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민적 저항 vs 국민적 저항, 가시돋힌 설전의 끝은?

새 날 2013. 9. 19. 07:35
반응형

한 마디로 뒤끝 작렬이다.  3자회담이 청와대와 야당 상호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종결된 탓인지, 그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양측은 격앙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3자회담의 연장전에 돌입하기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가시돋힌 설전을 다시금 주고 받았다.

 

박 대통령 "장외투쟁 고집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박 대통령이다.  17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아울러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할 것이다"라며 매우 강경하면서도 날이 시퍼랗게 선 발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의 목소리, 그 어느 때보다 격앙돼 있었으며, 매우 강한 어조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의 기운마저 가득찬 느낌이었다.  발언 내용 만큼이나 상대방을 협박하는 듯한 목소리에선 위압감마저 전해져왔고, 감정의 찌꺼기가 진하게 배어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이토록 대통령을 화나게 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에 서서 한 번 생각해보자. 

 

답답하다.  취임한 지 벌써 7개월이 돼가고 있지만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마음은 급해지는데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다급한 심정 뿐이다.  주변의 제반 여건은 이미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조성해 놓은 상황이다.  야당은 사실상 설 자리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 딴엔 선심까지 써가며 3자회담을 마련해주었건만, 괘씸하게도 야당은 그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며 회담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자칫 정권의 정통성을 위협할 만큼 민감한 사안들만을 골라 코 앞에 들이대며 들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한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3자회담이 끝난 뒤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 이유이다.  정권의 정통성 시비에서 빠른 시간 내에 벗어나 우리만의 본격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시동을 걸려던 참인데, 야당이 자꾸만 딴죽을 걸어오거나 뒷다리를 채려하는 것이다.  어찌 밉지 않을 수 있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 "불통 계속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

 

박 대통령의 포문에 맞서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 또한 반격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가시돋힌 독설이 공개된 후 바로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되고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며 화답한 것이다.

 

ⓒ이데일리

 

이번엔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대통령은 3자회담에서 야당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폈다.  국정원 선거 개입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으니 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자 처벌과 함께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예방, 지하까지 추락한 민주주의를 원상태로 회복하자는 주장인데, 박 대통령은 이를 왜 들어주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울러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주도하고 조선일보, 법무부, 국정원 등의 조력을 통해 공작이 이뤄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 총장의 사퇴를 반려하는 꼼수짓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고, 이번 공작의 책임자인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언급한 것인데 박 대통령은 왜 이 또한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일까.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부속물 정도로 여기는 느낌이다.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완전 고집불통에 다른 사람의 말은 당췌 들으려 하지를 않는다.  마치 벽에다 대고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이런 사람 앞에서 대화와 타협이란 용어는 사치라고 느껴졌다.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찬 태도에서 민주주의란 단어는 저만치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强 vs 强, 가시돋힌 설전의 끝은?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비춰볼 때 현 상황 타개를 위해 개최한 3자회담이 오히려 꼬인 정국을 더욱 뒤틀리게 만든 셈이 돼버렸다.  청와대와 야당의 평행선은 좀처럼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오히려 더 벌어진 느낌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조차 서로 독설을 꼭 주고 받아야만 했을까?  과연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   

 

이날 먼저 포문을 연 박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의 귀를 의심하기에 충분할 만큼 그 수위가 매우 높았다.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는 협박처럼 들렸을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대국민 협박이었던 셈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리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행정부 수반이자 일국을 대표하는 인물 대통령의 발언치고는 참 가볍기 그지없는, 그런 것이었다.  비단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에선 일단의 증오심 가득 서린 느낌마저 받았기 때문이다. 



같은 발언이라 해도 비언어적 표현이나 반언어적 표현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은 천양지차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 반언어적 표현에 있어 너무 과도한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당장은 독설이 효과를 볼지 모르겠으나 종국엔 패착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야당의 장외투쟁과 정국의 파행은 대통령의 이러한 독선과 불통스런 태도에서 비롯된 경향이 더 크다는 점, 주지의 사실이다.  야당이 애초 장외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복기해보자.  국기문란사건인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과는 관련 없다.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며 발뼘해왔고, 국정원 개혁마저 셀프로 진행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게 모두 전가시키며, '국민적 저항'이라는 무시무시한 어휘를 사용한 것은 대통령이란 직위에 걸맞지 않은, 무척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같은 어휘라 하더라도 야당이 표현하는 경우와 대통령이 표현하는 것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우리사회의 정치 실종은 박 대통령의 타협을 모르는 불통과 독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작금의 파행 정국, 누가 뭐라 해도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박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폴리뉴스

 

한편 3자회담 직후 이뤄진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함'에 55.3%가 응답하여 채 총장 사퇴 파문 직전인 지난 9일의 결과에 비해 2.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미묘한 변화라고 하지만, 어쨌든 여론의 향배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만일 지금과 같이 마이웨이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영원히 고착화되어 일부 보수층의 세 결집은 가능할지 몰라도 박 대통령의 숙원인 정권의 정통성 시비 해결은 고사하고,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발목 잡히는 일들이 반복하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청와대와 야당의 3자회담 결렬과 뒤이은 독기 어린 설전, 그나마 다행인 건 추석 연휴가 양측의 갈등 확산에 잠시나마 휴지기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독설로 인해 내부적으로는 강경 모드로의 선회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누구처럼 독설을 퍼부을 순 없겠고, 덕담 비스무레한 것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박 대통령,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그의 기운을 가득 받아 제발이지 좀 더 넉넉한 마음을 가슴 속에 담고, 불통과 오만의 일방통행식 통치에서 벗어나 보름달처럼 환하며 통 큰 정치를 국민들 앞에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야당 또한 타협이란 민주정치의 근본정신을 잊지 말고 꼬인 정국의 타개를 위해 청와대 및 여권과 최대한 절충점을 모색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결국 청와대와 야당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평행선의 간극은 양측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좁혀야 한다.  가시돋힌 설전과 같은 증오의 정치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때문에 정국의 향방에 있어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박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며, 추석 연휴가 지나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도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한 아량의 정치, 포용의 정치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