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액션 장르라고 하여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영화 '커뮤터'

새 날 2018. 5.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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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관 마이클(리암 니슨)은 10년 동안 몸 담아온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정년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아 있었다. 자신이 왜 그만두어야 하는가를 묻는 안타까운 질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뼈 아픈 답변만 돌아온다. 이제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이 있어 등록금 등 당장 목돈이 필요한 시점이라 그에겐 여간 곤란한 상황이 아니다. 아내 캐런(엘리자베스 맥거번)에게는 차마 곧이 곧대로 말할 수가 없었던 그다. 


기껏해야 후배이자 현직 경찰관인 알렉스(패트릭 윌슨)와 만나 맥줏잔을 기울이면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마음을 추스리면서 여느 때처럼 통근열차에 올라탄 그, 열차 객실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는 듯 각기 다른 모습으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마이클의 실직을 눈치 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었으며, 모두들 자기 앞가림 하기에도 벅찬 삶이었다. 



그 때다. 실직의 충격으로 10년 동안 애용해 오던 통근열차의 한 쪽 좌석에 넋이 반쯤 나간 채 아들 대니(딘-찰스 채프먼)와 함께 읽고 있던 책을 펼쳐놓은 그에게 한 여성(베라 파미가)이 접근해 온다. 어딘가 이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탓에 섣불리 경계를 늦출 수 없었던 마이클에게 그녀는 묘한 제안을 해 온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은 제안에 어리둥절해 하던 찰나, 그녀는 그런 그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곧바로 다음 정차역에서 내린 뒤 그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는 혹시나 하며 그녀의 제안 내용이 사실인가를 검증하기 시작한다. 아뿔싸 실화였다. 그러니까 그녀의 제안은 사실이었다. 무언가 꾐에 넘어간 듯한 느낌을 받은 마이클이었으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이미 그녀의 계획 대로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데...  


마이클은 그녀의 제안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으나 모든 정황은 그녀의 계략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절묘하게 짜맞춰져 있었다. 그 앞에 던져진 미션 자체는 마이클 자신에겐 큰 의미로 다가오는 행위가 아니었으나 그 외의 누군가에게는 자칫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루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이렇듯 마이클이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어쩔 수 없이 관여하게 된 사건의 미끼는 참으로 치졸한 종류의 것이었다. 



나이 60이 될 때까지 아내와 자식을 열심히 부양하는 등 직장생활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오면서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어렵사리 버텨온 터다. 어느덧 자식도 성장,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는 앞으로 지출해야 할 돈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런 처지 속에서 그에게 들이닥친 급작스런 실직, 이는 과연 우연일까? 그는 어느 누구보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였으며, 그만큼 돈이 절실한 실정이었다. 이런 처지를 악용, 가족의 안위와 거액의 돈을 대가로 베팅에 나선 정체 모를 조직, 마이클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동안 감독인 자움 콜렛 세라와 리암 니슨이 함께한 작품의 숫자가 꽤 된다. 내가 관람한 작품만도 세 편이나 된다. 그 가운데 좁은 비행기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 영화 '논스톱'은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액션이 주를 이루는 이번 작품과 완전히 판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그럭저럭인 작품들이다. 리암 니슨은 우리 나이로 올해 67살이다. 액션을 하기에는 버거울 뿐 아니라 실제로는 영화속 설정 나이인 60살보다도 훨씬 많다. 



그는 근래 목소리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몬스터 콜'에서 몬스터의 목소리 연기를 펼쳤던 그다. 그만의 중후한 목소리 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묘미가 있다. 하지만 나이를 잊은 듯한 그의 연기는 여전히 액션 장르를 넘나드는 상황이다. 이제는 마지막이겠거니 하며 잊고 있던 순간, 또 다른 액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놓곤 하는 그의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흡사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브레이크 장치가 풀려 가속이 붙은 열차가 각종 물리적인 법칙이나 제한 따위를 벗어나 그야말로 폭주하는 장면과 그 안에 갇혀 있던 이들이 기적처럼 원하는 결과물로 이끌어내는 신은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다. 


마이클은 나이 60에 실직되었다고 울상이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와 비교해보면 사실 너무 부러운 요소다. 60은커녕 웬만한 기업에서는 55세까지 가만히 놓아두지를 않기 때문이다. '38선', '사오정'이라는 표현이 횡행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정년 65세 그리고 60세의 실직은 말 그대로 꿈 같은 얘기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쯤 65세 정년을 바라보게 될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그와 관련한 부유물들이 끊임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감독  자움 콜렛 세라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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