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40원 때문에 절도죄로 신고했다고요?

새 날 2017. 12. 12. 21:44
반응형

최근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지 2장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한 편의점주가 경찰에 신고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 후 이를 담아가기 위해 비닐봉지 두 장을 무단으로 사용했고, 이로 인해 절도죄로 경찰에 연행되기까지 한 것인데요. 고작 40원 때문에 경찰에 신고한 편의점주도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만, 아르바이트생을 절도 혐의로 조사하겠노라며 집앞에서 기다리다가 경찰서로 연행한 경찰의 전광석화와 같은 대처 방식도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을 절도죄로 신고한 편의점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제공한 노동의 대가를 온전하게 지급하지 않는 등 법을 위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지난달 총 53시간을 근무하고 지급 받은 급여는 26만3천여 원이었습니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5천 원가량입니다. 최저임금의 약 77% 수준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점주에게 최저임금인 시간당 6천470원 수준으로 계산해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합니다. 정당한 권리 주장이었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점주와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해 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모처럼 용기를 내어 점주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가 다투게 된 셈이고, 이게 화근이 되어 점주의 절도죄 신고로까지 이어지게 된 결과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안일 뿐, 이면에서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두 사람 사이에 불거졌던 일들이나 이해관계까지 이 모든 것들을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됐든 점주는 무조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상 아르바이트생이 제공한 노동의 대가를 온당하게 지급했어야 함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주는 수습 기간을 핑계로 그 중 일부만을 지급한 것입니다. 이렇듯 자신은 정작 법을 어겨놓고 40원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절도죄로 신고하고 말았습니다. 


최저임금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사용자와 1년 이상의 근로계약기간으로 근로자를 채용하고 수습기간을 별도로 설정했을 경우에만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최저시급의 90% 지급이 가능하게 됩니다. 절도죄로 신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았고요. 즉, 점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실제로 근무했던 시간만큼 시간당 6천470원씩 계산하여 지급했어야 합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연합뉴스


점주는 수습을 핑계대고 있으나, 앞서도 살펴봤듯 최저시급의 90%가 아닌 그나마도 77%만 지급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점주는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수습기간이라는 명분 아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열정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 젊은이들을 향해 갑질을 행사하는, 전형적인 악덕업주의 행태 아닐까 싶습니다.


해당 아르바이트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게 죄송해서 직접 용돈을 벌어 부모님의 성탄절 선물을 사드리려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다수의 우리 젊은이들처럼 기특한 데다가 따스한 마음 씀씀이마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해 속상하다고 털어놓는 그의 심정을 헤아리자니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얼마 전에는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이를 진정한 아르바이트생에게 10만원에 해당하는 10원짜리 동전을 무려 1만개의 형태로 지급한 한 식당 업주가 알려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갑질은 재벌처럼 아주 많이 가진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곤 하는 일상의 흔한 모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안타까운 건, 각박함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절도죄라는 게 반드시 제품 가치의 높낮이에 의해 성립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원짜리 물건이라고 해도 이를 훔쳤다면 엄연히 절도 행위에 해당할 테니까요. 따라서 아르바이트생이 무단으로 비닐봉지를 사용한 행위 그 자체는 잘못된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점주가 차후에 비슷한 행위를 막을 요량이었다면 점잖게 이를 타일렀어야 하지요. 점주의 신고는 절도 행위로 인한 피해 때문이라기보다는 괘씸죄에서 비롯된 결과물로 보여집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다툼 때문이었겠지요. 


우리가 사는 이곳은 고작 20원짜리 비닐봉지 두 장을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하여 경찰서에 절도죄로 신고해야 할 만큼 강퍅한 세상이 아닙니다. 비록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에 숨이 턱밑까지 조여오는 느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점주는 온당하게 지급해야 할 노동의 대가마저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권리만큼은 과도할 정도로 요구하고 나섰고요. 덕분에 아직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세상의 따뜻함보다는 각박함을 먼저 안겨주는 꼴이 되었으며,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몹쓸 기운을 전파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40원 때문에 절도죄로 신고하셨다고요? 그 전에 최저임금부터 제대로 지급해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를 등짝에 큼지막하게 새겨놓은 채 일에 몰두하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 건 비단 저뿐만일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