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호주 인질극 사태를 통해 얻는 교훈

새 날 2014. 12. 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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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인질범을 포함 모두 3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는데요.  

 

우선 인질극 당시 범인이 이술람국가(IS) 깃발을 밖에 내걸은 탓에 이번 인질극이 IS 소탕작전에 깊이 발을 들여놓은 호주에 대한 보복으로 비쳤다는 점, 그리고 한국계인 배지은 씨가 인질로 잡혔다 중간에 빠져나온 5명 중 하나에 속했다는 소식, 아울러 결국 인질 두 명의 희생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었다는 점과 알고 보니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라기보다 이란 출신 난민이자 각종 범죄에 연루된 채 사회적 일탈과 개인적 불만을 이슬람 극단주의로 포장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사실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역시 인질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점일 겁니다.  사상자가 발생치 않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끝내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최근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하는 세력의 잇단 테러와 인질극으로 인해 주로 서방을 중심으로 이슬람권을 혐오하는 '이슬라모포비아' 현상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호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15일의 인질극 사태로 인해 이슬람을 향한 혐오 분위기는 한층 고조돼가고 있던 찰나인지라 호주에 거주하고 있을 아무 죄 없는 일반 무슬림 주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압박감 내지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인질극이라는 끔찍한 상황을 직접 겪은 호주인들의 시민의식은 의외로 성숙했습니다.  호주 인터넷 사용자들의 소셜미디어에는 #illridewithyou(내가 당신과 함께 탈 거예요)라는 해시태그들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히잡 등 종교적인 복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안을 느끼는 무슬림들을 위해 버스 전철 등을 함께 타주겠노라 자청하는 호주인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호주 트위터 측에 따르면 해당 해시태그는 2시간 만에 4만건, 4시간 뒤엔 15만건으로 크게 불어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호주 내 이슬람인들을 향한 친절 베풀기 행동은 또 다른 친절을 낳으며 급속도로 확산돼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타인에 대한 호의는 또 다른 호의를 낳고, 이는 다시 다른 이에 대한 호의로 이어지며 호의 릴레이가 되어감을 호주인들이 직접 실천해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호주인들의 선한 행동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2012년 우원춘 사건의 여파로 중국동포들이 강력범죄의 온상이라는 편견이 확산되며 중국동포를 혐오하는, 이른바 '차오포비아' 현상이 굳어진 상태에서 최근 박춘봉의 또 다른 엽기적 범죄 행각마저 일어나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며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중국동포 하면 혐오를 넘어 증오의 대상이 돼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등엔 중국동포를 향한 혐오가 봇물을 이루며 일부가 아닌 모든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한 증오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으리란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백주대낮에 폭탄을 던지며 테러행위를 저지르는 등 증오범죄를 일삼는 세력이 우리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일부 부적응자의 일탈 행위가 중국동포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현상으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중국동포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를 피해갈 수 없고 이들과 반드시 공존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이러한 요소들을 방치했다간 자칫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어 더 큰 문제를 양산할 개연성이 다분합니다.

 

호주인들의 시민의식이 부러운 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입니다.  자칫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될 법도 한 무슬림을 상대로 오히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에 떨지말라며 자발적으로 함께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관대함과 포용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민의식은 하루아침에 뚝딱하며 형성된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우리로선 한없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번 호주 인질극 사태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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