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그리운 날엔

OST로 곱씹어 본 아름다운 영화 '라라랜드'

새 날 2016. 12. 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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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를 관람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여운이 쉽게 가라앉거나 사라지지를 않는다. 스크린 속 무대 위에서 펼쳐지던 두 남녀 주인공의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되던 무한 행복감, 화사하고 화려한 색감의 영상미 그리고 청각 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해 오던 즐겁거나 때로는 슬픈 감정의 아름다운 음악, 나의 심장 언저리까지 파고들던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아스라한 감성까지, 이 영화 한 편을 통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무수한 감정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게 한 점은, 작품을 기획하고 연출한 감독이 가히 천재가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과 함께 내겐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비슷한 행복감을 느꼈던 많은 관객들은 한결 같이 비슷한 감정을 토로하지 않을까 싶다. 이쯤되면 라라랜드 앓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이러저러한 다양한 감정과 감성들을 손상 없이 되도록이면 원본 그대로 온전하게 간직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별도로 없는 걸까? 영화를 다시 관람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OST를 구입해 볼까?



그래서 난 비교적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를 택했다. 다름아닌 OST 구입이었다. 물론 영화를 재관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상 속에서 늘 반복하며 간편하게 영화 속 감흥을 누릴 요량으로 난 이를 택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발매된 라라랜드 OST는 28일까지 총 1만5천 장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영화 OST의 판매량이 5천 장이라고 하니 이 정도의 수량이라면 제법 인상적인 결과라 할 만하다. 



아울러 라라랜드의 인기 덕분에 1985년에 발매됐던 스티비 원더의 노래 '랜드 오브 라라'가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단다. 이 또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라라랜드의 인기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라라랜드 OST의 7인치 LP판 구입기가 올라오면서 라라랜드 앓이를 앓고 있는 이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급기야 모 쇼핑몰에는 이의 인기에 힘입어 해당 LP판과 함께 턴테이블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이색 상품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라라랜드 OST의 음원을 플레이하자 예의 익숙한 음율에 몸이 먼저 반응해 온다.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자극해 오는 청각이 어느새 시각 영역까지 넘나들며 스크린 위로 펼쳐졌던 그 화려한 색감의 영상들을 상상 속 이미지로 재창조해낸 채 뱉어내고 있었다. 



모 기업체에 의해 2016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ROSE QUARTZ & SERENITY 그라데이션 류의 색감이 넓게 펼쳐진 화려한 영상 위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두 주인공이 멋지게 춤을 추거나 사랑을 속삭이던 아름다운 장면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비록 청각이라는 감각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기하게도 스크린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던 그 모든 감각들이 조금은 어설프면서도,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두렷두렷 되살아나는 느낌임은 분명하다. 



밝고 경쾌한 박자의 선율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곧바로 애잔한 피아노의 '미아 & 세바스찬 테마곡'이 마음 한켠을 울리고, 이 상태에서 해당 감정에 몰입한 채 한없이 그에 깊숙이 빠져들 듯한 순간,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양 음악은 또 다른 장르로 연신 옷을 갈아 입으며 나의 감정을 들뜨게 했다 가라앉혔다를 수없이 반복한다. 왜 이 영화가 매력적이었던가를 새삼 복기하게 하는 찰나다. 



이렇듯 OST에 담긴 곡들 하나하나는 영화 '라라랜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채 우리가 스크린 위에서 느끼며 누릴 수 있었던 행복감에 재차 빠져들게 하는 꽤나 훌륭한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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