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그 이름만으로도

혜성처럼 등장한 김완선, 그녀에게 주목했던 이유

새 날 2016. 2.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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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 1986년 '오늘밤'으로 혜성 같이 등장했던 가수 김완선씨가 데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보다 정확한 그녀의 데뷔날짜는 1986년 1월 5일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 18세에 불과했다. 때문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아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나 풋풋하고 톡톡 튀던 그녀 역시 어느덧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것이 아닌가. 이제 그녀가 데뷔했을 즈음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팬들은 그녀를 이모라 불러도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그녀의 나이 듦은 곧, 동시대를 살아온 나의 나이 듦을 의미한다. 때문에 그녀가 데뷔한 지 30년이 됐다는 소식은 왠지 공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게 한다. 그녀의 놀라운 외모와 현란한 댄스, 무언가 신선하면서도 색달랐던 노래로 인해 당시 대중들은 금세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인기몰이는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서울신문

 

18세 소녀에 불과했던 그녀에게 도통 어울릴 법한 표현은 아니나, 뇌쇄적인 데다 도발적인 묘한 눈빛, 한껏 치켜올라간 눈꼬리 하며 육감적인 몸매에 완벽한 춤사위까지,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언제나 '한국의 마돈나'라 불릴 만큼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본격적인 댄스가수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 바로 그녀였으니 말이다. 아이돌이란 표현은 그녀를 위해 탄생한 단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의 놀라운 비주얼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는 사이, 난 사실 그녀의 다른 부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고 나온 1집 앨범의 모든 곡을 만든 장본인은 다름아닌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이다. 일반인들은 눈치 채기 힘들었겠으나, 산울림의 광팬임을 자처하는 내겐 그녀의 데뷔곡 '오늘밤'으로부터 김창훈과 산울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김창훈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오는 노래인 탓이다. 당시 산울림은 이미 해체되어 형제들 각기 생활 전선으로 뛰어든 상황이었고, 김창완만이 고군분투,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터라 내겐 더없이 아쉽던 찰나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뜬금없이 등장한 김완선 그녀의 곡으로부터 산울림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다니 이보다 반갑고 놀라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창의력이 끓어 넘치던 김창훈식 음악적 재능이 김완선 스타일과 조합을 이루게 되니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신선한 콘텐츠로 탄생하게 된 셈이다. 물론 그녀의 타고난 끼와 잘 포장된 상품성을 놓고 볼 때, 비단 산울림의 영향력만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빛을 발할 만큼 출중한 것이었음엔 틀림없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강력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는 데뷔만큼 훌륭한 기회도 사실상 드물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아니벌써'로 1970년대 한국 대중가요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산울림이 바로 그의 산 증인이다.

 

그녀가 김창훈과 함께한 '오늘밤'의 성공 이후에도 여타의 뮤지션들과 작업한 곡들이 뛰어난 매력을 발산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건, 김완선이 지닌 상품성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보다 극적인 느낌의 깜짝 데뷔는 대중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며 이후 발표된 곡의 성공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터, 결국 그녀의 성공은 산울림 김창훈과의 결합 덕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포츠서울

 

김창훈은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 '나어떡해'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후 김창완과 김창익 두 형제와 함께 형제 그룹 산울림을 결성하여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다. 그가 직접 부른 노래도 제법 많다. 독집 앨범을 낸 이력도 있다. 물론 노래 실력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말이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톡톡 튈 만큼 개성 넘치고 생동감마저 전해져오는 동요 '산할아버지'는 그의 음악적 천재성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창훈은 맏형인 김창완의 그것과는 또 다른 음악적 감성을 지닌 탁월한 뮤지션임이 분명하다. 그의 재능 및 감성과 김완선이 지닌 개성의 조합은 그래서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내가 애초 김완선의 첫 등장 시점부터 그녀에게 주목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댄싱퀸 김완선이 감성 록발라드 '강아지'로 팬들앞에 다시금 섰다. 6월부터는 전국 순회공연을 갖는 등 본격적인 방송 및 가수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내 청소년기 우상이던 김창훈, 아니 산울림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때문에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으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녀에게 도저히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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