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소비자 믿음 저버린 혁신과 감성의 아이콘 '애플'

새 날 2017. 12. 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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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제품의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한가의 여부는 IT기기 구입 기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소비자들이 굳이 브랜드를 따져가며 제품을 애써 고르는 이유도 다름 아닌 이러한 사후 서비스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제품의 업데이트 등 사후 관리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조금 더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확실한 사후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요량으로 제품을 선택하곤 하는 것이다. 


IT기기의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통상 자잘한 버그 등 미흡한 요소들을 보완하거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조금 더 완벽한 제품으로 다가가는 절차 내지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서는 의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 혁신과 감성의 아이콘으로 다가오던 애플의 아이폰을 소지한 사용자들은 이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왠지 반응 속도가 저하되는 듯한 느낌을 감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던 사용자들이 '애플이 혹시 고의로 성능을 저하시키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애플이 소비자들의 이러한 막연한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놀랍게도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평소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이었기에 이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애플 측이 내놓은 해명은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20일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종합적인 성능과 함께 최대한의 기기 수명 보장도 포함된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추운 곳에 있을 경우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하게 아이폰이 꺼지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인 속도저하를 선택했다"고 말한 것이다. 


누가 보아도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의 판매를 늘리기 위한 꼼수적 행태로 다가오는 작금의 상황을 오로지 자신들만 아니라고 발뼘하고 나선 셈이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변명 따위로. 


ⓒ전자신문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결국 속도 저하로 더 이상 구형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한다는 의미였던 걸까? 아울러 새로 출시된 아이폰X는 물론, 이전의 제품들 또한 날씨가 추워질 경우 유독 전원꺼짐 현상이 잦아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이거늘 이를 기술적으로 해소하기 보다 의도적인 속도 저하를 통해 해결한다는 게 애플이 말하는 진정한 혁신의 개념이었던 걸까?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너무도 궁색한 변명 아닌가. 난 오히려 최근 내놓은 야심작 아이폰X가 전원꺼짐 현상 등의 이슈로 인해 판매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그에 따르는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 업데이트될 때마다 나타나는 속도 저하 현상 이슈를 빌미 삼아 이를 한 몫에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이 고작 제품 판매를 위해 내세워온 기술력이라는 게 자신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지 못하도록 꼼수적 기법을 적용시켜왔으니 말이다. 


물론 그동안 애플이 세상에 기여한 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10년 전 아이폰이 세상에 탄생했을 당시 이는 모름지기 혁신 그 자체였다. 제품을 통해 보여준 놀라운 통찰력과 영감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거의 종교적인 열광을 떠올리게 할 만큼 넓은 마니아층을 끌어모은 애플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애플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DNA에는 이 혁신이란 요소가 빠진 게 틀림없다. 그동안 쌓아온 소비자들의 충성심에 지나치게 기대는 바람에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애플이 실토한 성능 저하 시도는, 업데이트가 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을 저버린 기만적인 행태다. 더구나 애플은 이와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이슈로 불거지자 궁색한 이유를 들어 뒤늦게 실토하는 우를 범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특정 소비 계층 사이에서 거의 열풍을 불러일으켜온 애플이 마니아들의 믿음과 충성심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셈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간택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앞서도 언급했듯 업데이트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제품을 최상의 상태로 오랜 기간 안정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을 테다. 그런데 애플은 소비자들이 치른 이 비싼 대가를 뒤에서는 제품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꼼수로 보답해왔으며, 앞에서는 지속적인 감성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제품 판매에만 열을 올려왔다. 신뢰를 저버린 이러한 행태에 대한 대가는 두고두고 달게 받아야 한다. 이제 현명한 소비자들이 그에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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