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거북함이 노림수? 영화『공모자들』

새 날 2012. 8.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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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과 임창정 출연작이란 것 외 다른 정보는 모른 채 관람한 영화다. 첫 장면부터 피칠갑으로 시작한 영화는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견지한다. 장기 밀매라는 다소 끔찍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피를 감출래야 감출 수 없었을 게다. 하지만 너무도 가볍게 살을 째고, 쑤시고, 피가 튀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보니, 몸은 나도 모르게 긴장 상태에서 경직되어지고, 결국 영화 관람을 마친 뒤 피로감이 온 몸을 엄습해왔다.

 

 

코믹 연기의 대명사, 임창정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잔혹한 주인공 역의 이미지 연출 때문이리라. 반면 낮게 깔린 저음의 경상도 사투리와 다소 거친 몸짓, 그리고 강렬하거나 또는 애절한 눈빛, 그의 과거 이미지를 씻어내려 애쓴 흔적이 엿보이며, 나름 어울리는 역할인 듯도 하다.



따뜻하고 지적이며 말쑥한 이미지의 최다니엘, 이 영화에서의 역할은 다소 의외였다. 그의 악역으로의 변신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완전히 적나라하게 까뒤집어 보여주고 싶어 꺼낸 카드가 최다니엘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의 연기력을 떠나,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졌던 최다니엘이란 이미지의 상품성만을 놓고 보면, 꽤 적절한 캐스팅이었던 듯...

 

 

감초 연기자 오달수, 역시 이번에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번 영화에선 천연덕스럽고, 다소 징그럽게 묘사된 그다. 피를 좋아한다더니 결국 피범벅이 되어 죽는다. 능청스러우며 느끼한 그의 코믹연기 실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다만 그가 출연했던 '음란서생', '조선명탐정'에서의 말투, 억양과 이 영화에서의 그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함정...

 

 

장기 밀매란 비슷한 소재를 다뤘고, 잔혹한 영상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영화,'아저씨'가 오버랩되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다만 한 사람의 영웅 탄생을 기린 듯한 '아저씨'와는 달리, '공모자들'은 장기 밀매 범죄에 대한 사회 환기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까발림을 탑재한, 사회성 씌우기를 시도한 듯한 느낌이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주로 중국을 오고가는 여객선과 그 주변의 항구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인천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얼마 전 가 보았던 차이나타운과 오이도 조개구이집이 살짝 나와 반가운 맘이 들었던 건 여담이다.

 

영화 보는 내내 느꼈던 거북함과 긴장감은, 어쩌면 '공모자들'의 인간성 막장 모습을 보다 강력하게 각인시키려 시도한 감독의 숨겨 놓은 장치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영화 관람하는 내내 느껴졌던 찝찝함은,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감독의 노림수가 바로 이것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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