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운전면허 갱신 안내, 이게 최선입니까?

새 날 2016. 6. 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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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5세 미만의 경우 10년, 그 이상의 연령층은 5년인 면허갱신 주기를 70세 이상은 3년으로 단축하는 노인 운전자 안전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이 기사를 접하게 된 저는 갑자기 뒤통수 한 대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고요? 그렇잖아도 얼마 전 블로그 이웃께서 운전면허증과 관련한 포스팅을 남긴 터라 한 번 챙겨 봐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다가 또 다시 까맣게 잊고 지내왔는데, 해당 기사가 저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준 것입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랍 속에 고이 모셔져 있던 운전면허증을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순간 제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갱신년도가 2016년, 그러니까 올해를 떡하니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닌가요? 게다가 지금 이 시각 갱신 주기를 한참 관통 중이었던 겁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시 10년이 지났는 데도 안내 하나 없는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이 한없이 야속했습니다. 


ⓒ연합뉴스


그러니까 10년 전의 일입니다.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랍 속에서 잠을 자던 운전면허증을 정말 오랫만에 확인하던 찰나, 갱신기간이 지났음을 뒤늦게 눈치채게 됐습니다. 해결책이 없을까 하고 부랴부랴 수소문해 보았으나 이미 열차는 떠나간 뒤였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과태료를 무는 방법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경찰서에서 면허 갱신 신청을 하며 이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았습니다. 당시엔 몇 년 주기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갱신될 때마다 해당 날짜를 일일이 기억하고 이를 챙기느냐며, 우편이든 문자든 메일이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요? 매일 운전면허증만 쳐다보는 것도 아닌데, 10년 주기의 갱신일을 어떻게 일일이 챙길 수가 있겠어요. 물론 운전면허증을 지갑에 넣어 항상 몸에 지닌 채 애지중지 관리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저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지갑을 가볍게 할 요량으로 그냥 서랍 같은 곳에 따로 보관해 놓을 수도 있는 노릇 아닐까요? 이런 사람들에게 10년이란 갱신 주기란 정말 아득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그와 관련하여 안내나 연락을 받은 사실이 제겐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면허를 갱신하면서 전화번호도 새로 입력하고 이메일 주소도 적은 뒤 10년 뒤 갱신할 때가 되면 반드시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돌아섰건만, 경찰서 민원실 역시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거렸건만, 또 다시 10년이 지난 이번에도 그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연락을 받지 못하고 허망하게 갱신주기를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오늘 이와 관련한 기사가 없었더라면 또 다시 갱신 기간을 놓친 채 과태료를 고스란히 물 뻔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들던 차에 경찰과 도로교통공단 민원실에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 운전면허 관련 업무는 도로교통공단 소관입니다. 경찰은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갱신 업무의 대리점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따라서 면허 갱신 안내는 전적으로 도로교통공단의 몫이었습니다. 확인한 결과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은 우편과 전자우편 그리고 문자서비스 등 다양한 경로로 면허 갱신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우편 안내는 일반우편물이라 중간에서 증발되는 등 분실 우려가 많고, 전자우편과 문자서비스는 혹여 등록이 돼 있더라도 경찰서를 경유하여 별도의 개인정보 수신 동의를 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였습니다.


운전면허의 관리는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자에게 주어진 일종의 의무입니다. 따라서 갱신 주기를 확인하고 이를 직접 챙겨야 하는 책임 역시 궁극적으로는 면허증을 소지한 자에게 있음이 명백합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분쟁이 과거에 있었고, 대법원은 운전면허 적성검사 기간을 별도로 통지 받지 못했더라도 스스로 확인해 기간 내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 갱신이란 게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할 만큼 길다면 긴 시간이거늘,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이를 일일이 기억하고 챙긴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일반 우편에 의지한 채 갱신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오롯이 면허증 소지자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갱신 주기가 상당히 긴 편인 데다가 면허증 소지자가 이를 놓치게 될 경우 과태료라는 금전적인 손해마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럴수록 조금 더 세심하고 친절한 행정이 요구됩니다. 


ⓒ뉴스1


경찰청에 따르면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2015년 전국에서 총 4만246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전체 면허 취소된 20만3769명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러한 사람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종 면허 소지자는 적성검사 만료일 다음 날부터 1년이 지나도록 적성검사를 받지 않으면 면허가 자동 취소됩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물론 다른 이유 때문인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겠으나 갱신일이 1년이 지나도록 이를 까맣게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임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그만큼 운전면허 갱신 안내가 허술하다는 방증 아닐까요? 


이러한 민원인들의 고충을 도로교통공단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갱신 안내문을 일반우편물이 아닌 등기로 보낼 수 있도록 정부에 수차례 건의하고 요청하였으나 그럴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국민이 낸 세금은 이렇듯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거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곳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엉뚱한 곳에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펑펑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국민을 위해 필요한 영역에서는 늘 예산 부족 타령입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과태료 수입이 늘어나는 결과를 즐기는 게 아니라면, 현재의 운전면허 갱신 안내 방식을 과연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소의 비용이 들더라도 민원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10년 전 운전면허 갱신 안내를 받지 못해 과태료를 물고, 또 다시 10년이 지나 갱신 날짜가 도래하였으나 여전히 갱신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 사람의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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