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그리운 날엔

'엠마 왓슨'은 왜 '엠마 스톤'이 될 수 없나

새 날 2017. 1. 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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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과 엠마 스톤, 늘상 헷갈리게 했던 두 여배우의 이름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각기 걷고 있는 길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내가 엠마 스톤을 스크린에서 처음 접했던 작품은 아마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는 워낙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당시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두 번째로 기억되는 그녀의 작품은 우디 앨런이 감독한 '이레셔널 맨'이었다. 여기서 엠마 스톤은 생기 넘치며 매혹적인 철학과 학생 '질'로 등장,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비로소 엠마 스톤이라는 이름이 내 뇌리에 각인되던 순간이다.


엠마 스톤은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 미아로 출연,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는 뮤지컬 장르라 연기며 노래며 심지어 춤까지, 다재다능한 역량과 끼가 요구되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작품이다. 엠마 스톤은 이를 어느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무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한 그녀는 모든 이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을 만했다. 특히 극중 파리로 가기 위한 관문이던 마지막 오디션에서 직접 부른 노래는 그녀의 무한 열정을 느끼게 했던 가슴 뭉클한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뉴스1


엠마 스톤의 매력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바다. '라라랜드'는 제74회 골든글로브에서 7관왕을 거머쥐며 골든글로브 역사상 최다 수상 기록이라는 타이틀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미국 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도 안았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일찌감치 '라라랜드'가 예약해 놓은 상태다. 남녀주연상 등 13개 부문에 걸쳐 14개 후보를 배출하며 최다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라라랜드'가 이렇듯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의 각종 시상식을 휩쓸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와 관련한 뒷얘기들도 무성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로 떠오르는 건 '라라랜드'의 미아 역이 애초 '엠마 스톤'이 아닌 '엠마 왓슨'이었노라는 후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화 '라라랜드'의 캐스팅 1순위는 엠마 왓슨과 '위플래쉬'로 유명세를 치렀던 '마일즈 텔러'였으나 이들이 캐스팅 과정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태도를 보여 불발되고 말았단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엠마 왓슨의 콧대 높은 제안들로 인해 제작진을 힘들게 하였으며, 사전 리허설은 반드시 영국 런던에서 해야 한다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더하며 상당히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러한 그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감독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노라는 전언이다. 결국 인생작이 되었을지도 모를 라라랜드 출연이라는 그 좋은 기회를 엠마 왓슨 스스로 아주 힘차게 걷어찬 셈이 된다.


하지만 이후에 전해진 이야기는 더욱 가관이다. '라라랜드'가 기대이상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출연할 기회를 제발로 차버린 엠마 왓슨이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데 대해 화를 내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이쯤되면 뒤끝 작렬이다. 우리에게 엠마 왓슨은 여전히 똑똑하고 이쁜 소녀 '헤르미온느'의 이미지로 각인돼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무색케 할 정도로 그녀의 태도엔 건방짐 일색이다. 물론 그녀는 곧 개봉될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벨'로 출연, 한 차례 이미지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그러나 솔직히 표현하자면 그다지 정은 안 간다.  


ⓒOSEN


엠마 스톤이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찬사와 주목을 받는 배우로 등극하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엠마 왓슨이 걸어온 방식과는 달리 꾸준한 노력과 자기관리 그리고 라라랜드의 미아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열정을 자신의 일에 쏟아부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난 라라랜드와 엠마 스톤 그녀가 기록하고 있는 오늘날의 놀라운 성과는 엠마 왓슨의 생각과는 달리 바로 그녀의 이러한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라라랜드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감독의 천재적인 감각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두 배우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초 엠마 왓슨이 미아 역으로 출연했다면 왠지 지금의 라라랜드가 갖는 따뜻한 색감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엠마 스톤과 엠마 왓슨이라는 두 배우의 현격한 이미지 차이처럼 무언가 색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의 결과가 가능했을까?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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