국수'

26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겨울로 깊숙이 진입한 모양새다. 습관처럼 켜놓은 TV 화면에는 목도리 등으로 칭칭 감싼 차림새로 얼굴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기상 캐스터가 등장,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며 외부의 느낌을 생생히 전하고 있었다. 덕분에 조금은 밋밋하여 잊고 지내온 한겨울의 느낌이 온전히 되살아난다. 이런 날에는 움직임 자체가 무척 곤혹스럽다. 일요일인 게 천만다행이다. 오늘처럼 온몸이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몹시 추운 날이면 으레 따스한 국물이 곁들여진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난 그 반대다. 추우면 추울수록 되레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 맛으로 다가오는 음식 하나를 떠올린다. 흔히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생각하기 십상이겠으나 이는 아니다..

그냥 저냥 2021.12.26

액션 종합선물세트 <유체이탈자>

어느 날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교통사고 현장에서 깨어난 강이안(윤계상).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다. 거울에 비친 얼굴도 영 낯설기만 하다. 경찰서에서 사고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현 상황이 몹시 혼란스러우나 이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 이윽고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기 때문이다. 강이안은 12시간마다 전혀 다른 사람의 몸에서 새롭게 눈을 뜬다. 이 기이한 현상은 강이안의 평범했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자신의 정체성이 몹시 궁금해진 강이안. 그를 둘러싼 사건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몸을 빌려 깨어날 때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뒤를 쫓는 한 남자, 그리고 그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한 여자. 이들 사이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으로 ..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빌런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계략에 의해 자신의 정체가 세상 모든 이들에게 탄로남과 동시에 또 다른 빌런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이 와르르 무너져버린 피터 파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통해 세상을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탄로나기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은 실행 과정에서 어긋난다. 그의 주문이 멀티버스(다중우주)를 잘못 건드리는 통에 과거 스파이더맨과 대적했던 빌런들을 일제히 현실 세계로 소환하게 된 것이다. 빌런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닥터 스트레인지. 이는 곧 빌런의 죽음을 의미하기에 그럴 수는 없다며 완강히 버티는 피터 파커. ..

국힘 윤석열 후보의 호남 발언.. 이래서 잘못됐다

호남 지역 민생 탐방을 연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지난 23일 오후에는 국민의힘 전남 선대위 출범식 참석을 위해 순천시 모 호텔을 방문,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우리 호남 분들이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를 하지 않으셨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이에 덧붙여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며 공개적으로 호남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권이라 규정 지으며, 그 원인이 민주화 운동 세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5월 이후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국민 중론"이라며 "시대착오적인 이념으로 엮이고 똘똘 뭉친 소수의 이너서..

생각의 편린들 2021.12.24

특이점이 온 듯한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부인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가운데 윤 후보가 폭탄선언을 했다. 대통령의 부인, 즉 영부인 제도를 이참에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영부인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제2부속실을 해체하거나 그 역할을 대폭 축소한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취지의 언론보도를 접한 뒤 나는 묘한 기시감과 마주해야 했다.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뒤 해경을 해체한다는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근본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보다는 침몰 사고 당시 구조 실..

생각의 편린들 2021.12.22

전쟁이 초래한 비극 속에서 건져 올린 한 줄기 희망 <아뉴스 데이>

폴란드의 한 수녀원. 이 곳을 몰래 빠져나온 아레나 수녀(요안나 쿨릭)는 의사를 수소문하기 위해 마을 주변을 배회한다. 출산이 임박한 동료 수녀를 도울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을 아이들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프랑스 국적의 적십자사, 어렵사리 의사를 찾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여건상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결국 도움 요청을 거절 당한 아레나 수녀가 할 수 있었던 건 적십자사 건물 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리는 일뿐. 그때였다. 프랑스 국적의 의사 마틸드(루드 라쥬)가 아레나 수녀의 기도 모습을 우연히 목격, 마음이 바뀌었는지 아레나 수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함께 수녀원으로 향하는데... 1945년,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휩쓸린 폴란드의 상황은 그야말로 엄혹했다. 영화 는 ..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소름끼치게 다가왔던 이유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오징어게임'에 이어 또 다시 인기몰이에 성공을 거뒀다. 이는 K-콘텐츠의 세계적 현상이 결코 일시적이거나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는 결과물이라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심 반갑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걸까. 도대체 어떠한 요소들이 세계인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고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걸까. 죽음.. 비단 인간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라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절대 숙명에 가까운 명제다. 언젠간 맞닥뜨려야 할 운명이자 현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외면하고 싶은 게 인류의 보편 정서다.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명제는 두려움 및 공포와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드라마 '지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속물 사회를 통렬히 비틀다 <속물들>

