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사람보다 나은 반려동물의 배려심

새 날 2015. 7. 12. 15:34
반응형

우리집 개 미르가 말라뮤트이기 때문에 같은 견종을 보게 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때문에 아무래도 눈길이 더욱 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동물보호소에 맡겨진 한 말라뮤트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대략 7개월 전쯤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야산에서 말라뮤트 한 마리가 나무에 묶인 채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몽둥이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근처를 지나던 사람에 의해 발견됩니다.  이윽고 신고가 이뤄지고, 이 개는 동물병원에서의 치료를 거쳐 동물보호소로 이송됩니다.  당시 이마와 귀 등에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나운 기색 없이 얌전히 앉아 쉬며 순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니, 참으로 대견한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물보호소에서는 30일동안 동물을 보호하다 마땅한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안락사라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 말라뮤트는 동물보호소에서의 귀하디 귀한 30일을 모두 허비하고 맙니다.  마지막날까지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안락사라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되던 날, 이 개는 자신의 밥을 다른 작은 개에 양보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어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맙니다. 

 

 

훗날 '장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이 말라뮤트는 안락사될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스로의 몫을 기꺼이 다른 개에게 양보했던 셈입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안락사 되기 두 시간 전 장군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입니다.  누구보다 점잖고 배려심이 많은 장군이기에 새로운 주인에게 예쁨 받는 일쯤 따 놓은 당상이라 여겨지는 건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만, 우리집 미르도 언젠가 집을 탈출하여 실종된 뒤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나마 당시 저희는 이곳 저곳에 수소문해 놓은 덕분에 쉽게 연락이 닿아 녀석을 되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자칫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미르 역시 또 다른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안락사라는 끔찍한 운명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현재도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대다수 반려견들의 기구한 처지는 무척이나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말 못하는 동물에 가해지는 인간의 폭행은 어쩌면 그 어떠한 짓보다 가장 비열한 행위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단 동물보호법이라는 법 위반 행위의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월등히 뒤처지는, 말조차 못 하는 동물을 향해 행해지는 각종 린치 행위는 결국 인간 사회에서 평소 느껴온 열등감 따위의 부족함을, 약자를 향한 폭행 행위를 통해 감추려 하거나 거꾸로 이를 만회하려는 속내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여겨지는 탓입니다.  내리사랑이 아닌 내리폭행이란 표현이 걸맞을 만큼 자신보다 약자에겐 무지막지한 면모를 보여 주곤 하는 우리 인간입니다. 

 

 

장군이를 폭행한 주인에게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때문에 섣불리 그를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만, 개를 묶어 놓은 채 이마가 으깨지는 등의 심각한 중상을 입힐 정도로 폭행을 가한 행위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집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강자에겐 굽신거리며 한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약자를 만나게 될 경우 여지없이 그들을 짓뭉개거나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면, 말 못하는 반려동물은 먹이사슬의 지위로 보나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으로 보나 인간 세상의 보호 받아 마땅한 사회적 약자보다 훨씬 하위에 놓여있습니다.  결국 약자 앞에서 강한 척하기 일쑤인 일부 사람들의 덜 다듬어진 인간 됨됨이가 동물 학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온몸이 일그러지고 버려지는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은 채 이를 꿋꿋하게 견뎌내고, 안락사를 앞둔 상황에서조차 자신보다 약자에게 기꺼이 배려하는 장군이의 기특한 행동은 마치 우리 사람들의 모자람을 점잖게 꾸짖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반려동물이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나은 듯싶군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