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3박4일, 1300km의 자동차 여행

새 날 2009. 8.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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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제대로 된 휴가를 얻었다.  최근 여름휴가는 일 때문에, 혹은 기타 여러 문제들로 인해 서울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5일간의 휴가중 4일을 여행에 할애하기로 하고 나름 일정과 계획을 잡아 보았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역시나 봉하마을 방문이 아닐런지.... 일단 봉하마을 방문을 중심에 넣고 전후로 거칠 코스들을 마련했다.

 

대략 밑그림을 그려 보면,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로, 1박후 다시 속초에서 7번국도를 타고 포항까지 간 뒤 김해 봉하마을로....  봉하마을에서 1박을 한 뒤 남해안을 따라 땅끝마을에 당도, 다시 무안으로 옮긴 뒤 1박후 서울로 고고싱...

 

한마디로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을 자동차로 훑고 지나는 니맘대로 여행이다.  과연 3박4일 동안 이 여행이 가능할런지는 부딪혀 봐야 알 일...

 

텐트 등의 캠핑도구들을 챙겨 우리 가족은 휴가 첫날 목적지인 속초로 아침 6시쯤 출발했다.  그나마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속초까지 가는 길은 막힘이 없었다.

 

오전 10시쯤 속초에 도착한 우리들은 캠핑에 적당한 바닷가를 찾아 바로 텐트를 치고 캠핑 준비를 마쳤다.

 

 

날씨도 좋고 캠핑 장소도 그럭저럭 훌륭했다. 바닷가에서 파도도 타고 고기도 구워 먹고....  저녁이 되니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서울과 많이 틀리구나. 덕분에 잠은 쾌적하게 잘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야외에서의 하룻밤이었지만 낮은 기온 탓에 나름 쾌적한 잠자리였다. 아침 일찍 밥을 해 먹고 우린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짐을 챙기는 중에 빗방울이 후두둑 한다.  작년에 텐트에서 비 맞으며 자던 생각을 하면 정말 빗속 캠핑은 끔찍하다. 빗방울을 보니 일기예보대로 태풍이 오긴 오나 보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떠나는 이 무식함과 무모함.....

 

일단 내리 달렸다. 7번국도, 길을 새로 잘 닦아 놓아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하다. 가끔 펼쳐지는 동해안의 절경은 언제 봐도 가슴 떨린다. 그중 가장 멋진 곳 중 한 곳인 정동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들러 본다. 빗줄기가 점차 강해져 오랜 시간 밖에서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또 달린다. 제법 많이 내리는 빗속을 뚫고 우린 밑으로 밑으로 내달린다.

 

 

어느덧 강원도를 지나 경상북도에 진입했다. 경상북도 망양휴게소라는 곳인데 사진에서처럼 비가 억수로 쏟아 붓고 있는중이다.  휴게소에 들러 볼일을 보고 다시 출발하려다 다른 휴게소에 비해 시설이 많이 열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화장실이 많이 지저분한 편이라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정말 비가 많이 왔다. 마치 비구름을 쫓아가는 양 우리가 거치는 곳마다 비가 퍼붓는다. 한참을 달리다 만난 곳, 영덕이었다. 대게가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구나... 점심식사로 대게를 먹기로 가족들과 약속하고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 강구에 들러 허름한 식당에 들어간다.

 

대게의 시세를 잘은 모르지만 웬지 많이 비싼 듯 했다. 3마리에 5만냥이나?... 어쩌겠나. 그냥 먹고 나왔는데 뭐 맛은? 그냥 게맛이다ㅠㅠ 서비스나 음식의 질이 뭐 전체적으로 별로였다. 아직도 비가 쏟아 붓는다. 나름 비 맞으며 달리는 여행도 운치 있다. 배도 채웠으니 우린 또 달린다.  목적지인 봉하마을을 향해.....

 

어느덧 포항을 지나고 있다. 우연히 눈에 띈 푯말.... 이명박 대통령 생가....  뜨아~ 못 볼 것을 봤구나. 이곳을 빨리 지나 버리고 싶다.

 

경주에 도착해서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7번 국도상의 휴게소들과 비교될 정도로 경주의 휴게소는 아주 쾌적하고 깔끔하다. 아마도 관광도시라 더 신경을 쓴 듯..... 예전 경주여행 때 맛보았던 경주빵이 생각나 한 박스 또 사왔다. 역시나 맛있구나.

 

경주에 도착하니 비가 잦아든다. 이제 김해로 가기 위해 내륙 도로로 갈아 탄다. 김해에 접어 들었다.  고 노무현 님이 생각난다. 그 분만 생각하면 왜이리 눈시울이 붉어지는지.... 김해 봉하마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너무나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건 무슨 연유인지.....

