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구청장님, 노점상이 많이 불편하셨어요?

새 날 2014. 2. 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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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희 강남구청장님께서는 평소 노점상이 많이 쪽팔리셨는가 봅니다.  왜 아니겠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자 뭇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지역이니,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테고, 때문에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쏟았어야 하는 게 분명 맞긴 하지요. 

 

깨끗하며 화려하기까지 한 국제도시 강남대로에 흉물과도 같이 우후죽순 삐죽빼죽 들어서있는, '강남 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지저분한(?) 노점이 그동안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나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손쳐도 이번엔 도가 많이 지나치셨습니다.

 

ⓒ뉴스1

 

24일 낮 4시 30분 강남역 강남대로 한복판, 사전 계고도 없이 급작스레 들이닥친 강남구청의 노점 단속반 용역 100여 명이 공구 등을 이용, 노점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던 상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는 바람에 일대는 온통 난장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상자가 속출하였으며, 노점상 김 모씨 부부가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한 것입니다.  세계속의 명품도시를 지향하던 강남대로가 백주대낮에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요?

 

ⓒ강남구청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던 게지요.  숱하게 반복되어온 연례행사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신 구청장의 행보와 발언을 통해 진작부터 예견돼왔던 일이기도 합니다.  신 구청장은 2011년부터 시작된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을 통해 노점 행위를 불법행위로 간주, 노점상을 어려운 이웃이라는 동정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불법 행위'로 보는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습니다. 

 

부자동네이면서 역설적이게도 참 매몰차시더군요. -_-;;

 

더군다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의 대히트는 신 구청장의 행보에 초고속의 무빙워크를 깔아준 셈이 되고 맙니다.  "강남을 세계적인 관광거점 도시로 발전시키는 초석을 놓겠다.  세계화된 강남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 열매를 구민여러분과 함께 나누겠다"며 노점상처럼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소들을 강남구 내에서 완전히 몰아내겠노라고 대내외에 선포한 것입니다.

 

ⓒ헤럴드경제

 

때로는 국제 행사 개최를 위해, 심지어는 '강남스타일'의 히트에 고무되어, 세계적인 도시로의 발돋움이라는 미명 하에 가해진 노점상들에 대한 탄압으로, 가뜩이나 팍팍한 삶 가운데서 그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노점을 무자비한 용역들에게 짓이겨진 채 더 이상 갈 곳을 잃고, 이 추운 날 차디찬 길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하며 울부짖고 있을 노점상들입니다만, 그들도 엄연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노점상들, 그들 나름으로 용역들과 난투극을 벌이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차 힘에 부쳐가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과연 그들이 언제까지 이러한 고통을 더 감내해야만 할까요?



구청 측에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 안 될까요?  즉 무조건적인 강제 퇴출보다는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 과연 전혀 없는 것일까요?  노점보다는 오히려 시꺼먼 용역들의 등장과 이들의 무지막지하며 살벌한 움직임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결정적인 요소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렇듯 많은 용역들이 동원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입되겠습니까?  재정 자립도가 가장 뛰어난 강남구이기에 이런 비용쯤 아무렇지도 않게 집행할 수 있다는 걸 지금 자랑이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한겨레신문

 

차라리 그럴 예산이 있으면, 노점상과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투입하는 게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을까요?  노점상을 몰아낸 자리엔 마치 전리품이라도 되는 양 무거운 돌화분들이 놓여져 있는데, 이 또한 미관상 별로인 데다가 보행자들의 통행마저 방해하는 흉물이며, 그에 따르는 예산 역시 지나친 낭비 요소라 생각됩니다.  

 

ⓒ강남구청

 

노점상들을 강제로 철거시킨 뒤, 혹여 강남 대로변이 깨끗해지고 도시 전체의 미관이 환해질 수 있을지언정, 자본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돌화분과 인공조형물, 건물들만 빼곡히 들어선 이곳은 사람의 정이라곤 도무지 느낄 수 없는,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만 남은 썰렁한 유령도시가 되어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계속의 강남을 지향하신다고요?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명동과 강남 중 외국인들의 발길이 더 많이 닿는 곳이 어디일까요?  당연히 명동이겠지요.  방문 목적이 물론 서로 다를 수는 있습니다. 

 

명동거리 한가운데에 노점상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길거리 음식과 상품들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거꾸로 이 때문에 사람들이 더 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두고 더러우며 지저분하다거나 불편하다고 하소연하지 않습니다.  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선 외려 한없는 행복감이 넘쳐 흐릅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니까요.

 

강남구가 지향하는 '세계속의 강남'이란 과연 어떤 형태를 말함이던가요?  힘 없고 가난한 자들을 강압과 폭력으로 몰아내고 그 자리에 깨끗한 돌화분을 세워놓으면, 행복이 절로 느껴지는가 보죠?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면서 얻어진 행복, 과연 참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요? 

 

신연희 강남구청장님, 곧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실한 인기몰이가 필요하셨는가 봅니다.  그동안 노점상이 많이 창피하고 불편하셨지요?  그러나 깨끗한 강남의 이면에 감춰져있는, 약자를 만날 때면 여지없이 드러내는 흡사 맹수의 이빨과도 같은 날카로움과 무자비함, 결코 바람직스러운 모습 같지는 않아 보여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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