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청태산 자연휴양림-횡성-이포보-두물머리 <2/2>

새 날 2012. 6. 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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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님께서 알려 주신 '오가피'를 몇 장 따 보았습니다. 향이 좋다고들 하는데 사실 전 잘 모르겠더군요. 그냥 몸에 좋다 하니 좋은 건가 해 봅니다. 

 

 

청태산의 아름다운 산길을 뒤로 한 채 버스는 다시 도로 위를 달립니다. 전통시장까지는 30분 가량 소요되었습니다. 이 곳은 한우로 유명한 곳입니다만 저흰 생뚱맞게도 메밀을 선택해 봅니다. 평창의 봉평과 지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메밀 또한 이 지역 특산물이었습니다.

 

 

얼마 후 전통시장에 도착하였네요. 시내 곳곳이 한우 조형물을 비롯한 관련 먹거리와 상점들로 즐비했습니다. 한여름 마냥 기온은 꽤나 높았고 햇빛은 너무 뜨거워 저희에겐 시원한 먹거리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횡성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메밀 전문점을 알음 알음하여 한 곳에 정착하였네요.

 

 

호사스럽지 않은, 아주 조촐한 시골 밥상입니다. 메뉴는 올챙이국수와 모듬 메밀전 그리고 횡성 생막걸리...

 

올챙이국수란 것은 몇 차례 들어본 기억이 있어 어떤 것일까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면의 모양이 올챙이처럼 짧다막 해 붙여진 이름인데, 이 곳에선 그보다 길었습니다. 주인께 이유를 여쭈었더니 어르신들이 잘 넘기지 못하여 모양을 개량한 것이라 하더군요. 국수를 수저로 먹는 것도 이채롭네요. 여름철엔 시원한 국물을, 겨울철엔 뜨끈한 국물을 우려내어 판매한답니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특별한 맛을 기대했던 정도에 비하면 실제 맛은 이에 못미쳤습니다. 메밀전병,장떡,메밀전 등으로 어우러진 모듬메밀전의 맛은 나름 괜찮았네요. 특히 메밀전병은 칼칼한, 약간은 매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특이한 건 이 곳의 메밀색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쑥색의 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메밀을 벗겨내는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군요.

 

 

함께 흡입한 횡성 생막걸리, 매우 시원했습니다. 그동안 쌓인 더위와 갈증을 한 방에 해소해 주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벗어나려는 순간 시장 입구에서 나물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를 발견, 무언가 보았더니 곤드레 나물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이 곳의 전통음식 하면 빠지지 않는 메뉴가 곤드레나물밥이더군요. 집에서 해 먹어 볼 요량으로 할머니로부터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굽어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시는데 직접 재배하며 판매까지 하신다더군요. 소박하신 할머니를 뒤로 하고 저흰 다시 여주로의 이동을 위해 버스에 올라 탑니다.

 

 

여주군에 위치한 이포보에 도착하였습니다. 4대강 살리기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보 중 모든 면에서 제일이란 평을 받고 있다 하는 곳입니다. 점심식사 후의 한낮이라 지상으로는 햇볕이 절정에 달해 있고 지면으로는 아스팔트가 익고 있는 중입니다. 보까지 이동하는 자체가 곤욕이군요.

 

 

 

 

초입에 있는 건물은 이포보의 홍보관으로 위엔 편의점 시설이, 아래로는 공중화장실과 기타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그늘 찾기가 워낙 어려웠지만 그나마 저 건물 2층의 편의점 그늘이 가장 시원했네요.

 

 

멀리 이포교가 보입니다. 그냥 언뜻 보아서는 이포보가 왜 만들어져야 했는지는 알 수 없더군요. 보의 홍보를, 더 나가서는 4대강 살리기의 홍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웬만한 관광상품마다 이 곳을 끼워 넣은 듯한 느낌입니다만, 관광자원으로서의 매력은 없어 보입니다. 볼거리가 없다는 뜻이죠.