미술작가 선우정(유다인)은 동료의 작품을 표절한 뒤 이른바 ‘차용미술’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작품을 발표하고 이를 판매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덕분에 그녀는 평소 자신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동료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정은 한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 서진호(송재림)로부터 특별전 참여 제안을 받게 된다. 애인 김형중(심희섭)과 동거 중이던 선우정은 이 특별전 참여를 빌미로 서진호와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데.. 영화 은 창작보다 동료들의 작품을 베끼는 작업에 더 익숙했던 한 여성 미술작가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미술계의 낡은 관행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블랙코미디로, 속내를 감춘 인물들 저마다 미술관을 매개로 치열한 속물 ..

'찐' 유감

언어는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 끊임없이 만들어지거나 사라지며 손바뀜을 거듭한다. 때문에 시대의 변화상이 언어에 투영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찐’은 근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속어 가운데 하나다. ‘가짜’라는 의미의 ‘짭’이 비대칭이었던 까닭에 애써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였을까? ‘진짜’라는 의미의 ‘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언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닌, 놀이나 유희의 도구로까지 그 쓰임새를 넓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대견스럽다. 모두가 알다시피 ‘찐’이라는 단어는 속어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통용되면서도 정통어법으로부터 벗어나있는 비속한 언어가 다름 아닌 속어다. 여기서 ‘비속(卑俗)’이란 ‘격이 낮고 속됨’을 의미..

생각의 편린들 2020.12.01

잔잔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추억 <이웃사촌>

평소 반공사상이 남달랐던 대권(정우). 그는 이러한 성향 덕분에 집권세력의 눈에 띄어 해외에서 귀국한 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의 도청 임무를 맡게 된다. 대권이 지휘하는 도청 팀은 자택에 격리되어 옴짝달싹 못하게 된 이 총재의 이웃 주택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인 양 위장한 채 머물며 비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들은 첨단 도청 장비를 이용하여 이 총재를 비롯한 가족과 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기록해나가는 일을 도맡는다. 영화 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쿠데타로 들어선 권력이 그 정점에서 맹위를 떨치던 1980년대. 어느 누구보다 애국정신(?)이 충만하던 한 가장이 이웃으로 위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야당 총재를 비밀리에 도청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집권..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굴레, 스포츠 폭력

어릴 적부터 유독 운동을 좋아했던 철인3종경기 유망주 최숙현 선수. 그녀가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근 국회 청문회를 통해 공개된 그녀의 일기장에는 지난 3년간 그녀가 당했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좋아하던 운동. 이를 그만둘 각오로 피해를 호소했으나 정작 그녀에게 돌아온 건 차디찬 외면과 좌절뿐. 지난 8일 방송된 SBS ‘엘리트 스포츠 왕국의 그늘’ 편에서는 폭력 피해를 호소하던 20대 스포츠 유망주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그 배경과 스포츠 폭력의 구조적인 문제점, 그리고 대응책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청 입단 이후 잦은 폭력에 시달려왔다. 그녀에게 가해진 폭언과 폭행은 3년 동안 지속됐다. 의사로 속인 뒤..

생각의 편린들 2020.08.08

코로나19로 발 묶인 해외여행, 언제쯤 가능할까

지난 5월, 해외 출국자 수 3만2천여 명.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98%나 감소한 수치이다. 이를 입증하듯 해외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예년 이맘때의 공항과 달리 최근의 공항 분위기는 썰렁함 일색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객이 급감한 탓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여행 산업이 유례없는 사태로 고사 위기에 직면한 상황. 지난 1일 방송된 SBS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인 해외여행객들의 근황을 살펴보고, 그동안 성장 일변도였던 해외여행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인지, 아울러 앞으로의 해외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지 집중 취재했다. 코로나19로 발 묶인 해외여행 지난 2월 인도를 여행 중이던 20대 우금씨와 나영씨.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남은 일정 ..

생각의 편린들 2020.08.01

어느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

지난 6월 3일, 광주광역시 외곽의 농로에 주차돼 있던 한 차량 안에서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들은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복지관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가족들이 온종일 발달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 지난 25일 방송된 SBS ‘어느 장애인 가족의 비극’ 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돌봄으로 인해 겪는 고통을 살펴보고, 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의 현황 및 대책에 대해 취재했다. 어느 장애인 가족의 죽음 숨진 모자가 발견된 차안에는 어머니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그동안 후회 없이 살았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20대 발달장애 아들과 그의 어머니에게는 무슨 일이 있..

생각의 편린들 20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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