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휴가기간은 지난 8월초였다. 물론 태풍이 지나던 와중이라 어디에도 못 가고 그저 방콕해야만 했다.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던 참이다. 이래나 저래나 어차피 방콕할 계획이었는데, 태풍 핑계가 없었더라면 휴가라고 하여 변변찮게 보내게 됐다며 내게 쏟아질 그 원망들을 무슨 수로 모두 방어하겠는가? 이럴 땐 하늘이 정말 고맙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상황이고 그렇게 방콕을 자처하며 잉여짓을 하고 있자니, 마눌님이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가 보다. 아니 실은 안쓰러웠던 게 아니라 날 부려먹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게다. 며칠 전까지 말리느라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마늘을 모두 거둬들였다. 과일칼 두 자루와 함께 이를 가져오더니 내 앞에 떡하니 펼쳐 놓는 게 아닌가?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 그런데 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