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목숨 내놓고 해야 한다는 청소년 훈계, 왜?

새 날 2013. 3. 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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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으슥한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보이는 한 무리의 교복 입은 아이들, 이들은 보통 입에 담배를 물고 있거나 가능한 가장 크며 자극적인 소리로 가래침을 뱉어내기 일쑤다. 언뜻 보아도 우리가 흔히 일컫는 비행 청소년 쯤으로 비쳐진다. 이들을 볼 때면 조건반사처럼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훈계의 욕망, 결국 한 마디 던지고 만다. "욘석들아 여기서 이러지 말거라"

그런데 이러한 나의 행동, 시쳇말로 목숨 내놓은 짓이란다. 경기도 분당, 길 위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중학생들에게 훈계하던 20대 청년이 이들에게 집단 폭행 당해 실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해 아산에서도 패싸움하던 청소년들을 말리려다 오히려 이들에게 맞아 뇌출혈로 쓰러져 목숨을 잃을 뻔한 50대 남성의 아찔했던 사건도 있었다. 목숨을 잃은 예도 있다. 지난해 수원, 편의점에서 침을 뱉는 청소년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나무라던 30대가 시비가 붙어 이들과 싸우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끝내 사망하고 만다. 사망한 이가 아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지라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훈계의 욕망을 버리고 비겁해지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이런 류의 소식들, 나의 몸을 움추려들게 한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들의 일탈행위를 보고 당연히 한 마디라도 거들고 지나쳤겠지만, 이런 사건을 접하기라도 한 날엔 내면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무언가에 의해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왜일까?

"그래, 차라리 그냥 못 본 척 눈 감고 지나치자. 훈계의 욕망 따위 그냥 쓰레기 더미 속에 던져 버리자. 어차피 내 자식들도 아닌데 뭐 나와 크게 상관 있겠는가. 사실 내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일도 아닌 것을.. 막말로 담배 피우는 일이 범죄행위는 아니지 않겠는가. 자신들 건강에 해롭기만 할 뿐, 굳이 내가 나서서 가타부타 관여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요즘 애들이 어디 보통 애들인가, 괜히 말 잘못 섞었다간 말 그대로 목숨 내놓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인 걸? 그래.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냥 지나치자."

문제는 나뿐이 아닌 모든 어른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데에 있다. 어른들의 방관으로 방임된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담배 피우는 일, 물론 범죄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사회적으로 약속되어진 규약을 어기는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어떻게 행동하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는가. 모두가 자신의 일이 아니니 모른 척 그냥 넘어간 사이 아이들은 폭풍성장할 테고, 오로지 자신만 알며 배려라는 단어는 그냥 사전 속에서나 존재하는 양 행동할 그들의 모습 속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건전한 미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까.

  아이들의 방황은 왜? 대책은?

이들이 지금과 같이 비행 청소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단위,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의 역할 포기와 방임이라는 공통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져가는 사회인지라 그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해법은 사실상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가정과 학교라는 공동체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교육 내지 인성교육 강화와 같은 뜬구름 잡기식 대책은 실효성 없는 것으로 와 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교육과 인성교육은 절대 빼버리거나 양보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만큼 아이들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의 권리가 중요하듯 타인의 권리 또한 중요하고 존중 받아야 한다는 점, 유등교육부터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들의 삐뚤어진 행동엔 남을 배려하지 않는 나쁜 습성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동네를 하릴없이 배회하며, 옹기종기 모여 담배 피우고 떠들곤 하는 아이들, 직접 상대하기엔 앞에서와 같은 이유로 꺼려질 수 있으니 그나마 용기를 낸다는 것이 112에 신고하는 일, 하지만 출동한 경찰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다. 이러한 신고가 수도 없이 접수되어 출동은 하지만, 아이들을 딱히 단속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범죄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이들을 제재할 어떤 명분도 없기 때문이란다. 결국 길거리의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버려지고 경찰에서마저도 딱히 손을 쓸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더욱이 동네 어른들까지 이들을 못 본 척 방임하고 있으니, 현재로선 이들을 말리거나 어를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나몰라라 할 순 없다

요즘 길거리 아이들은 격한 말에 익숙하기에 격한 말로 대응하게 되면 폭행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괜시리 의협심에 나섰다가 이들과 주먹을 주고 받아 결국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 역시 피해가는 게 상책이다? 아니다. 아무리 막되먹은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접근하게 되면 이들도 쉽게 이에 수긍하고 어른들의 말을 자연스레 따르게 된다. 평소 그들 주변에선 막말만이 오고 가는 환경이기에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접근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설사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 폭행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진다.

 

 

길거리 아이들에게는 역시 차분히 접근하여 좋게 타일러 집에 보내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싶지만,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할 순 없다. 이도 여의치 않아 보일 땐 역시 112에 신고하는 방법이 그 대안이다. 범죄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경찰의 출동만으로 그들의 행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훈계해야 한다는 말, 사실 섬뜩하다. 우리 사회가 언제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싶기도 하고 나몰라라 하는 어른들의 행태 또한 안타깝다.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기에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발견할 때면, 무조건 무섭다고 피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모두가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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