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김민희 홍상수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불편하다

새 날 2017. 2. 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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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가 18일 개최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의 일이자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10년만의 쾌거다. 때문에 이는 모름지기 한국 영화계의 경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입지를 굳히게 된 김민희 개인에게도 거듭 축하를 건네줄 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왠지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을 향한 국내 팬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불편한 기색임이 역력하다. 왜일까?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불륜설이 불거진 건 지난 6월의 일이다.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이후 이들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영화 작업을 통해 꾸준히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 추가적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수상하게 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과의 관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여배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실제로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에 휘말린 김민희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듯한 내용 때문에 더 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그리고 관련 기사의 댓글란에는 배우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쾌거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축하글보다는 온통 까칠하면서도 냉랭한 반응 일색이다. 물론 충분히 헤아릴 수 있는 대목이다. 비단 법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도의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볼 때 그들의 행위를 받아들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일부 언론은 그들에게 공개적인 해명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난 이들을 향한 네티즌들과 일부 언론의 불편한 시선이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온다.


간통법의 폐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불륜이 윤리적으로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위임은 틀림없다. 자칫 두 가정을 모두 해체시키고, 이러한 결과가 궁극적으로 어떠한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단순히 언론에 공개된 사실이나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만으로 그들의 사정을 너무 쉽사리 재단하려 하거나, 심지어 결과까지 속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정작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향해 쏟아내는 불편하거나 거북한 시선이 과연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타인의 사생활, 특히 연애사나 결혼생활에 대해선 본인이 아니고서는 제3자가 이를 100%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티즌들의 까칠한 시선이 자칫 폭력으로 비화될 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가 불륜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엄연히 사생활의 영역이다. 결혼이란 일종의 계약이고, 그와는 달리 사랑 따위의 사람 감정은 무 자르듯 쉽게 잘라버릴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 또한 모든 사람이 한결 같을 수는 없다. 이렇듯 상충하는 요소가 존재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와 관련하여 어떠한 획일적인 답안을 바란다면 실은 그게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들의 관계는 앞서 언급한 결혼, 사랑, 행복이라는 명제가 서로 실타래처럼 얽히는 바람에 작금의 논란으로 불거진 게 아닌가 싶다. 


연예인들 역시 사생활을 보호 받을 권리가 존재한다. 때문에 네티즌들과 일부 언론이 이들에게 자신들의 사생활을 미주알고주알 해명하라며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건 일종의 폭력 행위에 다름아니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들 스스로가 공개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사안을 굳이 파헤치려 드는가? 어떤 이득을 노리고? 



불륜을 저지른 상황과 작금의 논란으로 이어지게 된 배경이 싫고, 그래서 김민희와 홍상수가 꼴보기 싫다면 안 보면 그만이다. 이들의 직업은 관객을 웃고 울리는 일종의 광대라는 직업군에 속한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거나 참여한 작품을 관람하며 그와 관련한 품평을 늘어놓아야지, 전혀 객관적일 수 없는 개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들춰내고 까발린 뒤 그와 관련한 품평을 하는 건 불륜 행위 이상으로 몹쓸 짓이다. 


끝으로 김민희의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다. 연기자란 모름지기 모든 걸 자신의 연기로 말해야 한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통해 팬들과의 접점을 더욱 넓히고, 빠른 시간 내에 작금의 사생활 논란 역시 모두 불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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