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가적 위기 국면, 이의 타개책은?

새 날 2016. 10. 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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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는 현재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암초와 맞닥뜨린 것이다. 그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의 수출 경제를 견인하던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올해 3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그동안 다른 영역에서의 부진이 지속되자 휴대폰과 자동차만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대세를 이뤘는데, 이마저도 이젠 약발이 다된 느낌이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급감한 1조68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5조2000억 원)도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떨어졌다. 물론 이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배터리 발화사고로부터 비롯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갤노트7)'의 단종은 7조 원이 넘는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실적 감소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삼성이 그동안 쌓아 온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일 테다. 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무형의 소중한 가치이자 자산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의 이미지 타격은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위협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칫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울 개연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하지만 갤노트7의 발화사건로부터 촉발된 삼성전자의 위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지언정 조만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 역시 일정 수준의 손실은 불가피하겠으나 새로운 제품 출시를 통해 이를 곧 만회할 것이라 장담한다. 그러니까 삼성의 갤노트7 사건이 커다란 이슈이긴 해도 이것이 삼성전자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다름아닌 비선 실세 국정 개입 파문 사건이다. 


삼성이 갤노트7 발화 사건으로 우리 경제에 아주 작은 흠집을 냈다면, 이번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건은 그 흠집 위에 깊은 상처를 덧입힌 격이 된다. 더구나 차후 상처가 아물더라도 흉터가 남을 만큼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 사건으로 브랜드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처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그보다 더욱 심각한 내상이 아로새겨진 셈이다. 


가뜩이나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구조적인 모순들이 여러 형태와 갈래로 발현되며 장기 저성장 터널 속으로 깊숙이 접어든 우리 경제다. 가계부채의 꾸준한 증가세는 잠재적인 위협이자 뇌관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비선 실세 국정 개입 파문은 우리 사회 내부를 극도의 혼란으로 몰아넣으며 미래 전망을 갈수록 암울하게 한다. 해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이미지가 무능한 통치자 한 사람과 부도덕한 집권 세력에 의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처진 셈이니 말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 당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자존심이 몹시도 상한 국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며 이의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당사자도, 권력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들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헛발질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등 국정을 농단,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데에 있다.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맞으며, 사건에 연루된 이들 모두는 법의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함이 올바른 수순이다. 


하지만 애꿎은 청와대 보좌관 몇 명을 희생양 삼아 인적 쇄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 또 다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아랫사람 몇 명만 손을 보겠노라는 심산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의 입국 과정에 검찰이 깊숙이 관여한 듯한 의혹이 불거짐과 동시에 당장 체포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몸을 추스릴 시간을 주어야 한다며 소환하지 않고 있는 대목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고 있는 목불인견의 청와대와 흡사 비선 실세를 보호하고 나선 듯한 검찰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바라보며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솟구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뉴스1


한국호가 침몰해 간다. 아주 서서히.. 아니 근래엔 가속도마저 붙고 있는 양상이다. 경쟁력을 잃은 조선, 철강 등의 산업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 데다가 미래의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고 '헬조선'이라 하여 애를 낳지 않는 풍조가 주위를 휩쓸며 우리 사회는 점점 늙어가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17년 이후부터 대한민국 사회는 본격적으로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제2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경고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현재의 권력에겐 이러한 위기 국면을 타개할 만한 능력이 전혀 없다는 데에 있다. 무능하기 짝이없는 허수아비 대통령 및 집권 세력은 현재 외치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전혀 귀에 들려오지 않는 모양이다. 단순한 인적 쇄신 카드 등으로 시간벌기를 하며 어영부영했다가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매우 높은 데도 말이다. 결국 무너져가는 국가를 다시 올곧게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았으나 그 위임 받은 권력을 엉뚱한 방향으로 오남용한 세력들이 모두 깨끗이 물러나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시 결국 남게 되는 건 국민의 강력한 저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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