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대니 콜린스> 전설적 뮤지션 '존 레논'의 나비효과

새 날 2015. 9. 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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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로 가득 들어찬 화려한 무대, 당대 최고의 록스타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가 공연을 위해 이곳으로 뛰어오르자 공연장의 분위기는 이내 술렁거리며 관객들이 내지르는 환호성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들의 호응에 맞춰 히트곡을 열창하고 얼마 후 무대 뒤로 돌아선 대니 콜린스, 세계적인 록스타들이라면 으레 그러하듯 그 역시 무대 앞과 뒤의 전혀 다른 세상으로부터 느껴지는 이질적이거나 씁쓸한 여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젊은 여성과 마약, 술 따위에 빠져든 채 이를 탐닉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대니 콜린스의 매니저인 프랭크(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대니 콜린스에게 아주 귀한 선물 하나를 전해온다. 무려 40년전, 그러니까 대니 콜린스가 신인가수였던 당시 한 음악잡지에 기고된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게 된 가수 존 레논이 대니 콜린스에게 친필로 편지를 보내게 되나 불행히도 그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40년 동안 묻혀 있다가 한 골동품 수집가에 의해 발견되어 드디어 당사자인 대니 콜린스의 손에 쥐어지게 된 것이다.

 

 

자신에겐 영웅적 존재인 존 레논이 당시 하찮은 신인에 불과했던 그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대니 콜린스는 커다란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진행 중이던 투어 콘서트를 모두 취소하고, 방탕하게 생활해오던 것들과도 안녕을 고한다. 그러고선 뉴저지의 한 외딴 호텔로 향하는데... 

 

영화의 도입부는 대니 콜린스의 인생에 있어 대 전환점의 단초로 기록될 젊은 시절 어느 날인가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40년 전의 인터뷰 장면이다. 세계적인 록스타라고는 하지만, 단 한 곡도 스스로 만들어본 일 없이 그저 남이 써준 곡만으로 허수아비처럼 살아온 그에게 있어 슈퍼스타란 지위는 젊은 시절 꿈꾸어오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인 터라 스스로 되돌아보기에도 왠지 부끄럽고 낯 설기만 하다. 더욱이 조강지처를 내버린 채 젊은 여성과 마약을 즐기며 방탕하게 생활했던 기억은 태엽을 되감고 싶을 정도로 그에겐 치명적이다. 자신의 우상이자 세계적인 음악가 존 레논이 젊었던 그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은 결국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꾸어놓을 운명으로 다가오고 있던 셈이다.

 

 

이 영화에는 관람하기 전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울 법한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모티브가 된 40년 전 존 레논의 편지는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력에만 의존한 허구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71년, 21살의 신인가수로 주목받기 시작한 가수 스티브 틸스턴은 한 음악 잡지 인터뷰를 통해 성공과 부유함이 음악적 재능을 해치게 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존 레논이 우연한 기회에 이 인터뷰를 읽게 되고 이에 대해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친필로 작성하여 해당 잡지사에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존 레논의 편지는 스티브 틸스턴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34년 동안 종적을 감췄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미국의 한 수집가에 의해 공개되는 운명을 맞는다. 

 

 

존 레논의 음악을 영화에서 사용하기란 일종의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 때문이다. 존 레논의 노래에 관한 저작권 관리는 전적으로 그의 아내인 오노 요코에 의해 이뤄지는데, 무척이나 깐깐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제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얹어주며 존 레논의 음악을 영화 속에 삽입하길 원해도 오노 요코가 동하지 않을 경우 절대로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설이 전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무려 10곡에 해당하는 존 레논의 오리지날 사운드가 삽입돼 있다. 이 영화가 영화 평론가들보다 오히려 음악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도 다름아닌 이 때문이다. 로큰롤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음악을 썼던 인물로 알려진 존 레논이 남긴 불후의 명곡 '이매진', '러브', '뷰티풀 보이' 등 주옥 같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10곡이 스토리에 맞게 삽입된 채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울러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대니 콜린스의 콘서트 장면은 연출이 아닌, LA의 그릭 씨어터 객석을 6천명의 관객들이 가득 메운 상태에서 실제 시카고 콘서트 도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대니 콜린스로 분장한 알 파치노를 해당 무대에 깜짝 등장시켜 관객들과 완벽한 호흡을 이루게 만든 장면이란다. 결국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대니 콜린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던 모습은 모두 연출이 아닌 실제 상황이었던 셈이다. 알 파치노는 이 영화를 촬영하며 "가수가 되고 싶었다, 관객들을 사로잡는 록스타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해 비록 영화속 장면이긴 하나 실제의 공연 실황을 연출해내며 미흡하나마 그의 소원 하나를 이룬 셈이 됐다.  

 

 

제아무리 강렬한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알 파치노라고 해도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알 피치노의 얼굴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여타의 다른 각도를 통해 언뜻 보이는 그의 얼굴엔 깊게 패인 주름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1940년생인 알 파치노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76세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니 왜 아닐까 싶다. 대니 콜린스의 매니저 역을 맡았던 노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1929년생으로 90세 가까이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발음과 연기로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연 캡틴 조지 본 트랩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고 영화적 상상을 일궈낸 요소이자 가수 대니 콜린스의 삶의 전환점이 되게 해준 40년 전 존 레논의 편지 한 통, 이것과 알 파치노를 비롯한 노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그리고 삶의 전환의 핵심 기제인 가족애라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역시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반추해보는 기회로 삼게 만든다. 혹여 그러한 내용에 거부감이 든다거나 지나칠 정도로 억지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영화 상영 내내 조용히 흐르고 있고, 때로는 시끄러울 정도로 쿵쾅거리기도 하는 전설적인 뮤지션 존 레논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 10곡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볼 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치는 영화다.

 

 

 

감독  돈 포겔먼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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