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CCTV의 악용,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스럽다

새 날 2016. 3.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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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모 커피전문점 본사가 자신들이 매장 내부에 설치한 CCTV로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로부터 2개월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의 파장은 여전히 여진으로 남아 있거나 때로는 앙금이 된 채 켜켜이 쌓여가는 와중이다. 그런데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그 당사자가 이번에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문제가 있는 고객 정보, 달리 표현하자면 고객 블랙리스트를 직원들에게 널리 알릴 요량으로 매장 CCTV에 찍힌 고객 사진을 최근 각 지점에 배포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해당 커피전문점 본사가 전국 매장에 보낸 이메일을 확보한 모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그 안에는 한 남성 고객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이미지가 첨부돼 있었고, 다른 사람의 영수증으로 본인 쿠폰에 실적을 적립한 고객이니 이 사람을 주의하라는 당부 메시지가 함께 기재돼 있었단다. 비슷한 이유로 다른 여성 고객의 사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배포되었단다.

 

커피빈 홈페이지

 

커피전문점처럼 개방된 형태의 점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속된 말로 진상짓을 하는, 혹은 고객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피해가고 싶은 수준의 사람들도 더러 접하게 된다. 때문에 해당 업종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을 커피전문점 본사의 입장이라면, 영업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를 미연에 차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 직원들에게 해당 사례를 널리 알리는 행위가 얼마든 가능할 것도 같다.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이 애초 CCTV를 설치한 목적은 매장내 시설물 보호와 화재 도난 방지 등으로 한정됐으리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처리, 운영할 수 있는 사유를 범죄의 예방 및 수사의 필요가 있는 경우,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그 외의 경우에는 설치 운영을 아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을 감시한다거나 진상 고객을 솎아낼 요량이었다면 애시당초 CCTV를 설치해서는 아니 된다. 

 

물론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그 사례를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행위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영업 목적상 필요악 중 하나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의 문제는 CCTV에 찍힌 영상을 애초 설치 목적 외로 사용,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시켰다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제공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해당 커피점은 그동안 CCTV의 운용 목적을 벗어나 직원들을 감시해 오며 사생활 침해 논란을 야기시키더니, 이번엔 한 술 더 떠 고객들의 개인정보마저 본인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유출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커피전문점은 개방된 자유로운 영업 공간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엔 CCTV의 설치 또한 엄격해 보이는 법 조항과는 달리 커피전문점의 출입만큼이나 자유로운 모양이다. 근래 웬만한 영업점포의 매장 내외부에는 업종 불문 CCTV가 모두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려스러운 건 이 지점이다. 자유로운 설치에 비해 사후 관리가 턱없이 미흡한 탓이다. 특별한 의심 없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번 커피점의 사례처럼 CCTV라는 도구를 십분 활용, 사전 양해나 허락도 없이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경향이 짙다. 직원 감시도 모자라 어느덧 고객의 행동마저 예의주시하더니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고객을 지목, 마치 지명수배된 범죄자를 알리는 것마냥 얼굴을 전체 직원에게 공개하며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시키기까지 한다.

 

그나마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의 경우 우리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대목이 다소 찜찜하기는 해도 범죄 행위를 미연에 차단하거나 예방 가능하다는 순기능적 기능을 누구나 더 높은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까닭에, 게다가 관리 통제 또한 상대적으로 훨씬 잘 이뤄지리라는 믿음이 존재하기에 이를 쉽게 수긍하곤 한다. 그러나 커피점과 같은 일선 영업점 등 사적 영역에서의 개인이 설치한 CCTV는 그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JTBC 영상

 

CCTV의 설치 및 운용 당사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이를 악용할 수 있는 까닭에 이를 설치한 개인이 목적 외의 활용을 넘어 범법 행위를 일삼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이상, 아니 심지어 알려진다 해도, 이에 대한 특별한 제재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이렇듯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CCTV가 그 렌즈를 24시간 번뜩인 채 시종일관 우리 주변을 배회하며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CCTV에 남겨진 우리의 개인정보가 줄줄 새어나가며 엉뚱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거나 사생활 침해가 비일비재하리라는 건 이번 커피전문점의 사례만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될 법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 요소요소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우리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실시간으로 노출된 채 저장되고, 또한 무한 복제 붙여넣기되며 악용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이번 커피전문점의 사례는, CCTV가 지니고 있는 역기능과 이의 설치 및 운용과 관련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우리에게 잇따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온 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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