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우린 왜 매드맥스에 열광하는가

새 날 2015. 5. 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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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엄청나다.  다른 표현을 꺼내들기엔 왠지 이 영화 감독에게 누가 될 듯싶어 상당히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관람 전부터 이미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던 터라 상당한 기대를 안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나, 이 영화만큼은 분명 예외였다. 

 

액션 장면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느 정도였냐면, 마치 초등학생 시절 동네 극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떼로 몰려다니며 관람했던 '벤허' 속 마차 싸움 장면의 결코 잊을 수 없던 경이로움이 다시 한 번 살아 돌아온 느낌이다.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언뜻 본 바로는 액션 장면 대부분을 CG가 아닌, 실사로 촬영했단다.  물론 대역 촬영도 없었단다.  그래서 그랬을까?  벤허의 아날로그틱한 마차 싸움 장면과 매드맥스의 황량한 사막에서의 액션 신의 감흥은 엇비슷했다. 

 

 

실은 그러한 느낌을 어찌 표현해야 적절할지 상당히 막막하지 않을 수 없다.  날 것이 주는 신선함?  조금 더 사족을 붙이자면, 컴퓨터 앞에 앉은 채 이미 개발자들의 노력에 의해 갖춰진 프로그램을 통해 화려한 장면을 만들어낸 게 아닌, 배우와 스텝 그리고 연출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진 때문이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물론 수학적 기법이 동원된, 다수 개발자들의 노고에 의해 고안된 CG 프로그램을 낮잡아 볼 의도로 이를 언급하려는 건 아니다.  이러한 도구에도 개발자들의 땀과 노력이 그대로 배어 있음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니 말이다.  CG로 창조된 장면 역시 그 나름의 장점과 매력이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다.  영화 요소요소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추세이니 말이다.  아울러 상상을 이미지로 발현하는 영화 연출자만의 기발한 창의력에 대해선 당연히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

 

 

그러나 순전히 관람객의 입장에서 볼 때 CG로 범벅이 된 액션 장면과 매드맥스 류의 그것이 주는 감흥은 왠지 딴판으로 다가온다.  일례로 얼마 전 개봉되어 화려한 액션 덕분에 대중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분노의 질주와 어벤져스 시리즈물만 해도 그렇다.  화려한 데다 마치 자로 재기라도 한 듯 아찔하기 짝이 없는 정교한 액션 장면들은 눈을 상당히 즐겁게 했지만, 무언가 마음 한 켠을 허전하게 만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허전함의 정체는 과연 무얼까? 

 

 

해답은 매드맥스 속에 있는 듯싶다.  바로 날 것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SF적 장르의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말이다.  우리 눈은 이미 CG에 적응이 된 상태다.  때문에 웬 만큼 화려하거나 기발한 장면이 아니고선 이젠 성에 차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왠지 헐벗은 데다 투박하거나 거칠기까지 하지만, 날 것으로 다가온 매드맥스는 늘 무언가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고도 남는 느낌이다.



이 영화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비단 날 것을 지향한 액션 장면뿐만이 아니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 그곳에서 펼쳐지는 체제 반란자들 및 지배자에게 세뇌당한 채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워 보이들의 사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장엄하거나 때로는 시원스러운 음악은 또 다른 쾌감을 선사해준다.  덕분에 두 시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내내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사막을 내달린 느낌이다.  어느덧 숨이 차오른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즈음엔 켜켜이 쌓여 있던 묵은 체증과 스트레스마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디스토피아적 암울함을 지향하는 영화 속 세계관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에 반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제법 묵직하다.  삶이란, 여성이 됐든 남성이 됐든,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야 진정 가치 있는 일임을 일깨운다.  특히 오로지 살아있다는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는 척박한 환경의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영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그게 가능할 듯싶다.  스토리, 액션, 음악, 메시지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이런 류의 영화를 상영관에서 보지 않는다는 건 두고 두고 후회할 일임에 틀림없다.  

 

 

감독  조지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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