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커피값 아껴 아이폰X 사라는 팀쿡, 왜 비난 받는가

새 날 2017. 11. 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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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 CEO 팀쿡이 지난 2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한 달에 약 33달러만 투자할 경우, 그러니까 일주일 동안 마시는 커피 몇 잔 값이면 아이폰X을 구매할 수 있다. 맛있는 커피집에서 하루 한 잔을 마시는 값보다 싸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AT&T가 아이폰X 64GB 제품의 경우 월 33.34 달러 30개월 분할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30개월 동안 매달 33.34달러를 지불하면 999달러에 이르는 아이폰X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팀쿡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스마트폰을 할부로 사고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폰은 중고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은 300~350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애플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선 기꺼이 통신사와 30개월 동안의 노예계약을 맺어야 하고, 그의 반대급부로 커피를 마시지 말라며 독려하고 있다. 심지어 중고 기기 가격까지 직접 언급하는 세심함까지 발휘하고 나섰다.


한 포털에 게재된 관련 기사, 이를 내리라는 요구가 훨씬 많다


이와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온통 비난 일색이다. 일상에서 가장 흔한 기호식품이자 이제는 생필품 가운데 하나인 커피를 아이폰에 빗대고 나선 건 결국 애플 스스로 아이폰X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어 고객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높은 미국은 아이폰이며 커피 가릴 것 없이 시중 가격이 한국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편이다. 


관련 기사에 달린 비난 댓글들


사양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아이폰X의 경우 우리가 미국보다 평균 30만 원가량 더 비싸고,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기준(2016년)으로 미국이 2820원, 한국이 41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가 1.5배가량 비싸다. 이렇듯 커피는 예전처럼 가볍게 마실 만큼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팀쿡은 아이폰을 커피 가격에 빗대면서 마치 큰 부담이 아닌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24개월 할부가 보편적인 상황이라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142만원인 아이폰X 64GB 제품의 경우 통신사 출고가를 감안,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월 금액은 5만6250원에 이른다. 이는 4100원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14잔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163만원 256GB 제품의 경우 매달 6만4500원, 그러니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6잔에 해당한다. 


때마침 커피와 관련한 언론보도 하나가 눈에 띈다. 만일 커피 관련 업계가 팀쿡의 발언을 전해들었다면 경을 치거나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나설 노릇이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법한 계층이 존재하고 있다. 다름 아닌 커피가 만성 신장병 환자의 사망 위험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소식이다. 



포르투갈 리스본 북부병원 신장병 전문의 미겔 비에이라 박사 연구팀이 만성 신장병 환자 2,328명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단다. 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하루 커피를 1~2잔 마시는 만성 신장병 환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12% 낮았고, 하루 3잔을 마시는 사람은 22%, 3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24% 낮았다고 한다. 


팀쿡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자면 현재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X를 절대로 구입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커피 값을 아껴가며 비싼 아이폰을 구입했다가 최악의 경우 정작 가장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분명 맞다면, 아이폰X의 감성을 선택하기보다는 커피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실속을 챙기는 일이 훨씬 이득일 테니 말이다.



사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아이폰, 탄생한 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종의 한정판인 아이폰X를 출시했다. 충성 고객 내지 덕후들은 애플에 여전히 충성을 약속하며 그들만의 감성을 즐기고 또한 만끽하겠지만, 역대급의 가격, 게다가 한국이 흡사 글로벌 호구라도 되는 양 세계에서 가장 높게 책정된 가격의 만행 아닌 만행을 저지르는 상황 속에서 감성과 가격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심리적 저항을 뚫고 과연 예전만큼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이는 팀쿡의 발언으로부터 짐작 가능하다. 팀쿡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신장병 환자라면 기겁하고도 남을 아이폰을 일상속 즐거움인 커피에 빗대어 구입을 독려하고 나섰다. 게다가 아이폰의 중고 시세를 직접 언급하면서까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네티즌들이 이를 어찌 비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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