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카톡 감청 재개, 일방통행식 정책이 우려스러운 까닭

새 날 2015. 10. 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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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생활 사찰 논란을 야기하며 사이버 망명 사태로까지 불거졌던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 시도가 지난해 10월 카카오 측이 감청 불응을 선언한 지 1년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6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과 카카오가 원만하게 제대로 집행하는 방법을 찾아 이날부터 감청 협조를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으며, 카카오 측 역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 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라 불리던 '카카오톡'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의 유목민(?) 대 이동은 카카오톡 이용자 급감 사태를 불러왔으며,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자 카카오 측은 이석우 전 공동대표가 직접 나서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겠다. 실정법 위반이면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벌을 받겠다”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 물론 검찰 역시 카카오 측의 대응에 대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열쇠공을 불러서라도 강제로 따는 수밖에 없다"며 불쾌한 기색을 가감없이 드러낸 바 있다.

 

 

이후 공교롭게도 카카오 측의 수난은 계속 이어졌다. 이석우 전 대표가 앱을 통한 음란물 유포 방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탓에 사회 일각에선 표적수사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며, 수시로 이뤄지던 비정기성 세무조사가 진행될 당시엔 이러한 결과가 결국 감청 불응에 대한 일종의 보복 성격의 것이 아닌가 하는 무수한 추측을 낳곤 했다. 어쨌거나 카카오 측의 1년만의 방침 번복으로 인해 4000만 명 가까이에 이르는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 모두가 수사 당국의 판단 및 결정에 따라 감청 대상에 오를 수 있게 된 셈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사회 안녕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논리엔 나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수사 당국의 판단에 따라 너와 나 할 것 없이 카톡 이용자 모두가 언제든 사찰 대상이 되거나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상존하다는 사실에 있다. 수사의 목적이 앞서 언급한 내용과 정확히 부합하면 다행이지만, 권력의 입맛에 따라 다소 엉뚱한(?) 의도로 접근하는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경우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의 특성상 영장 하나로 동시에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건 일도 아닌 탓이다. 실제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그와 단체 카톡 대화방에 있던 2천300명에 이르는 대화명과 전화번호가 검찰에 제공됐다는 사례는 괜한 우려가 아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향배를 놓고 볼 때 이러한 의구심은 결코 과장됐다고 할 수가 없다. 국민들의 사상과 사고, 그리고 행동의 자유마저 일정한 방향으로 옭아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여론전을 펴며 언론을 등에 업은 채 현재의 국사 교과서가 마치 크게 편향되어 있기라도 한 양 이의 문제점을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내주 발표 예정인 중고교 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을 앞두고 국정화라는 용어가 반발을 불러오자 교묘하게 다른 용어를 사용해가며 군불을 때고 있는 양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의 국사교과서를 향해 반 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져 있다고 하거나 학생들에게 국가 탓만 하게 만든다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헬조선' 따위의 자기비하식 표현마저도 현재의 국사 교과서 때문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통령의 결재만 남은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또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피해 당사자의 신청 없이도 인터넷 게시글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를 개시하고 삭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에 대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 혹은 당사자의 대리인만 이의 여부에 대한 심의 요청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당사자와 대리인이 아닌 제3자라 해도 얼마든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아무도 심의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방심위 자체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명예훼손으로 판단, 직권으로 게시물을 삭제 또는 차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닌 제3자 및 방심위의 직권 심의는 자칫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부나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시키는 장치로 남용될 개연성이 크다. 일례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제3자가 이를 명예훼손 혐의로 방심위에 신고할 경우 마구잡이로 글이 삭제되거나 심지어 사법 처리될 수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방심위가 개인들의 명예훼손 피해를 막겠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지만, 실은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에 부응하고자 총대를 맨 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재갈을 물리겠노라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사실 카톡의 감청이나 방심위의 명예훼손 심사 확대의 배경엔 지난해 9월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뤄졌던 대통령의 발언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자 원리인 다양성을 무시한 채 역사적 사실을 그저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으로 기술케 하고 이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시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히하려는 교과서 발행체제의 개선은 개선이 아닌 개악에 불과하다. 아울러 개인의 명예훼손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실은 인터넷에서 정부나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더욱 억압하는 장치가 될 게 뻔한 방심위의 명예훼손 심사 확대 시도와 더 나아가 개인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통한 지극히 사적인 메신저에서의 통신마저도 자의적 판단에 따른 감청이 가능케 하여 개인의 자유를 옭아매려는 시도는 마치 20세기 정치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그 당시로 시계바늘을 되돌려놓은 느낌이라 섬뜩하기까지 하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심히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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