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북촌 한옥마을의 백미 '북촌 8경'을 거닐다

새 날 2016. 1. 3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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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한파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지난 주와는 달리 이번 주말은 더없이 포근했다. 북촌 한옥마을을 거닐며 흔적을 남겼던 지난 포스팅을 통해 약속했던 대로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던 이번 주말을 이용, 북촌 한옥마을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북촌 8경'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서울시는 2008년 북촌 한옥마을 중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8곳을 선정, 일찍이 '북촌 8경'이라 명명한 바 있다. 북촌 한옥마을의 입구엔 여행을 안내하는 데스크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이곳에서 배포하는 안내 유인물엔 북촌 8경을 비롯한 북촌 한옥마을 전반에 관한 상세한 지도와 함께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지난번 북촌 마실 때 받아온 안내문에 따라 우리는(그래봐야 나와 아내 둘뿐이지만) 나름 동선을 그려 보았다. 생각보다 단순명료했다. 그냥 1경에서 8경까지 차례로 거치면 될 듯싶었다. 우선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하차 후 3번 출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1경은 현대그룹 계동 사옥을 지나 원서공원 옆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의 전경이 1경이다.

 

 

1경을 확인 후 왔던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창덕궁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갈림길 하나가 등장하는데, 그 중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선 후 골목 끝 지점에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풍경이 다름아닌 2경이다. 이른바 원서동 공방길이라 불리는 곳인데, 조선시대 왕실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왔던 길을 돌아 골목길을 빠져나온 뒤 오른쪽 언덕길로 향한다. 3경으로 가는 길이다. 아기자기한 주변 마을 이곳 저곳을 살피며 다소 가파른 언덕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중앙고등학교가 우측에 나타나는데, 그 왼쪽 골목길 안쪽에 3경이 위치해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장 많은 곳이라 무리를 따라 함께 휩쓸리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은 각종 공방들이 즐비한 곳이기에 관광객 또한 유독 많다.

 

 

자, 이제 4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지금 우리가 위치해 있는 곳은 가회동 11번지 일대이고, 4경부터 8경까지는 대로인 북촌로 건너편 가회동 31번지 일대에 해당한다. 차도를 건너야 한다는 의미이다. 차도를 건너 입구로 들어선 뒤 북촌로11길을 따라 걷다가 북촌로 11나길인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비록 짧지만 꽤나 경사가 급한 언덕길 하나가 눈앞에 펼쳐진다.

 

4경은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한옥 지붕이 보이는 지점이기에 흔히 지금 올라가는 언덕길의 정상 부근에 위치하리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물론 어리석게도 우리만 그러했는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든 그러하다. 언덕 정상 부근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선 뒤 4경이 나올 만한 곳을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다. 한참을 헤맨 끝에 북촌 입구로 다시 돌아가 북촌 안내를 담당하는 여행 도우미분께 물어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언덕 정상에 도달하기 전, 그러니까 언덕을 절반 가량 오른 후 우측에 아주 좁은 골목길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4경의 비경이 숨어있을 줄 과연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가 녹록지 않은 탓인지 관광객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덕분에 매우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가옥 지붕 전경을 눈에 듬뿍 담아올 수 있었다.

 

 

5경과 6경은 아마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북촌로11길 중 일부에 해당한다. 밀집된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며, 그 중 5경은 골목 입구로부터 위쪽 방향을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지점이다.

 

 

5경을 확인한 뒤 골목길을 따라 주욱 걷다 끝 지점, 그러니까 골목의 가장 상단에서 아래쪽을 향해 바라다보이는 곳이 다름아닌 6경이다. 한옥 지붕들 사이로 드러난 서울의 전경이 일품이다. 멋드러진 한옥 처마 사이로 보이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는 탓에 북촌 한옥마을 중에서도 가장 백미로 꼽히는 지점이다.

 

 

7경은 5경과 6경을 이루는 북촌로11길 골목 사이에 위치한 또 다른 골목길로 들어서야 한다. 다른 지점처럼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으나, 주변에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등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이제 마지막 관문만이 남았다. 8경이다. 이곳은 한옥마을과는 다소 떨어진 지점이다. 삼청로, 좀 더 구체적으로는 큰 길에 위치한 삼청동주민센터와 국무총리 공관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삼청로에서 북촌 마을을 향한 관점으로 보자면 삼청동주민센터와 국무총리 공관 중간 정도 지점의 건너편에 북촌으로 향하는 돌계단길이 놓여 있는데, 이곳이 바로 8경이다. 단순히 시멘트를 발라 만든 계단이 아닌 천연 암석을 통째로 조각하여 계단을 냈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곳이다.

 

 

이로써 북촌 8경 감상을 모두 완료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를 먹었던 지점은 앞서도 언급했듯 4경으로, 이곳에서 8경을 거닐며 전체적으로 소요된 시간의 절반 가량을 허비한 느낌이다. 다른 조건 없이 오로지 거리상으로만 따진다면 1경에서 8경까지는 대략 한 시간 남짓 소요될 만한 코스다. 물론 일일이 찾아다니며 확인해야 하는 시간은 감안하지 않았다. 결국 이를 찾는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북촌 8경 코스를 거니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서울에 살며 반나절 가량을 투자하여 이토록 훌륭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받은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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