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미국 '한반도 핵무기 사용' 발언 섬뜩하다

새 날 2014. 10.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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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공격을 당하면 핵으로 반격한다"

 

국방부가 밝힌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따른 핵무기 운용 기본 방침이다.  갑작스레 웬 핵무기 타령인가 싶어 궁금해할 것 같다.  물론 그럴 일은 추호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 공격을 감행해 온다면 미국 역시 핵으로 응수하겠노란 그런 의미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꽤나 고전적인 방식이긴 한데, 그래도 이 만한 방법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니 가장 합리적인 응수 전략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자.  핵무기 공격을 당했으니 핵으로 응수한다는 게 과연 말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

 

ⓒ뉴데일리

 

북한이 남한에 혹은 미 본토에 핵무기로 공격해 온다면, 미국은 보복을 위해 북한에 핵무기를 날릴 테고,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야 말로 쑥대밭이 되지 않을까?  회생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 따위의 언급은, 그게 북한이 됐든 남한이 됐든, 우리에게 있어 절대 금기시돼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미국이란 나라는 이를 암암리에 입 밖으로 누설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자기 영토가 아니기 때문일 테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린 이미 핵우산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이닐 텐데도 말이다.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하겠노란 미국의 공식 입장이 뒤늦게 알려졌다.  참 섬뜩한 얘기다.  '한반도 유사시'란 용어도 그렇지만, 핵무기 사용이란 말은 더 거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그러니까 우리로서는 이명박 정권 시절, 제23대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리언 패네타가 7일 낸 회고록을 통해 2011년 10월 방한 당시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노란 뜻을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은 적의 공격에 응수한답시고 아무런 감정 없이 버튼 하나 눌러 핵무기를 한반도에 떨어뜨리겠지만, 우리로선 민족의 장래가 달린 문제인 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답답한 건 이렇듯 심오한 사안을 국방장관에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장관은 아무런 대응조차 못했다는 대목이다. (물론 당시 그 앞에선 펄쩍 뛰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우린 당시 상황을 전혀 알 도리가 없기에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여차하면 핵으로 너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다 쓸어버릴 수 있어'라며 장관의 면전에서 협박하는(?) 상황에서도 한반도의 방위와 국민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는 국방장관이란 사람은 이를 남의 얘기인 양 가볍게 흘리고 만다.

 

남의 땅에다 핵무기를 날리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이를 듣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이나 너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다.  가뜩이나 작금의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 상황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기만 한데 말이다.

 

한국 사드 편입 기정사실화, 요동치는 한반도 주변정세

 

우리 군은 원래 2020년까지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수립을 추진 중이었으나 최근 미국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를 핑계 삼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시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노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MD전력을 우리의 작전계획에 포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 수립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란 원래 미 본토가 대륙간 탄도미사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고성능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함으로써 미국 본토 전체를 방어한다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전략인데 고도별로 세분화된 요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그중 사드는 고고도를 주로 담당하는 미사일방어체계를 의미하고,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에 이를 포함시켜 그 범주를 한반도까지 넓히겠다는 의중인 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국방장관의 쿨한 반응처럼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한반도에 핵을 날리겠다는 미국의 엄포 앞에서도 쥐 죽은 듯 가만히 있던 상황과 판박이다.) 

 

중국과 러시아에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반응이 제일 우려스럽다.  이로 인해 동북아에 새로운 군비 경쟁을 불러올 개연성이 있는 데다 중국과 러시아가 잠재적 적대국인 미국과 교전이라도 벌일 경우 자칫 우리마저 이들의 직접적인 군사적 타깃이 될 수 있는 급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중국과 애써 가꿔온 우호관계는 또 어쩌랴.  양대 패권 국가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균형감각 있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할 우리에게 있어 특정 국가를 향해 균형추가 기운다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에서 볼 때도 그렇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절대로 바람직스러운 결과가 아닐 테다. 

 

일본 자위대 지리적 제약 없애, 날개 단 우경화 행보

 

여기에 일본의 움직임마저 심상찮다.  일본 자위대의 지리적 제한을 없애 사실상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재개정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8일 미국과 일본의 국방 외교 당국은 방위협력 소위원회를 열어 가이드라인 재개정을 위한 중간 보고서를 정리해 공개했다. 

 

ⓒVOA

 

이미 예견됐던 대로 미군 지원과 관련한 자위대의 활동범위 제한을 없앤 대목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고, 또 미군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위대를 전 세계 어디든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이 규정하고 있는 평시, 일본 유사시, 주변사태(전쟁) 등의 분류를 없앰으로써 미일 방위 협력의 지리적인 제약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이로써 미일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을지 모르지만,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주둔 가능성이 열리게 되어 우리에겐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우경화 광폭 행보에 미국이 직접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가까워질수록 우리로선 더욱 불리해지는 구도로 흘러가며, 이런 우리에게 미국은 난이도 높은 선택지를 놓고 자꾸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와중이다.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진작 눈치를 챘겠지만 위에서 언급된 주변국 상황에 공통으로 흐르는 요소 하나가 있다.  바로 '한반도 유사시'라는 가정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북한의 급변 사태가 예측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변화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SBS

 

북한의 급변 상황은 자칫 우리 민족의 앞날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 다시 한반도가 주변국들의 힘 겨루기에 영향을 받아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되거나 현재의 분단 상황을 빚은 결과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싶은 점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한반도에 투척할 수 있다는 발언이 있은 뒤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동안 한미 작전계획이 크게 바뀐 정황이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급변 상황 발생시 미국은 언제든 핵무기 사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터이기에 우리에겐 무엇보다 심각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해 마구잡이식 압력 행사를 가해오다 갑작스레 표정을 싹 바꾸더니, 버월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사령관의 입을 통헤 한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잘못이고 무책임하다라는 립서비스를 선보이는 미국의 쇼 앞에서 우린 마냥 일희일비할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민족 전체의 생존과 운명이 달린 심각한 선택의 강요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느낌이라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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