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성공적인 세대 교체

새 날 2015. 12.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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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존 윌리엄스의 음악 'Star Wars'가 흐르고, 배경 설명 자막이 살짝 지나간다. 팬심 가득한 이들에게는 이 시점이 가장 떨리거나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을 테고, 나처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귀에 익숙한 음악 때문에 몸 안에서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을 테다. 이번 영화는 1983년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실제 시간도 어느덧 그만큼 흘렀다. 한 세대가 훌쩍 지나 버린 셈이다. 세대와 세기마저 넘나들며 여전히 살아 숨을 쉬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작품이 담고 있는 가장 큰 골자는 제다이 기사단을 재건하려다 실패한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기 위한 새로운 인물들의 모험담이다. 반란군 소속 포(오스카 아이삭)는 루크의 위치를 알리고 있는 지도를 자신의 드로이드인 BB-8에 맡겨 놓았으나 이의 낌새를 알아차린 퍼스트 오더가 행성을 침입해 와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뒤 그마저 납치해 간다. 포에 대한 카일로(아담 드라이버)의 고문에 의해 지도가 자신의 드로이드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퍼스트 오더는 드로이드를 잡기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 한편 포는 퍼스트 오더의 스톰트루퍼 중 한 명인 핀(존 보예가)의 도움으로 그와 함께 퍼스트 오더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는데...

 

 

영화 초반부터 익숙치 않은 생경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드로이드마저 전혀 새로운 녀석이다 - 빠른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로 하여금 짐짓 혼란스럽게 하거나 당혹감을 느끼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이리 저리 얽혀 있는 듯한 가족관계는 더욱 혼돈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솔로(해리슨 포드)며 레아 공주(캐리 피셔) 등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고, 곧이어 30년이란 긴 시간 흐름의 공백 동안 어떠한 사건들이 벌어져 왔는지를 대충 짐작 가능케 한다. 물론 언제까지나 대충이다. 관람을 마친 뒤에도 여전히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아울러 R2D2, C3PO 같은 예전 드로이드와 한 솔로의 단짝 츄이도 다시 등장하여 추억을 돋게 한다. 그 중에서도 밀레니엄 팔콘의 등장과 동시에 광속 비행하는 모습은 아마도 올드 팬들의 심장을 가장 두근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스케일은 전작들보다 더욱 방대해졌고, 섬세한 표현 덕분에 완성도 또한 높아졌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우주선의 전투씬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도 가장 압권이라 할 만하다. 1인칭 시점에서의 곡예 비행 장면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생생한 느낌이다. 은하계 각 행성에 흩어져 살고 있는 다양한 종류 및 형태의 생명체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스베이더에 이어 새로이 등장한 어둠 및 사악함의 상징 카일로의 붉은색 광선검과 레이(데이지 리들리)의 손에 쥐어진 루크의 푸른색 광선검은 말그대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다. 이는 스타워즈의 DNA가 흐르고 있음을 입증하는 장면이다.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요소와 장면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채 새로운 세대의 캐릭터에 의해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스타워즈만의 고유 색깔을 그대로 살리면서 21세기에 걸맞는 작품으로 재해석한 에이브럼스 감독만의 영리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번 작품의 가장 뛰어난 부분을 꼽으라면 역시나 신구세대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아닐까?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인 레이와 핀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작품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물에서의 더 큰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다소 가슴 아픈 대목이긴 하나, 동시에 구세대의 퇴장도 알리고 있다. 향후 시리즈에서 전개될 이야기의 주축은 이들 신예 위주로 이루어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시대를 넘나들며 여러 세대에게 동시에 영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한때는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스타워즈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을 법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가 한 가지 이야기를 소재 삼아 공감대 형성을 가능케 한다는 점과, 영화 하나로 세대 간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선과 악 그리고 밝음과 어둠 모두를 아우르는 강력한 포스가 '레이'에게 주어져 있다면, 이 영화에는 구세대와 신세대 모두를 넘나드는 강력한 공감대를 갖추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덕목이 아닐는지.

 

포스가 함께하기를(Maybe Force be with You)..

 

 

감독  J.J. 에이브럼스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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