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사이버테러'와 '성접대' 그보다 위인 국정원사건

새 날 2013. 3.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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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전산망 마비 사태, 일단 늘 하던 방식대로 북한의 사이버테러로 단정짓고 뒷수습을 그에 맞춰 밟아나가는 형국이다.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린 일만 터졌다 하면 일단 정황과 심증만으로 북한을 끌어들여야 하는 걸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섣부른 가정보다 오히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객관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는 그런 거 아닐까.

요즘 뭇매를 맞고 있는 국정원이 바쁜 척 한다. 위기의 계절을 만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국정원, '대선 무효'란 초대형 이슈가 될 수 있는 국정원 사건을 회피해 나갈 수 있는 좋은 호재라도 만난 걸까? 만에 하나 이번 전산망 마비 사태가 진짜로 북한에 의한 사이버테러였다면, 국정원 정말 할 말 잃게 만드는 조직임이 틀림없다.

물론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 자신들이 정작 해야 할 임무는 방기한 채, 국민의 절반 이상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세우며, 그 뒷조사 내지는 댓글 알바 행위와 조직적인 대선 개입 행위에 몰두해 왔으니 어련하겠는가 싶은 거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이나 해명조차 없는, 당사자인 국정 최고 책임자 박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 우린 얼마전 박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로 구속된 조웅 목사 사건을 기억해낸다. 자신을 비방했다는 이유만으로 전광석화와 같이, 빛의 속도로 발빠르게 처리하여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던,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불리한 건은 질질 끌어오며 모르쇠로 일관해 오고 있는 이중적 태도..

최악의 경우, 행여 원세훈 원장에게 모든 원죄를 뒤집어 씌우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의도, 또한 경계한다. MB맨인 원 원장이야 어차피 새 사령탑으로 바뀔 운명 아니겠는가.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새 사람을 앉히며 원 원장에게 모든 사건의 책임을 떠넘기게 되면, 이제껏 논란이 되어 왔던 모든 일들이 마치 앓는 이 빠지듯 한꺼번에 정리되는, 매직쇼를 연출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편 고위층 성접대 사건으로 세상이 온통 떠들썩하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과 고위층, 부자들이란 사람들의 위선적 태도와 행동에 대해선 익히 잘 알려진 바다. 그래도 이번 사건의 전모를 정확히 밝혀내어 이들의 본색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철저히 까발려 경종을 울릴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사이버테러니 성접대 사건이니 하는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빠른 시간 내 정확한 전모가 밝혀지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늘 그래왔듯 국민들의 시선과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린 채 정작 보다 중요한 이슈를 묻혀가게 만드려는 저의와 시도, 바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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