 

아무튼 봉하마을 근방에 오니 노무현 대통령 생가라는 푯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한다.

 

 

날씨도 궂은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노무현님의 묘를 찾았다.  언론을 통해 보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묘 주변은 아직 정리가 안된 듯 그냥 흙으로 된 언덕이었다.  조만간 어떤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을런지...  큰 아들놈과 함께 노무현님께 절을 올린다.  세월이 흘러 아들놈이 자라 성인이 된 후 이 애비와 함께 이 곳 봉하마을에 들러 노무현 님께 절을 올렸던 일을 기억하며 올바르고 정의롭게 자라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말 누구 말마따나 이런 훌륭한 분과 동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큰 행운이었다는 것을 아들놈이 기억해 주길 바라며....

 

정말 가슴 아프다. 직접 묘를 보니 인생의 허망함이란...

 

 

살아 생전 노무현님 말씀 중 하나인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 란 문구가 보인다.  많은 국화꽃과 기타 꽃들이 노무현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오셔서 그 예의 힘있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연설을 하실 것같은데.....ㅠㅠ 이제 남은 몫은 우리 살아 있는 자들의 것이고, 노무현 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다리를 건너 우리는 진정한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묘를 둘러 보고 앞을 바라 보니 봉화산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부엉이 바위가 우뚝 솟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높았다. 당연히 그곳에서 떨어진다면 살 수 있을 확률은 없을 것으로 보여지는 규모다. 우리의 대통령님은 저 곳에서 뛰어 내렸으리라.... 산세가 그리 크지 않아 부엉이바위가 우뚝 솟아 보이는 그런 형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더 내리기 전에 정토원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정토원, 노무현님때문에 유명세를 탄 정도에 비하면 그 규모가 매우 조그마하다.

 

 

정토원 올라가는 길 왼편에 부엉이바위로 향하는 길이 있었지만 예상대로 가지 못하도록 조치해 놓았다.

 

 

정토원 가는길 아래쪽을 바라다 보니 부엉이 바위가 저만치 보인다. 왼쪽으로는 사저 지붕의 모습도 보인다....

 

 

약간의 등반과 함께 정토원에 도착..... 정토원 마당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백일홍이 우릴 맞이한다. 꽤 오랜 세월을 이 곳에서 버틴 듯 그 규모가 여느 백일홍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정토원을 올라갈 즈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제법 굵어졌다. 서둘러 다시 봉하마을로 내려와 못둘러본 추모공간과 봉하마을빵을 파는 곳에 들러 빵 맛도 보고 한 박스 구입해 봉하마을을 벗어났다. 딱히 정해 놓은 숙박지가 없고 날도 어둑어둑, 비도 주룩주룩 내리기에 급히 머무를 곳을 알아봐야 했다.

 

마침 봉하마을을 살짝 벗어나니 찜질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오늘의 숙박지로 결정했다.

 

불편한 잠자리 때문이었는지 일찍 눈이 떠졌다. 짐을 챙겨 일찌감치 다음 목적지로 떠나기로 했다. 실은 남해안을 차량으로 이곳 저곳 둘러볼 요량이었지만, 일정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냥 동에서 서로,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횡단하기로 하고 바로 출발했다.

 

역시나 태풍 모라꼿의 영향인지 많은 비가 우리의 가는길을 적셔 주었다. 특히나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를 이루는 곳에선 더욱 많은 비가 쏟아졌다.

 

 

폰카라 이미지 상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실은 비가 억수로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이 아마도 섬진강 휴게소 였던가... 강을 끼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더더욱 많은 비가 인정사정 없이 땅에 내리 꽂힌다. 비가 내려 시원한 감은 없지 않지만, 운행하는 일이 고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는 비에 장사는 없는 법...

 

서쪽으로 다가갈수록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목적지인 전라남도 무안에 도착할 즈음엔 해도 보인다.

 

 

무안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회산 백년지에서 열리는 연꽃축제장이었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행사장이 진창을 이루고 있는지라 행사장 내를 오고 가는 일이 무척이나 피곤하고 힘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연꽃잎들은 정말 장관을 이룬다.

 

 

갖가지 볼거리들이 준비되어 있고 많은 이벤트들로 제법 풍성하게 차려진 행사였다.

 

 

서울촌놈이 연꽃 내지는 연잎을 어디서 이렇게 한꺼번에 볼 수 있겠는가.  무안에서 1박을 마친 우리 가족은 다음날 아침 일찍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함이다. 아침에 나와서 그런지 서해안고속도로의 상태가 괜찮았다. 4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

 

차의 미터기를 보니 1000킬로를 돌고 다시 0부터 300킬로까지.... 대략 1300킬로미터를 달린 거리였다. 집에서 전국을 'ㅁ'자로 돌고 다시 집으로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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