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한 집배원의 훈훈한 선행이 우리사회에 온기를

새 날 2013. 4. 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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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주로 좋지 않은 소식들로 연일 채워져 우리네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직원의 자살 소식, 어린이집에서의 유아 폭행 소식, 개성공단 철수 소식 등등 온통 우울한 회색빛 일색이었습니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맑았던 하늘에선 돌연 비를 뿌리거나 심지어 천둥 번개마저 치며 상처 입은 우울한 우리의 마음에 소금을 팍팍 쳐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한 줄기 희망의 빛과 같은, 따뜻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편의점 강도를 잡은 집배원 윤봉규(35)씨 얘기입니다.  이미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무척 훈남입니다.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으로 알려져 있구요.  결혼 여부에 대해 밝히진 않았는데, 만일 미혼이라면 여러 처자들의 가슴 설레게 하겠더군요.

 

  맨손으로 강도를 잡다

 

지난 25일 오전 5시 30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편의점 앞, 한 남자가 쏜살같이 편의점을 빠져나갔고, 편의점 직원의 강도를 잡아달라는 부탁에 그와 그의 일행은 편의점을 나와 곧바로 그 앞서 빠져나간 강도의 뒤를 쫓았습니다.  20대 강도는 흉기를 들이대며 저항했지만, 결국 윤봉규씨에 의해 제압되어 붙잡히고 맙니다.

 

세상이 하도 흉흉하여 웬 만하면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현명한 처세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희의 현 주소입니다.  하물며 청소년들의 비행을 보고도 타이르기는 커녕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게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실제로 비행이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태클(?)을 걸었다가 비명횡사하거나 집단 폭행을 당한 사례들을 종종 접해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의 선행에 대해서도 칭찬보다는 "참 무모한 행동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더러 존재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불의와 타인의 어려움을 보았을 때 자신의 안위는 뒤로 한 채 이를 애써 도와주려 한 그의 따뜻한 심성과 용감함, 근래 보기 드문 일이라 칭찬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용감함보다 더욱 윤기나는 그의 고운 심성

 

그런데 그가 맨손으로 잡은 강도가 지적 장애 2급의 지적 장애자였고, 또한 그와의 격투 중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게 됩니다.  강도를 잡은 당시에도 "뒤늦게 피의자가 지적 장애를 가진 것을 알고 마음이 딱했다"라며 한 신문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의 심경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참고로 지적장애 2급, 반복된 훈련에 의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긴 하지만, 평상시의 판단 능력이 일반 성인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 하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도 행위를 벌인 그날도 어머니에게 "짜파게티 먹고 싶다"고 했다가 "나중에 사주겠다"란 말을 듣고 뛰쳐나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상황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해 주는 것입니다.

 

강도 행위를 하다 붙잡힌 그, 공장에 다니는 홀어머니 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부상을 당한 아들의 병원비가 없어 난처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뒤늦게 이런 딱한 소식을 접한 윤봉규씨는 그런 그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강도를 잡아 받게 될 포상금 전액을 그의 치료비에 보태 치료를 돕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나쁜 짓을 한 건 맞으니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사정이 너무 딱하게 느껴졌다.  당장 병원비가 없어 홀어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들었다.  포상금을 얼마나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치료비에 보태 썼으면 좋겠다.

 

그렇습니다.  윤봉규씨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 하는 의협심뿐만 아니라 남의 딱한 처지를 보면 측은지심을 느낄 줄 아는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들, 말로는 평소 못 할 일이 없습니다.  또한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위와 비슷한 일을 겪게 될 때 우리네 행동, 대부분 윤봉규씨와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저부터도 자신 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윤봉규씨의 선행, 어찌 보면 보잘 것 없는 작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온통 칙칙하고 어둡게 채색된 우리 사회에 밝은 점 하나가 되어 눈덩이처럼 크게 불리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인 것입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그래도 우리 사회의 아랫목에선 여전히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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