 

 

1층에 위치한 홍보관의 모습입니다. 그 넓은 공간에 제대로 된 화장실은 이 곳 한 곳 뿐이더군요.

 

 

보 중간 중간에 위치한 7개의 둥근 시설물은 이 곳 여주 이포의 상징인 백로 알을 형상화한 것이라 합니다. 아마도 보의 관리시설 쯤 되어 보입니다. 

 

 

백로알(?)을 근접 촬영한 모습입니다. 별로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 시설이네요.

 

 

 

멀리서 보니 편의점과 홍보관 시설도 둥그런 모양 일색인 것을 보니 백로알 형상과 디자인적 측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포보 위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위로는 한강, 아래로는 충주와 연결되어 있어 전국을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다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 곳의 자전거도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보행자도로와 물리적인 경계 없이 선으로만 구분되어 있었고, 자전거도로 안내판조차 보기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이 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전거도로 위를 걷고 있었구요.

 

이들은 외지에서 온 관광객일 겁니다. 당연히 안내판 하나 찾기 힘든 도로를 보행자 전용인지 자전거 전용인지 구분하며 다닐 사람은 없겠죠. 자전거 이용자들은 연신 딸랑이를 울리며 보행자들을 비키라 하고 보행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놀라 피하고....

 

 

전국을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다? 참 좋은 발상이죠. 그러나 머리 속에서 맴도는 생각과 실 상황에의 적용은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예기치 않은 부분에서 세세한 문제점들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왕 예산을 들여 하는 일, 좀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만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형식만 갖춰진 화려한 홍보문구보다는 내실 있는 계획과 실행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태양전지판이 보입니다. 아마도 가로등이나 기타 소규모 전력이 필요한 곳을 위한 전력 생산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체에너지로서의 태양에너지는 이렇듯 소규모나 상징적 이미지의 활용 말고는 이미 과학계에서 효율성 부족 에너지로 판명되었다죠. 결국 대체에너지의 미래는 핵융합 외엔 대안이 없는 실정이지만 이의 실용화 단계까지는 많은 문제점이 산적해 있어 석유 고갈을 코 앞에 둔 우리의 앞날이 걱정스러워지는 건 사실입니다.

 

 

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별 볼 일도 없는(?) 이포보의 관람을 마치고 양평의 두물머리로 향합니다. 두물머리의 명칭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머리가 한 곳에서 합쳐지는 지형이라 붙여졌다네요. 지명이 주변 경관만큼이나 이쁩니다.

 

두물머리에 위치한 한 딸기체험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 딸기는 대부분 하우스에서 재배하는데 연중 온도가 일정한 지하수를 끌어 활용한다 하더군요. 물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듯합니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딸기향이 그득합니다. 따는 요령을 교육 받고 길이 110미터에 이르는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본격 딸기 따기에 나섰습니다.

 

 

따기 시작한지 10분 가량 되었을까요? 이미 한 팩을 가득 담고도 한 주먹 씩 더 땄습니다. 비록 거의 끝물이라 하지만 6월에도 딸기가 재배되긴 하더군요. 물론 계절적인 탓에 전체적으로 딸기들이 무르긴 합니다. 그래도 향이 좋고 아주 달았습니다.

 

직접 딴 딸기 한 팩 씩 안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여행 뒤의 노곤함에 취해 잠을 청해 보았지만, 뒷좌석에 앉은 분들의 쉼없는 수다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습니다.

 

횡성에서 구입한 곤드레나물과 애들에게 줄 메밀전병, 그리고 직접 딴 딸기, 청태산 휴양림에서의 피톤치드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 비해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알토란같은 여행이었네요.

 

건강한 숲은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있어 특효약임이 분명한 거예요. 인간이 망쳐놓은 자연을 보듬어 치유해주고, 그 당사자인 인간마저도 아낌없이 달래고 치유해주는, 이는 결국 자연이란 사실을 우린 너무도 쉽게 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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