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보기관 스캔들과 두 정부 수반의 상반된 행보

새 날 2013. 7. 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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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기관의 정치 개입 사건으로 인해 연일 시끄럽기만 한 국내 상황, 그런데 최근 우리와 매우 유사한 정치사회적 혼란 상황에 놓인 서유럽 국가가 있어 화제다.  게다가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스캔들이란 초유의 사건을 놓고 이를 받아들이는 정부 수반의 태도가 상당히 대조적이어서 더욱 주목되기도 한다.  정보기관 정치개입 스캔들이란 상황은 두 국가가 묘하게 닮아 있으나 그를 대하는 행정부 수반의 행보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정보기관 스캔들 그리고 총리의 사임

 

최근 서유럽의 강소국 룩셈부르크에선 정보기관(SREL)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스캔들 의혹으로 인해 장 클로드 융커 총리가 불명예 퇴진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불거진 비리 의혹과 자신과의 관련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직접적인 연루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부 수반인 총리가 정보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스스로 사임한 것이다. 

 

1995년 룩셈부르크 총리에 취임한 그는 유렵연합 내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고, 2005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의장을 역임하며 유로존 경제위기 해결에 앞장서왔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국내는?

 

하지만 유사한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스캔들 사건을 겪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룩셈부르크와 달리 한결 갑갑하기만 하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의 정치 개입과 국기 문란 행위에 대해 거리를 둬가며 의식적으로 언급을 회피해오다 최근에서야 이에 대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빈 방문 직후인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석상에서였다.  하지만 국정원사건에 대해선 이전에 언급했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남의 일인 양 여전히 책임 회피 모드로 일관하고 있었으며, NLL 논란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언급하였으나 국정원의 일방적 대화록 공개 행위 해명 등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빠져 결국 기존 발언만 앵무새처럼 거듭한 셈이 돼버렸다.  대통령은 오히려 국가정보원의 자체 개혁, 일명 "셀프 개혁"을 꺼내들며 정치권의 무수한 논란을 빚어야 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NLL 논란에 대해 자신의 발언과 국정원 개혁 카드를 통해 종지부를 찍어 일단락짓고, 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단의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릇된 상황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수반이자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책임

 

지금과 같은 의식적인 거리두기 행보는 혼란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확산되어 갈 것이다.  본인은 극구 부정하며 남의 일인 양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실상 현 사태의 처음과 끝 모두 박 대통령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비슷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스캔들이지만, 룩셈부르크 총리는 스스로 책임지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물론 우리와 룩셈부르크의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은 크게 다를 것이기에 대통령에게 융커 총리와 같은 극단적인 결단을 바랄 순 없다.  다만,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전 정권 때 벌어진 일이기에 자신과는 전혀 상관 없노라는, 현실감이라곤 털끝 만큼도 찾을 수 없는 자세로 꿋꿋이 일관하는 책임감 없는 행태에서 제발 좀 벗어났으면 싶다. 

 

당시 대통령 후보로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행위를 정말로 몰랐다 치자.  아무리 그렇다손 쳐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예하 부처인 국정원의 잘못을 과거 정부 탓이라며 남의 일인 양 모른 척 발뻠한다는 건 감도 안 되는 얘기거리이며 결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대선 개입의 최고 수혜자가 박 대통령인 것만은 틀림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룩셈부르크의 융커 총리와 같은 직접적인 책임은 지지 않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선 인정하고,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국가정보기관의 정치 개입과 국기 문란 행위에 대해 국민들 앞에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게 올바를 듯싶으며 작금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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