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이들의 꿈이 단순해져 간다

새 날 2013. 5. 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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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고 다원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미래의 꿈나무인 우리 아이들의 사고 또한 과거에 비해 매우 유연해진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질 정도로 뚜렷해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밝고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내심 흐뭇한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어른 세계의 축소판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꿈

 

그런데 이렇듯 평소 자신의 의사를 똑소리날 정도로 또렷하게 표현해내고, 저마다의 개성이 철철 넘치던 아이들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장래희망 내지 꿈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60%가 넘는 아이들이 공무원과 연예인이 되는 것을 희망한 것입니다.  이는 전교조 경남지부가 경남지역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 921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실시한, "2013년 경남 초등학생의 가정생활 및 학교생활"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냥 지나치는 말로 "이담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라고 슬쩍 물으면, 가수나 탤런트 등의 연예인이 되겠노라는 답변을 실제로 많이 듣게 됩니다.  때문에 큰 관점에서 예술가를 연예인의 범주에 포함시킨다고 봤을 때 이들이 전체 장래희망의 30%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입니다.  물론 바람직스럽다는 의미는 졀대 아닙니다. 



한편 교사 및 공무원을 장래희망으로 꼽은 아이들 또한 모두 270명으로, 연예인과 예술가가 차지한 것과 비슷한, 전체의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와 공무원을 한데 묶어버려 아이들의 정확한 속내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최근 어른들의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놓는 직업 선택 기준이, 어린 초등학생 아이들에게까지 그대로 투영되는 듯하여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보다 다양한 꿈 꿀 수 있었으면

 

아이들의 꿈과 장래희망 얘기를 하다 보니 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스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돌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며, 우리의 대중문화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대중성의 매력에 흠뻑 도취된 아이들이 그들과 같은 길을 걷겠노라며 한 방향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단 이면의 힘든 과정은 생각지 않고 겉의 막연한 화려함만을 좇는, 그맘때 아이들의 전형적인 양태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TV를 통한 오디션이 활성화된 이후 이러한 한 방향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정신적으로 덜 여물었기에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흠모,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일방통행식의 꿈, 미디어 매체들이 일정 부분 부추겼다는 비난 피해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infancy.italynews.org.uk/the-childrens-day>

 

한편 아이들이 공무원과 같이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며 이를 꿈꾸어오는 현상은 기성세대의 세상을 미니어처화한 것과 진배 없어 보입니다.  어른 세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과 사고로부터 비롯된 판단이라기보다 자신들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부모나 주변 어른들을 통해 습득한 처세에 대한 한 표현 양태일 뿐, 결국 어른들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직업도 무척이나 다양해졌고, 아울러 아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 또한 무궁무진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아이들의 꿈은 오히려 단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작금의 현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에 대한 간접 체험이나 지식 습득 과정 없이 주변의 상황에 따라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부분만을 좇다 보니, 놓여진 선택지 중 아이들이 택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되기에 나타난 결과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다양한 장래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 각종 미디어 매체들부터 지나친 상업성 추구와 아이돌 위주의 방송 편성을 지양해야 할 것이며, 학교나 지역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보다 다채로운 직업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 스스로의 자발적인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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