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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가 되기 전 알아두면 좋은 사실들 '거실의 사자'

새 날 2018. 7. 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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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을 가까이하고 가축으로 기르게 된 데엔 다 그럴 만한 쓰임새를 염두에 둔 덕분이다. 소의 경우 우직하게 농사일을 도우며, 우유나 단백질 및 지방을 제공해 왔다. 닭이나 돼지 역시 영양소의 주요 공급원이다. 하물며 개도 여러 방면에서 인간에게 기여한다. 이를테면 낯선 이가 방문할 경우 짖어서 경계심을 유발케 하거나 양이나 염소 등 다른 가축 지키는 일을 도맡아한다. 썰매를 끌거나 짐을 운반할 때 활용되기도 하고 장애인의 활동을 돕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동물들과 견주어보면 상대적으로 하등의 쓸모가 없다. 특히 같은 반려동물의 대표 브랜드(?)로서 고양이와 쌍벽을 이루는 개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항변한다. 몹쓸 전염병 등 각종 질병을 옮기는 쥐를 잡아준다며.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만큼 그리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 한 듯싶다. 병균을 주로 옮기는 큰 쥐는 정작 건드리지 못 하고 애먼 새끼 쥐만 잡기 때문이다. 그것도 녀석이 내킬 경우에만 아주 가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인간의 생활 공간 속으로 아주 깊숙히 파고들어 왔다. 놀라운 일이다. 요즘에는 공동주택이 일반화된 까닭에 많은 반려견들 역시 실내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으나, 여전히 많은 수의 반려견들은 실외에서 키워진다. 그에 비하면 고양이에 대한 인심은 굉장히 후한 편이다. 사람의 생활 공간 일부를 기꺼이 이들에게 내어주었으니 말이다.

 

  

고양이 '치토스'를 기르며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고 늘 제멋대로인 데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에게 특별히 기여하는 바도 없는 고양이에게 왜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는지, 고양잇과 동물과 얽힌 사연을 과학적으로 접근, 이를 밝히고,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잔인한 포식자가 어떻게 인간의 곁에서 가장 사랑 받는 동물이 될 수 있었는지 저자는 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고양이의 개체 수 증가는 전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다. 미국의 고양이 숫자는 근 20년 사이 50%나 증가, 오늘날 1억 마리에 가까워지고 있단다. 전 세계적으로는 6억 마리를 넘어섰다. 이는 인간의 사랑과 관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영원한 맞수 개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숫자다. 개는 인간의 오랜 친구였으며, 지금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기에 난 당연히 개의 개체수가 앞서리라 예상했다.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의 폭발적인 인기가 어떤 측면에서는 조금 두렵게 다가온다.

 

고양이는 번식 기계라 불릴 만큼 번식력이 왕성하다. 이 책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고양이 한 쌍이 5년 동안 생산한 자손이 모두 생존할 경우 총 35만4294마리가 된다고 하니 번식 기계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고양이가 인간의 마음과 감정까지 훔치는 그 특유의 매력 덕분에 애초 서식하던 곳이 아닌 엉뚱한 지역에 보내지기 시작한 이래로 지구촌 구석구석이 고양이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노라는 대목이다. 지금 세계 곳곳이 워낙 많은 고양이의 개체 수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이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생득적 습성상 개와 확연히 구분된다. 고양이는 잡식성인 개와 달리 애초 고양잇과의 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사냥에 능한 까닭에 집고양이로 길들여지든 아니면 길고양이로 내쳐지든 생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살아있는 생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놀라운 식성과 토끼를 능가하는 번식력이 더해져 이들이 발을 내딛는 곳은 어느 지역이 됐든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인터넷 유명 고양이 그럼피 캣 ⓒ셔터스톡

 

인간의 신체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양이의 유연한 몸놀림이나 톡소플라즈마의 영향 등으로 인해 액체설, 마녀설 등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둘러싼 많은 가설이 존재해 왔다. 물론 고양이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 웃자고 만든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을 집사화할 정도로 무한 매력을 뿜어내면서도 야생이면 야생, 인간의 생활공간이면 생활공간 등 어디든 파고들어 탁월한 적응능력을 발휘하고, 왕성한 번식력까지 갖춰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면서 점차 개체수를 늘려가는 그들의 존재가 실제로 두려워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고양이의 몸에 기생,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특히 임산부는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기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톡소플라즈마는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고양이와 일찍이 친숙해진 나라일수록 톡소플라즈마 감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의 40%가량이, 우리나라는 다행히 7% 정도만이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를 막연히 두려워해서는 안 될 노릇이지만, 최근 관련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어떤 영역에서는 실제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발표가 잇따르고 있기에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될 것 같다.

 

저자는 고양이가 사람들로부터 유독 사랑을 받는 이유로 인간의 아기를 닮은 외모를 들고 있다. 동그란 눈이며, 얼굴 등 모든 요소들이 인간의 혼을 홀딱 빼놓을 만큼 아기의 그것을 쏙 빼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야옹 하는 울음소리나 가르릉 소리조차 사람의 모성 본능을 깨우기에 최적화되어 있단다. 이러한 요소 때문인지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며 높은 관심을 갖는 성별 및 연령층과 관련한 통계를 조사해보니 가임기에 속하는 여성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고양이의 타고난 이러한 요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이를 향한 사랑은 단방향의 짝사랑에 불과하다. 고양이는 철저히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사람에게 복종하는 법이 없다. 뭐든 제멋대로다. 가르릉 거리거나 몸을 비비는 행위 역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 특별한 목적이 담긴 몸짓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성격은 까탈스럽기 이를 데 없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아닐 경우 혹은 기존의 환경과 조금이라도 달라질 경우, 이를테면 가구 배치를 달리하는 등, 예민하고 까칠한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니까 고양이는 한마디로 자신이 주인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철저히 주인이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라는 동물이다. 주인이 아닌 집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잇과 맹수들이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이들의 피가 온몸에 흐르고 있는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고양이 주인들이 하나 같이 집사가 되었다는 하소연은 이러한 습성으로부터 비롯된 셈이다.

 

먹이사슬의 최상단 포식자라는 견고한 위치에 있으면서 살아 있는 생물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사는 진정한 육식동물 고양이, 이들의 몸에는 같은 고양잇과이면서 맹수류에 속하는 사자, 호랑이, 표범 등의 피가 흐르고 있다. 게다가 워낙 적응력이 뛰어나 인간의 생활 영역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잘 버티는 매우 독특한 종이다. 이들에게는 탁월한 번식력이 더해져 어느 곳에 던져져도, 심지어 갈라파고스 따위의 동떨어진 외딴섬 등에 버려져도 어떡하든 생존하기 마련이다. 

 

몇몇 지역에서는 고양이로 인한 특정 생물의 절멸 소식도 들려온다. 이들의 발길이 닿는 지역이라면 그곳이 어디가 됐든 생태계가 초토화되기 일쑤다. 더구나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큼 고양이는 귀여운 외모와 행동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인간의 생활 영역까지 깊숙히 침투해 들어오더니, 집고양이 길고양이를 불문하고 어느덧 그들의 개체수를 전 세계로 크게 불려나가고 있다. 공포스러울 만큼 말이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온라인에서조차 밈(인터넷의 주요 문화 요소와 유행하는 것들을 일컫는 말) 현상을 일으키면서 인간 세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개체 아닐까? 

 

 

저자  애비게일 터커

역자  이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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