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어느 자전거 가게 이야기 (부제:人之常情)

새 날 2012. 11.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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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고 적당히 따뜻하여 활동하기에 정말 쾌적했던 휴일 어느날이었지요.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이용해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강 주변으로는 웃자란 갈대가, 불어오는 바람에 때 맞춰 서걱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고, 내리 쪼이는, 제법 따가운 햇살은 강물 표면에 안착하는 족족 부서져, 반짝반짝 사방으로 퍼지며 자신들이 무슨 귀한 보석이라도 되는 양 제 눈을 현혹시키고 있었어요.

 

이렇듯 자연이 선사해 준 풍광을 맘껏 즐기며 룰루랄라 달리고 있던 중, 자전거의 변속이 필요한 시점에 맞닥뜨려져 좌측 기어를 고속인 3단으로 변속해 보았답니다. 보통 때처럼 변속 레버를 꾸욱 눌렀지요. 그런데... 변속이.. 변속이.. 되질 않았어요. 이런... 다시 시도해 보았습니다. 왼손의 엄지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꾸욱 누르며 재차 시도, 또 실패... 웃긴 건 변속이 실패한 이후로는 이전엔 없었던, 페달 돌릴 때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소음마저 발생한 것 아니겠어요. 기어에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인 거지요.

덕분에 우울 모드가 되어 자전거 타기를 중단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모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위 이미지 속 대리점), 젊은 분이 계셨는데 이 분께 문제점을 말씀 드렸더니 다른 일은 제쳐두고 대뜸 저의 자전거를 먼저 점검해 주시더군요. 기어 세팅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지 세팅을 다시 해 주셨습니다.

 

저 : "얼마 드리면 될까요?"
점원 : "네, 괜찮아요. 그냥 가세요..."

 

참고로 제 자전거는 이곳에서 사지 않았습니다. 대리점들이 가장 싫어라 하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자전거였어요. 그리고 보통 자전거 대리점이나 가게에선 기어 세팅 비용으로 적게는 5천원에서 많게는 1만원 정도 요구하는 것이 관행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자전거 상태 이상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중도 포기하게 되어 우울했던 제 기분은 친절한 이곳 대리점 때문에 급반전하게 되었답니다.

며칠 전에 또 이 가게를 찾게 되었어요. 사실 집에서 상당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전의 일 때문에 부러 찾아가게 되더군요. 타이어에 바람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일정 부피가 되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뿐 더러 가만히 세워 놓아도 공기가 쉽게 빠져버리는 현상 때문이었어요. 실은 자전거를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이 문제는 계속 안고 있었지만 귀차니즘도 있고 해서 그냥 방치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지난 번 친절한 서비스 때문에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가게 되었답니다.

이번엔 대리점 주인이신 연세 지긋한 사장님이 계셨어요.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타이어의 공기 넣는 곳을 완전히 뜯어 보시더군요. 안쪽의 고무패킹이 원래 좋지 않은 상태라며 새 것으로 교환해 주셨어요. 그러곤 타이어에 공기를 빵빵하게, 아니 아주 단단할 정도로 넣어주시고 이번에도 그냥 가라 하시네요. 물론 제가 얼마를 드려야 되냐고 먼저 여쭈었지만서도...

저희 집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다른 삼천리자전거 대리점을 만날 수 있답니다. 이렇듯 코 앞에 대리점을 두고 왜 이리도 멀리까지 오냐구요? 이 대리점의 주인장께선 아주 고약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어요. 물론 제가 직접 경험한 부분도 있구요. 심지어는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 좀 넣겠다고 하니 1천원을 내고 넣으라 한 적도...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대리점 주인들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자전거에 대해 대부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요. 저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일부 이해할 수 있구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제 비용을 지불하며 수리를 맡기겠다 하는 사람에게까지 툴툴거리며 대충 수리해 주고 비싼 수리비를 받는다면 이는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할 수 있겠지요.

전자의 대리점은 아버지와 아들 두 분이 사소한 욕심 없이 정직하게 열과 성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여 일반 사람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고, 후자의 대리점은 그리 크지도 않은, 당장 눈 앞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이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것이지요. 무언가 자전거와 관련된 제품 구입이라던가 문제가 발생한다면 최우선으로 친절한 앞의 대리점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더군요. 지금 자전거는 인터넷에서 구입하였지만, 이후로는 이 대리점에서 구입하고 싶어져요. 이런 게 바로 人之常情인 겁니다.

두 대리점의 미래가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진작부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전자의 대리점은 규모가 나날이 커져가고, 후자의 대리점은 몇 십년을 같은 자리에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초라해져 가는... 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이쯤 되면 과연 발길이 어느 대리점으로 쉽게 옯겨질 것 같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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