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한반도 집단자위권 행사 사전동의는 당연한 권리다

새 날 2015. 4. 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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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해 자위대 창설 60주년을 맞이해 집단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하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아베 내각은 집단 자위권 행사가 그의 전면적 용인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충족할 때만 행사 가능한 '한정적 용인'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뤄지고 있는 법제화 논의에서는 그 기준을 점차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지리적 제약을 명시하지 않기로 하거나, 일본 정부 방침인 무력 행사의 신3 요건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는 경우'라는 문구를 삭제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잇따른 보도가 그의 대표적인 사례다.  만에 하나 이러한 일본 정부의 방침이 관철될 경우 집단 자위권 행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 우리로선 우려를 감출 수가 없는 입장이다.  일본은 최근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국내법 정비와 함께 미국의 용인 방침을 새로이 반영하게 될 미일방위협력지침의 개정에도 나선 상황이다.


한편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지난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한미일 세 나라의 사상 첫 3자 외교차관회의가 개최됐다.  이는 미국의 국익 차원으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동북아 안보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달 말 아베 총리의 방문을 앞두고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 문제로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간 첨예한 갈등에 대해 미국이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 모양새를 띠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외교 차관급 차원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를,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바로잡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고, 따라서 한일 간의 역사문제와 관련하여 일정 부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존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에 대한 진전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정부 스스로 밝히고 나선 이번 회의의 성과 중 하나는,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내용에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비롯한 방위안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 정도일 테다.  우리가 그동안 우려해왔던 건 미일 동맹의 틀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해지고 있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유사시 한반도 주변에서의 자위대 무력 행사가 현실화되어 우리의 동의 없이 일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최악의 상황 연출 아니었을까 싶다. 

 

ⓒ연합뉴스

 

다음은 이번 회의 직후 발표된 한미일 3국의 공동 언론 보도문 내용 중 일부이다. 

 

"미일 방위협력 지침은 미일 동맹의 틀 내에서 개정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며 제3국 주권의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밑줄친 '제3국 주권'이란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를 지칭한다는 해석이다.  실은 상당히 포괄적이며 애매한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나라를 직접 거명하지 않고, '제3국'이라 칭해야만 했을까?  물론 일종의 외교적 수사일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 양자 방위협력지침에는 제3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는다는 회의 참석자들의 설명이 덧붙여진 탓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표현만으로 유사시 우리나라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미일안보협력지침에 '제3국'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실리게 된다면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 명분을 실어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사실 해당 지침에 국가 이름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하더라도 전쟁 등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결국 법보다는 힘의 논리에 의해 판세가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큰 터라 해당 지침 내용의 유명무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탓이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는 미국의 용인이 있어야 가능한 결과물이란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일본이 독자적인 군사 대국화의 야욕을 버리지 않은 채 호시탐탐 기회만을 엿보는 이상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쟁 등 유사 상황 시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일본과의 악연이 재현될 소지는 얼마든 가능하다.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장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그로 인한 최대 피해 당사국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결코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의 의도대로 만약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 행동을 펼쳐올 경우 우리 정부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건 주권 국가로서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듯 당연한 결과를 애걸복걸 해야 하는 현실은 주권국가로서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으며, 그나마도 마치 커다란 성과인 양 받아들여져야 하는 사실은 참담함 그 자체다.  아울러 이번 3자 외교차관급회의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관련하여 변곡점을 마련하려던 애초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현실이나, 군사 대국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을 견제할 만한 뚜렷한 장치 마련에도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전적으로 우리의 무능한 외교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로 받아들여져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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