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호기심 자극하는 제품 어디 없나요?

새 날 2017. 11. 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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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말합니다. 어릴 적엔 매사가 새로 경험하는 일들이라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축적된 경험이 많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거나 마음을 홀릴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들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고.. 그래서 그런 걸까요? 근래 시간의 흐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릅니다. 송년회식에 참석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벌써 12월 달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제 나이가 부쩍 많아졌음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이라는 녀석의 내달리는 속도는 정말로 범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나이가 불어나는 속도에 비례한다면 그나마 정신줄이라도 잡을 수 있을 법한데, 실제 체감 속도는 그 차원을 훌쩍 넘어서니 말입니다. 이는 저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그 무언가가 절실하다는 신호 아닐까요?


아이폰X가 마침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X 즉, 10이라는 기기의 작명은 아이폰이 탄생한 지 10년이 됐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표현에 가깝습니다.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인데요. 가격대가 웬만한 사양의 맥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값비싸게 출시됐음에도 그 놈의 인기를 주체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정확히 10년 전 아이폰의 탄생은 누가 뭐라 하든 혁신이었습니다. 폴더폰과 터치폰이 지배해오던 휴대폰 시장에 강력한 네트워킹과 컴퓨팅 기능이 탑재된 개인용 단말기인 스마트폰을 떡하니 등장시켰으니 말입니다. 이 세상은 스마트폰이 없을 때와 스마트폰이 있을 때로 확연히 구별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로 이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그런데 사실 아이폰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오늘날 유행하는 형태의 스마트폰의 등장을 알리는 제품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단말기라 불리는 PDA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물론 이 역시 미국의 애플컴퓨터사가 처음 개발하였으니, 애초부터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그들의 놀라운 혁신성을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PDA를 최초로 개발한 건 애플이 분명 맞지만 실제 제품 시장은 애플보다는 다양한 회사들에 의해 군웅할거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OS에 의해 시장이 세분화되었는데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팜과 윈도모바일, 그리고 한국의 셀빅이 떠오릅니다. 1990년대 말 이른바 얼리어답터라 불리는, 새로운 정보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접하고 이를 구매하는 성향의 소비자들에 의해 해당 시장은 비교적 조그맣게 형성돼왔습니다. 


ⓒ케이벤치


당시 PDA는 제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매력적인 녀석이었습니다. 속된 말로 한 눈에 뿅 갔더랬죠. 통신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으며 대중화되지도 못한 탓에 네트워킹 기반의 기능들을 활용하기란 녹록치 않았으나 현재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기본적인 기능들은 이미 PDA를 통해 실현 가능했으며, 오늘날 스마트폰이 지닌 잠재력을 진작부터 엿보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이를 접해본 사람들은 손바닥 안에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컴퓨팅 기능에 매료되어 쉽사리 이를 놓지 못하게 됩니다. PDA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 같았습니다. 일정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휴대폰과의 결합이었습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이러한 바람이 성사됩니다. PDA폰이 시장에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PDA폰이 바로 오늘날 스마트폰의 전신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반 컴퓨팅 업계에도 모바일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칩니다. 성능은 노트북에 가깝지만, 휴대성을 더욱 강조한 UMPC, MID 등이 시장에 대거 쏟아졌습니다. 스마트폰의 본격 탄생에 앞서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가 한껏 반영된 혁신형의 제품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던 터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품들이 즐비했습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혁신이란 단어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부여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래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며, 그동안 수많은 기술 진보가 거듭돼오고 활용성도 높아졌으나 왠지 저의 가슴을 뛰게 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품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제품들을 보면 한결 같이 화려한 색상에, 미끈하고 날렵하며 속도 또한 빠르고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음에도, 왠지 예전에 PDA를 통해 느꼈던 그 굉장하던 감흥 같은 건 확실히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요? 


아이폰X가 자신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입니다만 그 안에는 혁신이라는 DNA가 없습니다. 여기서 혁신이란 바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만한 판도 변화를 일컫습니다. 사실상 10년 동안 스마트폰은 자잘한 기능 변화와 화면 크기, 그리고 색상 등과 같은 소소한 경쟁만 있었을 뿐, 우리의 가슴은 물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법한 새로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혁신이 없으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일도 줄어들게 되고, 저의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할 만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으니 관심 또한 현격하게 감소하면서 시간은 갈수록 광속과도 같은 속도로 질주해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다시 저의 시간을 더디 가게 해줄, 진정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해오고 기대감 때문에 가슴마저 설레게 하는, 그런 제품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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