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영화『웨딩 스캔들』, 작은 연극을 접한 느낌

새 날 2012. 8. 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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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이 남한을 할퀴고 북한 쪽을 향해 맹렬히 올라가고 있을 즈음, 집사람과 난 영화 관람을 위해 집을 나섰다. 조금은 무모한 행동이었을까? 하지만 이미 태풍의 중심은 내 서식지를 지나도 한참을 지났을 터이니... 거리는 예상대로 한산했다. 비가 오는 하늘이라 평소보다 금방 어둑해진다. 아직 태풍의 흔적은 내 몸을 통해 감지되고 있었다.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

 

이 정도 바람이면 우산 뒤집는 일 정도는 완전 식은 죽 먹기일 듯... 버스를 잡아 탔다. 해가 없는 하늘이라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깜깜하다. 명동에서 내려 메인 골목으로 들어선다. 어라? 도로 가운데 있어야 할 노점상들이 아예 보이질 않네... 평소 같았으면 막혀 앞으로 진행하기도 버거운 길이었는데, 이날은 뻥 뚫려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인과 일본인들은 길에 넘쳐 흐른다.

 

명동CGV를 찾아 들어가며, 의심스러운 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오늘 시사회는 10층에서 있다고 본 것 같은데, 명동CGV는 8층이란다. 에이 설마 CGV가 명동에 두 개나 있겠어 하며 그냥 올라간다. 그런데 8층에 도착한 우리,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시사회 입장권 배부 부스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명동역CGV가 또 있단다. 이런 쉣~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모처럼 일찍 나왔건만, 이런 불상사가... 결국 명동역CGV, 그것도 10층에 무사히 도착하여 표를 배부받았다. 하... 이번엔 제법 좋은 자리네? 앞에서 5번째이니 이 정도면 훌륭...ㅋ

 

 

이제 영화 얘기를 해 볼까? 사전에 이 영화에 대해 슬쩍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코믹류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도 아닌 듯... 그냥 관람 내내 김민준과 곽지민, 두 배우의 얼토당토 않은 사랑 싸움만 보고 온 느낌?

 

 

우리나라 대표 청년 백수 김민준, 음주 운전 범칙금을 내지 못해 쫓겨다니는 처량한 신세다. 어느날 친구로부터 범칙금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위장결혼을 권유받고, 이에 응한다. 위장결혼의 상대는 연변에서 건너 온 처녀, 몇 년 후 위장 결혼이 발각되어 상대 여성은 출입국 관리소에 붙들려 가고, 이를 해결하고자 쌍둥이 동생 곽지민이 김민준 앞에 나타나게 된다.

 

아무리 위장 결혼이라 해도, 두 사람이 실제 사랑한다는 물증이 있으면 풀려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 곽지민, 언니와 쌍둥이라는 특수 관계를 이용해 김민준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물증을 언니 대신 김민준과 함께 만들어내기로 한다. 물증 작업을 위해 여러 방법이 동원되는데...

 

 

김민준은 드라마에서 몇 번 본 적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배우지만, 곽지민은 처음 접해 보는 배우이다. 연변 처녀로의 연출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통통한 몸매와 동그란 눈, 그리고 조금은 순진해 보이는 얼굴이 꼭 문근영을 떠오르게 한다. 초간단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김민준의 현재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내었고, 실사와 연결되어 나름 신선함을 던져준다.

 

두 사람이 언니의 석방을 위해 벌이는 거짓 사랑행위는, 이런 저런 사건들을 유발해내고, 이는 어느새 서서히 서로 간의 사랑으로 싹 트게 되는데....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카메라는 단순하며 거칠었고, 배경 음악 또한 어색한 분위기의 클래식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조연들의 연기는 어설펐고, 억지스런 상황 전개도 엿보인다. 굳이 판을 나누고 싶진 않지만, 저예산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야 뭐 영화를 볼 줄만 아는, 그것도 가려가며 보는, 그런 문외한이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제작 의도는 흥행보다는 다소 실험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흥행은 힘들어 보인다는 얘기다.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이 김민준에겐 오히려 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비춰진다. 그의 엉뚱하고 다소 얼빵한(?) 듯한 연기가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한 듯... 그런데 내가 마실 땐 그저 쓰기만 한 소주가, 왜 김민준이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마실 땐 달짝지근해 보이는 걸까? ㅎ 그런데 이것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가 보다.

 

영화를 마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명동길을 내려가다 보니, 김민준의 삼겹살과 소주가 격하게 땡긴다. 집사람과 함께 발에 처음 걸린 삼겹살집으로 들어가 김민준의 맛난 소주먹기를 흉내내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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