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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롭기 짝이 없다.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던 북측은 모든 남북한 간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한데 이어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담화를 발표하며 남북 간 긴장의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끊어진 철길을 잇자’던, 가뜩이나 지지부진하던 남과 북의 약속은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남북관계의 상징과도 같은 남북철도연결사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13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제진역을 아시나요?’ 편에서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끊어진 동해북부선의 현재 모습과 철길에 담긴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남북철도연결사업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지난 4월27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제진리에 위치한 제진역에서는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이 열렸다. 제진역은 동해북부선의 남측 최북단 역으로 민통선 안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남과 북 어느 쪽도 연결되지 못한 비운의 역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고립된 섬처럼 잊힌 곳이다. 그러나 이 철길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해북부선, 끊어진 철길 잊지 못하는 사람들


올해 83살의 이범규 할아버지. 그의 고향은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최북단마을이다. 전쟁 전 이곳 명파리는 북한 땅이었다. 군사분계선이 그어지면서 남한 땅으로 편입됐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 금강산에서 자랐다. 그에게 동해북부선 제진역과 외금강역 구간 철길은 고향 명파리와 금강산을 이어주던 추억의 길이다. 할아버지는 당시 이곳 철길을 오가던 증기기관차를 잊지 못한다. 그에게 제진역은 금강산에 대한 추억은 물론, 분단과 전쟁의 기억이 점철된 공간이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 사는 올해 97살의 황창수 할머니. 그녀의 남편은 동해북부선 기관사였다. 한국전쟁 때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잠깐 떨어져 있을 요량으로 북고성 철도원 사택에 남편을 남겨둔 채 시댁인 남고성 간성읍에 와있던 상황이 생이별로 이어진 것이다. 전쟁 뒤 북고성과 남고성 사이에는 휴전선이 그어졌다. 



황창수 할머니는 “북고성에서 나올 때 네 살짜리는 업고 일곱 살 큰 딸은 손목을 잡은 채 빈 몸뚱이만 나와서 살았는데, 이날 이때까지 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피난 도중 남편과 헤어진 뒤 할머니는 평생 동안 남편을 기다리며 동해북부선 간성역 옆에 터 잡아 살아왔다. 현재 기차역은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당시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황창수 할머니에게 동해북부선은 사랑이자 긴 기다림이다.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 사는 91살의 이용한 할아버지. 어릴 적 그는 어디든 갈 수 있는 기차만 보면 괜스레 가슴이 설렜다. 그는 “학교 다닐 때 기차 타고 다니는 게 너무 좋았다”며 “기관사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어 나도 한 번쯤 배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기관사가 되기 위해 함흥 철도 기술원 양성소를 다녔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북한 땅이었던 고향이 군사분계선이 그어지면서 남한 땅으로 편입된 것이다. 할아버지는 평생 정미소를 운영하며 살았다. 과거가 그리울 때마다 할아버지는 동해북부선 철길을 찾곤 한다. 이용한 할아버지에게 동해북부선은 꿈이다. 



동해북부선의 현재 모습 


동해북부선은 1929년 개통되어 양양과 원산을 이어주던 철길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한국전쟁 전후로 동해북부선의 철길에는 수많은 이들의 사연이 새겨졌다. 정부는 최근 동해북부선을 남측 구간부터 다시 연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동해북부선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강원도 고성군에는 동해북부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20년 넘게 동해북부선을 카메라에 담아온 장공순 동해북부선 사진가. 간성읍과 거진읍의 경계를 가르는 북천은 그가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북천철교는 동해북부선에서 유일하게 옛 교각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철교 상판은 오래 전에 훼손돼 최근 자전거 길로 새롭게 조성됐다. 교각에는 무수한 총탄자국이 남아있는데, 이는 치열했던 한국전쟁의 흔적이다. 



동해북부선에는 유독 터널이 많다. 강원도의 험준한 지형 탓이다. 고성군 죽왕면 가진과 공현진을 이어주는 덕포굴도 그중 하나다. 덕포굴을 통과하면 숨 막힐 듯 멋진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바다가,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이 펼쳐지는 동해북부선은 당시 승객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사했을 것이다. 원산에서 시작된 동해북부선은 양양에서 끝을 맺는다.


동해북부선의 운명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만큼이나 모질고 가혹하다. 일제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치르면서 조선의 철도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광복을 맞았고,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휴전선이 그어졌다. 이로 인해 동해북부선은 강원도 고성군에서 잘리고, 1967년에 결국 노선이 폐지된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남북철도연결사업의 현주소


남북철도연결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도 합의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어느덧 맞이하게 되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기대를 모았던 남북관계는 최근 교착 상태에 빠져들며 불확실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제진역에서 기념식을 갖고 동서 철도와 도로연결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동해북부선의 남측 구간부터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남북철도연결뿐 아니라 더 나아가 유럽에 이르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와 변수가 산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동향에서도 드러나듯 우선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북한의 좋지 않은 철도 사정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북한은 철도망이 촘촘히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총연장 길이가 길지만, 단선이 많고 선로상태가 좋지 않아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무장지대가 UN사령부 관할이라는 점 또한 남과 북이 함께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광복과 분단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지는 모진 풍파를 감내해온 사람들. 남과 북의 끊어진 철길에는 이들의 꿈과 삶 그리고 기다림이 아로새겨져 있다. 단절된 이 길이 언제쯤 다시 이어져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오게 될는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남북관계. 아무쪼록 남과 북 사이의 끊어진 철길을 하루빨리 복원시키고 자칫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남북관계에 다시 한 번 훈풍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관계에서 마지막이라는 소리는 안 좋죠. 계속 이어져서 유지되고 발전해야죠. 선로처럼 계속 이어져야죠.”(경의선 마지막 기관사 신장철씨)



* 이미지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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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coop-8282.tistory.com BlogIcon 오렌지훈 2020.06.13 17:48 신고

    잘 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주말보내세요~

  2. Favicon of https://itsmore.tistory.com BlogIcon 농돌이 2020.06.13 21:13 신고

    공감합니다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20.06.15 08:25 신고

    상황이 좋지만은 않네요.
    당분간 좀 지켜 봐야 하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20.06.16 14:47 신고

    북한, 일본, 중국은 절대 믿어선 안 되는 족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