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멜 깁슨'식 영리한 액션 '완전범죄 프로젝트'

새 날 2016. 5. 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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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달러를 훔친 채 승용차를 이용하여 멕시코로 달아나던 드라이버(멜 깁슨), 국경을 막 넘어서려던 찰나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순간에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수비대에 의해 검거되고 만다. 양국 국경 사이를 막아 선 벽의 일부를 자동차가 허물고 멕시코로 넘어간 것이다. 그의 차 안에 놓인 돈다발을 발견한 멕시코 경찰관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찰나였다. 이들은 드라이버를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종용한다. 물론 순전히 돈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든 눈치채게 한다. 이렇게 하여 그는 멕시코의 한 교도소에 수감되는데, 이곳은 우리가 익히 알던 교도소와는 천양지차다.

 

외양상 질서가 전혀 잡히지 않은 듯 온통 혼란스러움 일색이나 실은 각종 흉악 범죄를 저지른 채 들어온 죄수들 사이에서 또 다시 온갖 불법이 판을 치며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가 횡행하고, 엄연히 계층마저 나뉘어져 있는 형국이다. 교도소장은 그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드라이버는 척박하고 살벌한 이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10살 소년(케빈 헤르난데즈)을 통해 교도소를 실제로 장악한 채 약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거머리 같은 인간 하비(다니엘 지메네스 카초)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는데...

 

 

멕시코의 치안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소식에 대해 뉴스 매체를 통해 간혹 접하긴 했으나 픽션인 이 영화 속에서의 현실이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부패할 대로 부패하여 범죄자들로부터 뒤를 봐주며 뒷돈을 수수하는 게 일종의 관행이 됐고, 살인을 저지르는 등의 강력범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는 정부나 지자체의 영향력을 벗어나 관리의 사각지대로 전락, 특정 세력이 쥐락펴락한 채 무법천지 세상이 돼버렸다.

 

 

경찰이 죽어나가는 일마저도 워낙 흔하기에 일반인, 더구나 죄수가 사망하는 일 정도로는 눈 하나 꿈쩍 않는 세상이다. 이곳은 제대로 된 약육강식의 사회였다.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으며, 사람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해 이용 가치가 없을 경우 가차 없이 제거되기 일쑤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된 건 순전히 이곳을 장악한 채 모든 이들의 위에 군림하며 현재와 같은 질서를 형성해놓은 하비의 인성이 딱 그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일 테다. 

 

 

드라이버는 하비와 특수 관계에 놓인 소년을 통해 교도소의 분위기와 그곳만의 질서를 꿰뚫고, 부패 경찰이 기승을 부리는 등의 멕시코 현지 사정을 역이용, 점차 교도소 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간다. 때로는 작은 꾀를 부려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벗어나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수백만 달러와 얽혀있는 자신만의 유리한 지위를 역이용하는 영악함을 과시하곤 하는 드라이버다. 그의 교도소 탈출 계획은 이렇듯 하나 둘 착착 진행되어가던 와중이다.

 

 

이 영화는 멜 깁슨,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매우 영리한 작품이다. 특별히 기민한 움직임이나 화려한 액션 장면이 없더라도, 처절할 정도로 숨 막히는 닫힌 공간에서의 생활을 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연스레 누구나 그로부터의 탈출을 지상 과제로 그려나가게끔 만들며, 주변 상황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흐름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멜 깁슨은 2014년도에 개봉한 '익스펜더블3'에서 거물급 악당인 '스톤 뱅크스'로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최악의 영화'를 선정, 작품상 및 남녀주연상을 발표하는 '골든 라즈베리' 제35회 시상식에서 그는 최악의 남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다행히 실제 수상은 역시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켈시 그래머'에게 돌아가긴 했으나, 하마터면 그동안 쌓아올린 그의 명성에 먹칠을 할 뻔했다. 끝으로 이 작품의 원제가 'Get the Gringo'였으나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완전범죄 프로젝트'로 바뀌었는데, 이는 상당히 뜬금없는 데다 맥빠지는 제목임이 분명해 보인다. 

 

 

감독  아드리안 그룬버그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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